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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Apr 26. 2023

그 정도 똘끼는 있어야지

넷플릭스 "걸보스" 리뷰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유분방하게 사는 여자, 소피아. 이 여자는 대체 왜 이럴까 싶을 정도로 자기 맘대로다. 윗사람, 아랫사람 구분은 당연히 없고, 도벽에 욕지거리, 다혈질까지 거의 뭐 인성파탄 콜리보레이션이다. 그런 그녀에게도 한 가지 재능이 있는데, 헌 옷을 꾸며 새 것처럼, 새 것보다 더 스타일리시하게 리폼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어느 날, 퇴사를 갈기고 온 날에 퇴사 기념으로 산 자켓이 이베이에서 몇 십배의 웃돈으로 돌아온 그 날,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알았다. 그리고 윗사람의 참견으로 인한 퇴사에 신물이 났던 그녀는 "이제 누군가에게 수그리고 살 수 없다면 내가 당신들을 수그리게 해주지 라는 마인드"로 빈티지 리폼 사업을 시작한다.


1.빈티지라는 흥미로운 업계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에게 몰입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소피는 너무 심하게 기분파에다가 일이 안 풀리면 여기저기 시비걸고 다니는 일종의 아이다. 아직 덜 자란 어른 아이.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빈티지 업계를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또다르게 흥미롭다. 소피아는 남들이 하는 주류보단 비주류를 좋아하고, 그 비주류 감성으로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타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래 남들과 다른 이들은 좀 튀어보이고, 시키는대로 안해서 막무가내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소피아를 그렇게 이기적으로 보이게 그려낸 것이 아닌가 했다. 하지만 도벽은 좀 심하지 않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한 때 빈티지가 가진 특이함에 매료됐던 사람으로서, 빈티지 사업 업계가 생각보다 견고한 업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라는 가치를 중요시하고 출처 모를 옷을 가지고 각자의 상상에서 비롯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업계가 이쪽인가 싶었다. 어쩌면 명품이 가득한 세상에서 주관적인 미의 기준을 가지고 나만의 명품, 개성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집단이긴 한 것 같았다. 특히 이베이에서 빈티지 사업자를 낸 사람들의 온라인 채팅방을 묘사한 장면이 너무 웃겼는데, 인터넷 상의 말을 직접 입에 올리니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피아의 패션이 은근 볼 맛이 난다. 레트로하고 대충 입은 것 같지만 그 어느 하나도 치밀하지 않은 요소가 없다. 내추럴하게 실생활에서 적용 가능한 독특한 패션이다. 패션 영화하면, '저렇게 예쁜 사람이 입으니 예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소피아의 패션은 나도 한 번 시도해볼까 싶은 느낌이 든다. 어, 나  빈티지 쇼핑 영업당한 건가.


2. 왕따 중에서 제일 인기많은

소피아는 확실히 아웃사이더다. 그래서 친구가 많이 없지만 그렇다고 외롭지는 않아 보인다. 마치 왕따인데, 왕따인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왕따 같아 보인다. 소피아가 자기 멋대로 살긴 하지만 자신의 사업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소피아에게는 주체성 있는 사업이 필요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게 지시받는 삶보다 망해도 직접 망하는 어쩌면 용기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그 지점이 소피아를 내가 이해하지 못하다가 조금이나마 인정하게 된 모습이었댄 듯하다. 이 이기적인 여자에게서 주체성이 결여된 우리들의 삶을 봤다.

그리고 왕따를 당하면 어떠랴. 내가 세상을 왕따시키면 되는 것을, 과거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새카맣게 잊어버린 나를 발견한다. 소피아를 통해 아웃사이더라고 자책하며 사회에 끼워맞출 필요가 없다고 내 자신을 다독인다. 그냥 꼴리는 대로 살아도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다만, 도둑질과 욕지거리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리고 소피아가 불안감에 괴로워하다 더 많은 일을 하며 극복한 것처럼 옆 신경쓸 시간에 내 자신을 혹사시켜봐야 겠다. 정신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일이든 취미든 몰두해  봐야 겠다고 느낀다. 이 막무가내 여자가 날 설득할 줄이야.


3. 총평

이 드라마는 아직 사람이 덜 된 한 철부지가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연애, 사업, 관계 면에서 크고작은 일들이 발생하고 회차가 지나갈수록 그녀의 대처는 더욱 성숙해진다. 그 모습을 보는 것도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라면 포인트랄까.

뭐, 조금 캐릭터가 이기적으로 그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뭔가에 꽂히면 앞뒤안 재고 그냥 해버리는 그녀, 남친이 바람피워서 속 끓이다가도 어느 순간 사자후 소리지르며 털어내는 솔직한 그를 보며 조금은 닮고 싶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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