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실감나서 포기해버린 영화
서울의 봄에 대한 간단한 주저리
가끔 여기에 영화에 대한 글을 써내려가는 사람이지만 영화관의 모든 영화를 보지 않는다. 주로 거르는 영화의 기준이 있다면 지나치게 폭력적인 영화, 공포영화 등등이 있는데 이 서울의 봄도 총기가 등장하고 군대배경인데다가 이미 서사적으로는 널리 알려진 영화라 굳이 영화관까지 가서 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기어코 보았고 난 보다가 중간에 나와버렸다. 관람 포기를 해버렸다. 관람포기를 한 이유는 간단했다. 영화가 너무 실감났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서사보다는 인물의 싱크로율이 치트키인 것은 보나마나한 사실이었기에 굳이 그 시기의 출세에 목마른 탐욕적인 캐릭터들을 보고 유쾌할 자신이 없었는데 역시나 보면서도 꾸준히 불쾌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잘 못 만든 영화라고 평가절하하고 싶진 않다. 이 영화는 꽤나 잘 만들었다. 그 증거로 나의 관람 포기라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댈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 시절의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그 시절의 카리스마, 현 시대의 무식함은 현대의 관점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답답함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켰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과거로 회귀한 걸까 싶은만큼 실감났다.
그리고 영화 속 모두가 알지만 실명을 밝힐 수 없는 볼드모트같은 그 분, 그 분의 묘사도 뭐 언급하지 않아도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 부분은 굳이 길게 언급하지 않겠다. 그 인물 한 사람만 욕하고 싶진 않았고, 그저 그 시절 돈없는 나라에서 출세에 목마른 사람들의 탐욕이 모인 군대라는 무논리의 집단을 보니 한국이라는 나라의 7-80년대는 진짜 아수라장이었겠구나 라고 생각한다. 불법을 행해도 이기면 된다는 인식은 이 때가 더 심했겠구나 라고도 생각한다. 그 때는 이기면 불법도 묵인되는 세상이었을 테니까.
역사의 불편한 지점은 그저 역사책으로만 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 감정없는 텍스트로만 봐도 분노가 생기지 않나. 이걸 서사로 풀어진 영화로 보면 분노가 max가 되어 감정과잉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역사는 무미건조한 게 차라리 더 정신건강에 나은 것 같다. 뭔가 영화에 대해 혹평을 한 거라고 오해하실 수도 있어서 다시 말씀드리면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볼만한 영화라고 추천해드릴 만하다. 입소문 탈 만했다. 주저리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