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의 영화계의 흥행을 캐리한 작품이 나타났다. 개봉과 동시에 반응이 폭발적이라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라도 내가 감당할 만한 수위가 아니라고 여겨지면 보진 않는데, 요새 오컬트에 관심이 생겨서였을까 이전보다 용기가 생겨서였을까 결국을 보러 갔다. 무서워하는 와중에도 오컬트는 밤에 봐야 한다면서 친구까지 대동해서 봤다. 보고 나서 무서웠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관람하는 동안에는 언제 어떤 상황이 들이닥칠지 모르니 오는 긴장감이 있었는데, 다보고 나니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서운 영화 못본다고 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눈을 사로잡는 초반부, 힘이 빠져버리는 후반부>
초반에는 쉴새없이 몰아치니 재미는 있다. 초반부의 메인 스토리라인인 파묘를 요청한 한 부잣집 이야기는 영화 시작 한 시간만에 그 비밀이 탄로난다. 그리고 그 부잣집의 비밀이라고 해서 그렇게 놀라운 것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은 phase2를 위한 연막일 뿐이다.
그 밑도 끝도 없는 부잣집에서 의뢰한 파묘 요청은 아주 작은 계획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 부잣집은 한 때 친일파로 이름을 날리던 집안이었고, 더이상 일본의 손아귀에 있지 않은 한국에서 일본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는 것을 굳이 알려서 좋을 게 없었을 뿐이었다. 그저 그게 다였다.
이후 갑자기 파묘를 끝낸 묘에서 새로운 묘가 등장한다. 심지어 묘 속에서 새로이 찾아낸 관은 땅에 수직으로 꽂혀있는 모습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이게 숨겨진 진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갑자기 국면이 일본이 등장하면서 도깨비가 등장한다는 데 있다. 어떤 가족의 비밀 파헤치기에서 넘어서서 한국과 일본의 경쟁 구도가 수면에 올라온다. 그래서 일본 귀신인 정령과 한국의 귀신의 대결 구도까지 나오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약간 엥스럽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왔을 때에는 이 부분에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물론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귀신 간의 대결 장면이 집중하게 만들긴 하지만 과연 이 장면을 두 번 보게 될까 싶었다. 아니, 또 보면 느낌이 달라지려나.
웬만한 영화는 기승전결이 있기에 끝으로 갈수록 메시지가 보이는데 너무 뻔한 메시지를 숨기기 위해서 여러 레이어로 감싸 미스터리처럼 보이게 포장한듯한 느낌이 있다. 그 레이어에 무속이 들어가니 더 신비해보이는 효과가 배가된다. 결론적으로 그게 이 영화의 흥행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메시지에서 승부수를 둘 수 없다면 그 메시지를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긴다.
그리고 그 포장에 배우들의 열연이 큰몫을 했다. 역시 서사만으로 감동을 주는 영화는 잘 없기에 이래서 그 극본을 살려내는 배우의 역할이 그래서 큰 것 같다. 소위 '연출의 미학'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매개체에서 점점 그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여러모로 신기하면서도 아쉬운 작품이었다. 보는 순간에는 재밌었는데 곱씹을수록 아쉬움이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