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행복은 언제든 찾기만 하면 그뿐

두 번째 계절

by Anonymoushilarious

이 영화는 불륜하는 영화로 보이지만 사실은 인생을 정리하는 영화다. 과거를 잘 매듭지어야 다음 스텝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는 제법 유명한 마티유는 호기롭게 도전한 연극을 파토내고 한 시골의 리조트에서 칩거하고 있다. 새로운 작품도 물색할 겸 쉬러 온 것이지만 그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무료한 하루를 보내던 와중 전 연인 알리스의 전화를 받게 된다. 우연하게도 그는 알리스가 살던 동네의 리조트에 와 있던 것이었는데, 어색하기만 할 것 같았던 그들의 만남은 순조로워 보였다. 다만, 만남이 지속될수록 매듭지어지지 못한 관계들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만남은 흡사 연애와 비슷해보인다. 좋게 끝나지 않았던 관계이니만큼 앞에서는 웃고 있어도 마음 속으로는 복잡한 감정들이 일렁이고 있을 테니 이들의 감정기복을 따라가다 보면 제법 위태로워 보여서 이들의 관계는 10여년이 지났어도 마무리가 되어 있진 않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성숙하지 못하게 이별한 경우, 상대가 없어졌기 때문에 체념했을 뿐 아직 그들의 관계는 지속 중이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다보니 점점 불륜을 하는 내용인가 싶어서 역시 프랑스 영화는 참 불륜이 많구나 하며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가 진짜배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그 이후의 이야기가 그들의 과거가 매듭지어지고, 새로운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티유가 체류를 연장한 후, 다시 만난 그들의 감정은 폭발한다. 그들이 연인이었을 때, 어떠한 관계성이었을지가 상상이 되었다. 알리스가 더 솔직했을 것이고, 마티유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사람이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들의 현재에서도 항상 알리스가 더 솔직했기 때문이다. 알리스는 자신의 힘듦을 이야기할 줄 아는 솔직한 사람이지만 마티유는 자신의 현생만으로도 바빴기에 그녀의 말을 들어줄 시간과 에너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힘듦을 뒤로하고 도망쳤던 것이 아닐까. 영화 마지막에 알리스가 자신의 노래를 들려준 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마티유에게 자신의 리얼한 현실을 고백한다. 누가 봐도 안정적으로 살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젊은 시절 꽃피우지 못한 음악에 대한 열정이 아직도 살아있지만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되어버린 나약해진 자신에 대한 비하가 있음을 고백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 공감되다가도 나도 저 나이에 저렇게 후회하고 있으면 어쩌지 하는 이기적인 생각도 해보았다. 사람의 인생이 안정으로만 흐르다 보면 마냥 행복할 것만 같겠지만 사실 더 우울해진다. 안정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 평화를 위해 희생한 사람에게 더 많은 공로를 쥐어주어야 한다. 이 평화가 당연하다 여기는 순간, 희생한 사람에게 우울이 덮쳐올 것이다. 마티유 또한 안정을 찾았으나 도전 앞에서 주저하다 도망쳤다. 알리스는 용기 내지 못해 한이 되어 그것이 우울이 되었지만 마티유는 문제가 생기면 도망치던 젊은 시절의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위기 앞에서는 젊은 시절과 똑같아진다.


나는 어렸을 때 되고 싶은게 참 많았었는데 되고 싶었던 것들 중에서 이룬 것은 하나도 없다. 최근 나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자리를 박차고 불안정한 상태에 이르렀지만 안정을 박차고 나온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의 불안정으로 인한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불안이 내 미래에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티유와 알리스도 안정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다시 불안정의 세계로 돌아와 진짜 자신이 행복한 지점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그런 것은 언제 찾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20대에 찾으면 완전 럭키고, 그 이후인 50, 70대에 찾아도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찾기만 하면 된다. 그걸 찾아야 진정한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알리스의 친구인 70대 레즈비언 커플 할머니들 처럼 말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해당 영화는 씨네랩의 초대를 받아 감상 후 올리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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