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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Dec 19. 2020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그 욕심은 곧 파멸이다

일드 "트릭 신작 스페셜" 을 보지 말라고 구구절절하게 신신당부하는 리뷰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다. "내 이런 사단이 날 줄 알았지." 그렇다. 인간의 탐욕은 꼭 사단을 내고야 만다. 이 글은 하나의 드라마를 완주하고 나서 생각보다 노잼이어서 실망하다가 실망한 드라마에서도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끄적이는 글이다. 즐겁지 않았던 내용 속에서도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붙잡아야 겠다는 생각에.


아, 넷플릭스로 '트릭'이라는 일드를 접했는데, 별로 글까지 쓰고 싶은 드라마는 아니었다. 검색을 해보니, 일본 내에서는 꽤나 유명한 추리 시리즈인가 본데, 뭐 그닥 엄청난 추리라고 하기엔 중간에 이미 간파되는 트릭들이 너무 많았고, 범죄의 이유가 대부분 원한에 의한 것이었기에 중반만 보아도 범인이 누군지 감이 잡히는 드라마였다. 그런데 왜 그닥 재미있진 않았는가 생각해보니, 추리가 너무 싱거웠던 이유도 있었지만 속 보다보니 모든 에피소드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키워드가 있었는데, 그 키워드가 이 드라마가 불만족스러웠던 이유와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가해자가 나쁜 사람이거나, 피해자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그 이유다. 이유가 뭐가 이렇게 단순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이유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해자가 한없이 이기적인 사람이라서 피해자에게서 뭔가 얻어낼 것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교양 프로이긴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의 덕후로서 수많은 범죄사건들을 추적하는 과정을 지켜봤을 때,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미제 사건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서 범인을 특정짓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용의선상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으로는 피해자에게 원한을 산 사람이거나 피해자가 죽음으로써 이득을 가장 많이 얻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피해자의 이름으로 등록된 보험의 수령인 같이 금전적인 이득을 얻거나 피해자에게 인격적 모독을 가장 심하게 당하게 당한 사람이 가장 많이 의심을 받는다.


이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모든 에피소드의 범죄는 인간의 탐욕에서 기인했었다. 이 드라마 속에서의 범인들은 모두 피해자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아버지의 연구를 가로챈 파렴치한 대학교수들, 바람을 핀 남편과 남편의 사생아들 그리고 가해자의 엄마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데 일조한 사람들이었다.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범인이 누구인지 찾는 추리 드라마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피해를 받았던 사실에 분노해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가 클리셰가 되어 버렸을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데, 그럴 때마다 고민이 되는 부분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모독을 당했다고 해서 그들이 행한 살인을 서글프게 바라보게 하는 시나리오는 옳은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드라마 속의 사람들처럼 살인의 이유에 구구절절한 사연이 존재한다고 해서 살인을 한 이유에 대해 안타까워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살인을 행한 이유가 피해자에게 원한이 있어서 그 원한을 풀어내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국 가해자의 욕심이었다고 밖에 할 수 없다고 본다. 결국 내가 당한 피해를 내 손으로 갚아주겠다는 의지 하나로 사람을 신체적으로 해하는 모든 행위는 오만이라고 본다. 그들의 행위는 내가 당한 피해를 갚아주고 싶지만 갚아주지 못해 그저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같은 프로를 보면, 범죄의 이유가 가해자에게서 기인했든 피해자에게서 기인했든 범죄는 다 똑같은 범죄이고 정당화될 수 없음을 그들이 행한 수법을 통해 증명한다. 그들이 사람을 해하는 수법이 그들의 범죄의 이유를 희석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아무래도 스토리의 흐름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가해자의 사연을 첨가해서 시청자가 가해자에게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서브 플롯을 따로 만드는데, 기본적으로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덕후로써 그런 감성팔이식 이유에 불편함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단지 범인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하려고 했던 건가 싶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던 것에 내가 죄책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이런 심오한 주제에서 벗어나서, 미신을 믿는 사람들의 맹점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트릭을 잡아내어 사건을 해결한다는 포맷은 인상적이었으나 추리의 과정이 너무 느슨하고, 추리를 하는 과정에서 이미 김이 새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에피소드에 2시간이나 보고 있기는 조금 지루했다. 오히려 이 드라마가 처음 등장했을 시기에 방영되었던 초기 시즌을 찾아보면 조금 덜 지루할까 싶기도 했다.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굳이 이 "트릭 스페셜"을 보시라고 추천하지는 않고, 차라리 bbc 셜록 시리즈나 다시 정주행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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