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연예 뉴스는 매일매일 새로운 유명인들의 학폭 의혹으로 얼룩져 있어서 사실 연예 뉴스를 클릭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비슷한 내용에 사람만 바뀌어 기사로 나가는 상황이니, 기사를 볼 바에는 여론을 가장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댓글창을 보고 있는 것이 아주 효과적이다. 그렇게 댓글창을 돌고돌다가 내 의견과 댓글창의 의견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자신있게 이 글을 써본다. 한 아이돌 그룹의 불투명해져버린 미래에 너무 안타까운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해보고 싶어서.
매 분기마다 수십 수백 팀의 아이돌그룹이 런칭되는데, 아이돌 덕질까지 해본 경험이 있지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음악 산업에 관심을 갖고, 폭넓은 음악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아이돌 산업, 흔히 돌판이라고 불리는 산업은 회사의 자본력에서 비롯된 공격적인 마케팅,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컨셉, 칼군무, 그룹 멤버 개개인의 보컬, 춤실력을 포함하는 스타성이 모두 결합된 종합엔터테인먼트 집합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아이돌 산업이란 이 모든 요소들 중에서도 그룹의 성공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그룹의 컨셉이라고 본다. 혹자는 돈 많은 회사, 흔히 3대 기획사라고 하는 곳에서의 아이돌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 관점은 아이돌이라는 산업에 특수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부분이기 때문에 3대 기획사를 제외한 다른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이 성공한 사례까지 포괄하는 성공요소는 아무래도 컨셉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돌 덕질을 하진 않았지만 다양한 아이돌을 덕질하는 친구들이 내 곁에 있었고, 기억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억 속에서 가장 유명했던 아이돌을 대라고 한다면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등의 2세대 아이돌 그룹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아이돌 산업의 중심 소비세대를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꽤나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아이돌은 결국 컨셉 싸움이라는 것을.
대형기획사는 아니었지만 이전에 빅스, 인피니트 같은 그룹들만 해도 빅스는 아이코닉한 좀비 컨셉으로 그리고 인피니트는 중세 시대에 나올 법한 기사도적인 컨셉으로 인기몰이를 했고, 최근에는 오마이걸이라는 그룹도 선이 예쁜 안무 느낌을 살려가면서 몽환적인 컨셉으로 팬덤의 기반을 쌓기도 했던 것을 보면 아이돌 팬덤을 구성하는 데에 있어서 아이돌 멤버들의 예쁜 외모, 칼군무 등이 당연히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룹 전체의 상생으로 봤을 때에는 특정 그룹을 생각했을 때, 특정 키워드가 생각날 정도의 임팩트가 있는 컨셉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 주가를 달리던 한 그룹, 아이들(G-idle)이 정말 아이돌 산업에서 컨셉으로 승부를 본 좋은 사례였다고 할 수 있다. 이 그룹은 다른 여자 아이돌 그룹이 귀염, 섹시, 청순 등의 흔해빠진 컨셉으로 밀고 나갈 때, 이 그룹만이 데뷔 초부터 국악에서 차용한 듯한 컨셉(latata,한, 화), 에스닉하면서도 몽환적인 컨셉(세뇨리타, 덤디덤디) 등으로 승부를 보면서 아이돌 산업에서 가장 소비력이 높고, 충성도도 높은 20대 여성의 취향을 저격해 소위 말하는 여덕을 많이 양산한 그룹이었다. 그런 식으로 여덕을 많이 양산한 그룹 중에서 오마이걸도 예를 들 수 있는데, 오마이걸은 처음부터 그렇게 아이들만큼 관심을 많이 받던 그룹은 아니었기 때문에 차별점이 있었다. 남들과는 다른 컨셉과 찰떡같이 어울리는 노래를 들고 나오는데, 아무리 자본력이 중요한 아이돌 시장에서 어떤 사람들이 눈길 한 번을 안 줄 수가 있을까. 비주얼적인 요소가 중요한 아이돌 시장인데 말이다.
연예인이란 한 방이 있는 직업이라고들 하지만 지는 데에도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직종이다보니, 그룹색이 명확했고, 컨셉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던 그룹이었던 만큼 이번 학폭 이슈로 인한 이 그룹의 주가 하락이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뭐, 아이돌 연습생이었으면, 꽤 학교에서 인기도 많았을 것이고, 당연히 눈에 띄는 학생이었을 텐데, 놀더라도 선을 좀 지키면서 놀았으면 좋았을 것을. 이 학폭 이슈가 거짓으로 판명나더라도 한 번 실추된 이미지를 다시 되살리는 건 데뷔 때 새로운 그룹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보다 더 힘들 것인데 말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스틱스 강처럼 그 강은 건너지 말지. 덕질까지는 못해도 매번 앨범 나올 때마다 즐겨듣던 샤이 팬이었는데, 다음 앨범의 제작 여부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서 더 안타까움에 이리 주절주절 쓰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