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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Mar 12. 2021

당신은 마더 테레사가 아니라 한낱 인간일 뿐

나의 서른에게 리뷰

서른을 앞둔 나이에 괜찮은 직장, 번듯한 남자친구 모든 걸 갖춘 임약군. 하지만 임약군은 별 도움이 되지도 않는 친구들의 오지랖, 뜨뜻미지근한 남자친구와의 관계, 클라이언트들의 빗발치는 과도한 요구를 들어줘가면서도 정작 본인의 스트레스를 발산하지 못하고 그저 쌓고만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집주인은 정말 상큼하게 그녀에게 나가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그렇게 남자친구와 대판 싸우고, 집도 잃고, 한 허름한 방을 소개받고, 잠시 입주하게 되는데, 이 곳 허름하고, 낡았는데, 너무 잘 꾸며놓았다. 임약군은 이 곳에서 백조가 되기 위해 아등바등 하느라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그녀 인생의 2막을 잘 준비할 수 있을까?

1. 모든 것을 견디고, 참아내는 사람들의 문제


세상에는 임약군이 겪었던 일들 중에서 하나라도 겪었던 사람들을 꽤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남자친구의 바람, 상사 혹은 고객들의 갑질, 아픈 가족들이 알게 모르게 짐처럼 느껴지는 상황, 눈치없이 자기말만 해대는 친구들. 이런 경우들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주변 탓을 하고 살아도 되는데, 뭐든지 본인이 해결하려고만 한다.


나는 항상 내 멘탈이 나갔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나는 어딘가 돌파구를 만들고 항상 심각한 수준으로 미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작년에 논문 주제가 잡히지 않아서 아주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논문 주제가 제 때, 잡히질 않고 있는데, 학기 내내 과제는 제 때 해내야 하고, 중간에 시험도 준비해야 했으며, 인간 관게도 대학원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미 졸업한 선배가 갑자기 MT라는 명목 아래 집합시켜서 술도 많이 먹었어야 했으며, 나이대가 더 높으신 어른들은 매번 볼 떄마다 졸업은 언제 하냐며 본인들에겐 안부지만 나에겐 부담인 말들을 무심하게 날리시면 더 소소하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집밖을 잘 못나가니, 생활 패턴도 꼬이고, 하는 일도 꼬이고, 인간 관계도 정리가 안된듯한 느낌이 한 번에 몰아치니, 갑자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난 심각한 수준까지 미치진 않았던 것이, 내가 스트레스가 극에 치닫게 됨을 깨닫게 되면, 나는 오히려 정신이 굉장히 맑아진다. 그리고 하나하나 정리를 한다. 그 때, 내가 정리했던 것은 불필요하고, 부담만 주는 인간 관계였다. 그리고 산책을 많이 하고, 오히려 과도한 잡생각은 줄여가면서 내 페이스를 찾고, 아무 생각 하지 않다가 생각을 해야지 했을 때, 그 생각이 논문에 관한 것이도록 패턴을 바꾸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가족 여행도 따라갔더니 리프레쉬되면서 다시 나만의 페이스로 돌아왔다.


 하지만 임약군은 견딜 때까지 견뎌보다가 결국 한 번에 멘탈붕괴가 온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정리하지 못했다. 남자 친구가 더 이상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니지만 당장 없으면 외로워 질 것이 분명하니, 바람피우는 것 같아도 놓아주질 못하고, 항상 일에 쫓기는데, 가족들이 전화가 와서 헛소리하면 짜증만 나고, 그 짜증은 고스란히 남자친구에게 가고. 그 관계는 악마의 구렁텅이에 빠진 관계라고밖에 정의내릴 수 없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임약군에게 답답했던 점이 이 부분이었다. 쳐내야 할 관계는 쳐내고, 그 중에서 우선 순위가 높은 관계만을 살려놓아야 하는데, 임약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여러 관계 속의 과부하로부터 몸이 낑겨있는 상태같아 보였다는 것이다. 만약 나였다면, 임약군처럼 과부하가 오고 있음을 직감하고, 멘탈이 더 나가기 전에 나는 전혀 힘이 되지 않고, 싸움만 하게 되는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아버지를 돌보던지, 일에 더 매진하던지 하는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즉,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선택하는 결정을 했을 것 같다.

2. 나와 상극인 사람에게서 얻는 위로라니, 이런 아이러니


사람은 사람에게서 위로받는다고 하는 말이 있다. 임약군에게는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황천락의 일기를 통해서 일시적으로 연결된 적이 있었던 황천락의 삶을 보면서 치유받은 것으로 보인다. 임약군보다 연봉도 낮고, 남자친구도 없어 우울할 것 같지만 임약군보다 더 웃으며 살고 있다.

임약군과 황천락의 차이는 외적 요소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임약군은 자신이 노력한 것에 반응이 없거나 반응이 예상과는 달리 흘러갔기 때문에 멘붕이 왔던 것이다. 자신의 행한 노력에 대해 결과물로서 반응이 있어야만 한다는 강박 혹은 기대 아래 살아가는데, 삶이란 언제나 노력에 비례한 결과를 주진 않기 때문에 결과에 일희일비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천락은 대사에도 나오듯이 뭔갈 기대하고 산 적이 없었다. 그러니 하루하루 삶이 무의미해도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다만, 야망은 없었기 때문에 인생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다. 영화를 보면서 두 사람을 합쳐놓으면, 정말 완벽한 인격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둘은 정말 상극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임약군은 상극이었던 황천락이 좋아했던 것들로 가득찬 집에서 1차 위로를 얻고, 그녀의 얽매이지 않는 삶의 방식에 큰 감명을 받았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저 그 사람의 일기를 봤던 것 뿐인데도 임약군은 그동안 회피해왔던 자신의 문제들을 직시하고, 제대로 2막을 살아갈 준비를 한다. 그래서 사람은 사람에게서 위로받는다고들 하나보다. 하지만 그 위로하는 사람이 꼭 나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 나와 비슷한 사람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와는 판이하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의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겨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내가 힘들 때, 먼저 뭐부터 쳐내야할 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 나와 상극인 인간에게서도 분명히 나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왜 이 영화에 대한 리뷰로 쓰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내가 요새 하는 생각과 일치하는 영화를 만났을 때, 그럴 때, 강하게 리뷰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주관의 문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가끔 이렇게 좋은 중국 영화를 찾을 때, 참 기분이 좋다. 일본 영화보다도 작품성이 있는 중국 영화를 그렇게 찾기는 힘들다고 느껴온 것이, 우리 나라에 개봉하는 중국 영화가 대체로 로맨스인데, 오글거리는 로맨스가 많다는 인상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저번에 리뷰 올렸던 '소년 시절의 너'처럼 정말 좋은 영화 하나 소개하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다. 조금은 클리셰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면 잔잔한 여운이 남기 때문에 별점으로는 5점 만점에 3점 이상은 줄 수 있을 것 같다.


*위 영화는 왓챠를 통해 시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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