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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Oct 20. 2022

몽롱한 시선으로 그려낸 외로운 영혼들의 공동체

<부산국제영화제 스케치> 영화 썬오브 람세스 리뷰

람세스는 화려한 도시 파리의 외지인들이 모여사는 ′구뜨 도르′ 구역의 약간 교활하고 사기꾼 기질도 있는 심령술사다. 그는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를 오가며 쏠쏠하게 돈벌이를 하고 있다. 그의 삶은 탕헤르에서 온 소년들이 동네에 좀도둑질하러 찾아오면서 위태로워진다. 어느날 그의 목걸이를 가져간 청소년을 찾는 폭력적인 이민자 청소년들을 만나며 그의 일상이 위태로워진다.


1.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인물, 람세스

람세스는 심령 술사다. 하지만 제 3자가 볼 때 어딘가 사짜스러운 기운이 가득하다. 하지만 간절한 이들에게 적절한 눈속임은 정확하게 내리꽂는 훅이 되어 그의 강점이 된다. 그를 보며 점쟁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신점은 진리를 말해준다고 믿지만 사실 무당의 능력보다 무당을 믿고 싶은 사람들의 의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소위 '답정너'가 넘쳐나는 곳이 심령술사 센터이고 점집이기 때문이다. 람세스는 그들이 원하는  답을 유추하기 위해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속임수를 이용한다. 그래서였는지 나는 그가 진짜 심령술사라기보단 심리학에 능통한 사기꾼이라고만 생각했다. 람세스를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그는 신과 연결된 영매겠지만 그들에 비해 간절한 것이 없는 나는 그저 그가 사기꾼으로 보이는 것이 관점에서 오는 차이일 것이다. 그들은 1인칭이고 난 3인칭이니까.


2.혼란스러운 감정을 대변하는 정신없는 카메라

영화는 솔직히 말하면 정신이 좀 없는 영화다. 심령술사로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다 갑자기 한 청소년이 그의 목걸이를 훔쳐가고  그 청소년의 시체를 특별한 계기 없이 찾아내는 그의  모습에 이 영화는 왜 복선 조차 없을까라고 생각했다. 모든 전개가 급작스러웠고 그를 향한 카메라 조차 급박함의 표현 외에는 특별한 목적의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람세스의 의식의 흐름처럼 말이다.


그도 자신이 어떻게 그 청소년의 시체를 찾게 되었는지 알지 못해 혼란스럽다. 그의 혼란은 고스란히 관객에게로 전해진다. 영화에 네 특별한 복선이 없는 연출은 그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 그래서였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는지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모험의 극치였다.


이렇듯 정신없는 연출은 관객들을  꿈속에서 영화를 보는 듯한 효과를 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몽롱했다.  감독에 따르면 꿈에 대한 이미지도 참고했다고 하는데, 영화 속 상황이 급작스럽게 변하는 데는 두서없이 상황이 진행되는 꿈의 세계와 비슷하다. 당신이 몽롱하다고 느꼈다면 당신은 감독의 의도에 제대로 걸린 것이다.


3.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했다. 이 영화는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람들의 유대를 보여준다. 다소 과격한 전개이긴 하지만.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들은 자기 방어 기제로 인해 처음엔 공격적이다. 그 어디에서도 존재를 인정받지 못해 그들 스스로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람세스의 심령술로 찾아낸 시체로 인연을 맺은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적에서 친구가 되어 있다. 청소년들과 람세스의 관계는 서로에게 느끼는 적대감이 유대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들은 주류 사회에 받아들여진 경험이 없다는 공통점이 없다는 것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4. 총평


이 영화는 확실하게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모든 상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처음 본다면 무슨 내용인지도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처럼 낭만의 도시로 그려지는 파리의 암흑적 공간을 그린 이 영화는 대도시가 가진 비정함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이 영화가 가진 주류에 받아들여지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그린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대도시의 화려함과 비례하는 정도의 어두움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에 그런 삶을 대리경험해보는 것만큼 사고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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