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놀라는 첫 사건을 마무리하고 탐정 사무소를 차린다. 하지만 오빠인 셜록 홈즈의 후광에 가려 폐업하려던 찰나 에놀라는 한 사건을 의뢰받는다. 한 성냥 공장에서 일하는 소녀 베시가 자신의 언니 새라를 찾아달라고 한 것. 미스터리함이 뿜뿜하는 이번 사건에 에놀라는 열과 성을 다해 조사를 시작하는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 사건, 심상치 않다.
1. 혼자이지만 너무 외롭지는 않게
영화 속 에놀라는 오빠, 툭스베리 등 많은 조력자들을 물리치고 온전히 혼자 서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를 독립적으로 키워낸 엄마, 유도리아 홈즈는 "내가 널 너무 독립적으로 키웠나 보다. 가끔은 남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살아가야할 때도 있는 거야."라고 조언하는데, 이 조언은 꽤나 내 마음을 울렸다. 그렇게 알게 되었다. 내가 에놀라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와 동일시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최근 나의 엄마도 비슷한 조언을 한 적이 있다. 그렇게 너무 혼자서만 살아가서는 안된다고, 다른 이와의 적당한 교류도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러면 더욱 윤택한 혼자의 삶을 구가할 수 있다고도 했다.
나는 가끔 뭐든지 혼자 해내려다 더 복잡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에놀라도오빠에게 조언을 구했다면 복잡하게 돌아가며 사건 해결을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복잡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의 묘미는 없었겠지. 영화적 장치였다고 해두자.
2. 이번에도 두드러지는 여자들의 활약
이 영화는 시즌 1과 동일하게 여자들의 활약을 보여주며 과거 여자들이 느끼던 차별을 당당한 스탠스로 타파 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자는 남자의 귀속물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서 의견이 있고 주체적인 존재라는 것을 조금은 과격한 방식으로라도 표현하는 점이 같은 여자로서 너무 멋있었다. 여자들이 연대하면 무례한 남자를 이기는 건 일도 아니라는 것 또한 압축적으로 표현해서 나도 나를 지키는 정도의 운동은 배워야 하나 싶었다.
이 영화 시리즈에서는 남자는 확실히 여성 캐릭터의 악세사리 같은 존재들이다. 남자들은 여성들의 계획에 조력자 같은 존재로 기능한다. 셜록도 그랬고, 툭스베리도 그랬다. 셜록도 에놀라를 어린아이 대하듯 행동하는 것 같지만 항상 에놀라의 의사를 무시하지 않는다. 툭스베리도 애놀라의 사건 해결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에놀라를 그 자체로 인정한다. 두 남자의 모습을 보며 '이것이 진정한 매너지' 싶었다.
3. 이 영화가 로맨스를 그리는 방법
이 영화도 로맨스가 있다. 전편보다 더욱 진한 로맨스가 있는데도 그것이 그리 거슬리진 않다. 에놀라는 툭스베리가 좋으면서도 남자답지 못하다는 핑계를 대며 겉으로는 밀어낸다. 반면, 툭스베리는 에놀라를 좋아하지만 마음을 고백하는 데 있어에 에놀라에게 남자로 인정받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난 이 점이 툭스베리의 남자다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은근슬쩍 표현하지만 에놀라의 삶, 성격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표현하는 점이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에놀라는 싸움에 능하지만 그는 춤과 꽃에 해박한 남자이기에 상반된 매력이 더 눈길을 끌었다.
절대적 여성성과 남성성은 없다. 성향 차이만 있을 뿐이고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의 구분은 이제 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조금은 산재해있는 성별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인식은 이제 구시대적 발상으로 취급받아야 할 듯하다. 여러 사람의 인생을 관습의 구렁텅이로 몰아갈 뿐이니까.
4. 총평
영화에 등장하는 모리아티의 존재에 주목하시라. 모리아티의 범행 동기는 무시받아온 권력자에 대한 통쾌한 한 방이 될 수도 있고, 자신에 대한 나르시시즘일 수도 있다.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일 수도 있고 사이코패스의 사회 탓일 수도 있고. 보는 사람 마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시즌 3 나왔으면 좋겠다. 셜록과 에놀라의 제대로된 공조 또 보고 싶다. 유도리아가 추구하는 여성 존중 사회를 만드는데 에놀라가 기여하는 또다른 사건으로 찾아와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