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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Nov 06. 2022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아련 필터

영화 20세기 소녀 리뷰

영화 20세기 소녀를 보았다. 처음엔 볼 생각이 없었는데 친구들의 추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내가 로맨스 영화를 보지 않는 몇 가지 이유를 대자면 내용이 모두 예상 가능하기 때문에 그리고 대사가 심히 오글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외도 존재한다. 내용이 가진 클리셰를 넘어설 만큼  눈에 띄는 장점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 이 영화, 분명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리뷰한다.


1. 영화 속 뽀샤시 필터의 매력

이 영화는 뽀샤시 필터가 씌워져 있다. 그래서인지 안그래도 잘생기고 예쁘게 생긴 배우들이 더 빛나 보이는 효과가 있다. 감독에 의하면 " 세기말의 느낌을 내기 위해 색감을 올렸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첫사랑의 감정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가진 아련함을 극대화시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영화 늑대소년도 이 영화처럼 뽀샤시한 느낌이 드는 지점들이 있다.  그래서였는지 늑대소년도 과거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이 느껴진다.


누구나 과거를 그리는 감정에 아련 필터 한 겹 정도는 씌워져 있나 보다.


2. 복고라는 확실한 소재

이 영화는 복고적인 소재를 갖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21세기가 되기 직전이기 때문에 삐삐, 카메라, 비디오 테이프 등의 소품들이 등장한다.


이런 복고적 소품들은 잘 구현해내기만 해도 사람들의 호평을 불러일으키는 마력이 있는 소재들이다. 조건은 잘 구현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이런 소재들을 잘 표현했다.  영화를 둘러싼 아날로그적 감성이 이들의 사랑을 더 아련하게 만드는 듯하다. 이젠 우리 곁에 없는 이 모든 소품들처럼 운호와 보라의 로맨스도 그 시대에 멈춰있기에. 그 시절 소통 수단이 가진 불편함 때문에  마음을 표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인지 관객이 느끼는 긴장감은 커진다.  


3. 20세기에 갇힌 마음

보라는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20세기의 운호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운호와의 사랑이 끝맺어지지 않았기에. 사랑을 약속했지만  끝맺지 못하고 떠나가면 남은 건 미련뿐이니까.


보라에게 운호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몇 가지 물건들이 있다.  카메라, 자두나무, 영화 '정사', 방송반 등등.  직업마저 성우 다. 성우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운호를 잊지 못했다라고 볼 수 있다.  '목소리가 좋다'라고 말했던 운호의 말,  운호의 카메라 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환경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매년 꽃이  피어나는 자두 나무를 봐도 운호를 떠올리겠지. 결국 보라는 20세기 소녀에서 성장을 멈춘 21세기 사람, 어른 아이가 된 것이다.  보라는 운호를 간직한 채 껍데기만 살아내고 있는 듯 보인다.


5.  총평

연두와 보라의 관계가 인상적이었다. 질투가 없는, 나보다 내 친구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는 마음, 그래서 내가 조금 희생하면 되겠지 라는 마음이 판타지 같았다. 우정도 이리 판타지로 표현될 수 있는 단어인가 싶을 정도로. 현진과 운호도 마찬가지다. 운호와 현진의 관계도 그렇다. 한 여자를 두고 경쟁하지만 싸우진 않는다.  그만큼 영화는 노골적으로 보라와 운호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다.


이 영화는 불친절하다. 영화의 로맨스 흐름 상 필요한 전개 말고는 그 어떤 정보도 주어지지 않는다. 로맨스 주인공인 운호와 보라의 가족  등의 배경 외에 현진, 연두의 배경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이지 않다. 운호가 뉴질랜드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하지만 영화를 보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그저 로맨스의 미묘한 감정 표현이 중요하지, 그런 자잘한 설정이 중요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 불친절함 때문인지 영화의 감정이 잘 보인다. 그 감정선을 잘 이어주고 보관하는 매개체가 바로 카메라다.  보라가 운호에게 빠지는 계기도 카메라고, 운호를 다시 기억해내는 매개체도 카메라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을 카메라에 보관하는 것, 그것이 20세기 끝자락에 살던 청춘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신세대적인 고백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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