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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hilarious Dec 04. 2022

기발하지만 어딘가 허술한 상상력

영화 올빼미 리뷰

실록에 상상력을 더해 미궁에 빠진 소현 세자의 죽음의 진실에 다가선다. 인조가 통치하던 조선,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간 소현세자가 돌아올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한 맹인 침술사가 궐에 입궐한다. 그는 빛이 있으면 맹인이 되지만 빛이 없는 상태에서는 조금 볼 수 있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가는 인물이었는데......  이 사실을 소현 세자가 알게 되고 그는 소현 세자의 특별한 친구가 된다. 이후 소현 세자의 시해 현장을 목격하게 되자, 그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일개 백성으로서 봐도 못본척 해야 할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진실을 직시해야 할지.


1. 맹인이라는 독특한 소재

주인공 맹인 침술사 경수는 확실히 눈길을 끄는 독특함이 있다. 남들이 볼 때는 못 보고 보지 못할 때 오히려 잘 보이는 사람이라는 설정이 그의 강점이다. 이 설정이 그를 소현 세자 시해 사건의 키를 쥔 인물로 만들어 몰입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준다


특히 범인이 그를 의심해 바늘을 눈앞까지 갖다대는 장면이 이 영화를 돈 주고 볼 만큼 괜찮은 장면이었다. 어둠 속에서는 조금 볼 수 있다는 능력을 모르는 사람들을 속여나가는 과정 속에서 몰입감이 배가되고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그의 능력은 그가 소현 세자 시해 사건의 목격자라는 사실을 숨길 수 있게 했지만 조용히 살아가고자 했던 그를 권력 암투의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영화가 가진 빠른 템포와 흡인력은 인정한다. 그래서 영화가 흥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기발하지만 조금은 무리수였던 상상력

그는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 평민이기에 윗사람의 부정을 보아도 모르는척 해야 한다. 궁 밖에서 그를 기다리는 동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소현 세자의 시해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는 왜 설정값을 뚫고 정의로운 인물로 거듭났을까 생각해본다면 소현 세자가 그에게 준 정이 큰 역할을 한다.


이것은 훈훈함은 유발하긴 하는데 그의 기본적 설정값을 이겨낼 만큼 큰 사건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당신의 가족의 안위가 가장 중요했던 사람이 한 사람의 따뜻함 덕분에 갑자기 정의로워지는 게 자연스러운 서사인가 고민했다. 크게 공감이 되지 않는 포인트였다. 그는 소현 세자의 편에 서서 궁궐 내 암투에 뛰어들어 어쩌면 '주제 넘을 수 있는' 개입을 시전한다. 하지만 그 개입의 당위성이 다분히 의심스러울 만큼 소현 세자와 경수의 감정적 빌드업이 미약했던 것 같다.


영화가 실록 속 한 줄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졌다던데, 상상력으로만 커버할 수 없을만큼 역사적 자료가 모자랐던 것이 아닐까.


3. 캐릭터의 단순함

영화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은 영화 '광해'와 같은 팩션 영화였던 것 같은데 인물들이 단편적이라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된 면이 있었다.


영화 속 인조는 다분히 일차원적인 캐릭터이다. 아예 영화에서 소현 세자의 의문사의 범인을 인조로 확정해 그를 악역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는 소현 세자와 오랑캐 문제로 싸움을 벌이고 명나라와의 명분을 중요시해 청에 대해 피해 의식을 가진 왕, 현대에 후손들이 해석한 스테레오 타입 그대로의 왕이다. 영화 속에서 경수가 하는 일만 상상력으로 채웠고 인조와 소용 조씨 등 캐릭터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에서 벗어나지 못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인조의 미치광이 면모가 강조되어 캐릭터들이 단조로웠다. 소현 세자의 죽음 이면에 인조의 새로운 모습을 예상해 볼 수 있는 상상력을 더했으면 어땠을까.


4. 총평

그렇다고 이 영화가 망작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소재의 독특함과 빠른 전개가 장점인 영화인 만큼 초반 전개만으로도 보러갈 가치가 있다. 상업 영화로서 보러갈 가치가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야기할 필요없을 정도다. 오히려 서사가 가진 아쉬움을 배우들의 연기로 밀어붙인 것이 아닐까 싶다. 유해진 배우의 미치광이 왕 연기도 좋았고 류준열 배우의 시선 처리도 정말 탁월했지만 소현세자를 열연한 김성철 배우와 강빈 역의 조윤서 배우의 연기도 눈길을 끌었다. 두 배우는 짧게 나왔음에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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