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식재료를 공부하는 식도락가
12가지 식재료 중 네 번째 "한우"
2007년에 전설이라 불리던 한우집을 갔었습니다. 둔내 인터체인지 근처에 덩그러니 있던 그 집, 지금 그곳은 없어졌지만 훨씬 더 럭셔리한 모습으로 서울에 오픈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 그곳에서 맛본 한우의 기억과 가게 주인장께서 해준 이야기를 적어 보겠습니다.
이 사진처럼 고기를 가져다줍니다. 덩어리 그대로의 등심을 나무판에 올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덮은 상태입니다.
플라스틱 뚜껑을 열면 이런 자태를 뽐냅니다. 빛깔이 참 곱죠? 제겐 한우가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일행이 보는 앞에서 커팅을 시작합니다.
잘린 면의 색이 다릅니다. 좀 더 짙은 빛이 나네요, 신선한 고기는 공기를 만나 숙성이 되어야 선홍빛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주인장께서 인원수에 맞게 고기를 잘라 줍니다. 손님이 몇 인분 달라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인원에 맞는 양을 주인이 정해 주는 식입니다. 더 많은 분들께 맛 보여 드리기 위함이라 하더군요, 나중에 들었더니 8명 이상 단체는 예약을 받지 않는다 합니다. 그 자리에서 잘라서 그램수를 확인시켜 주고 몇 인분입니다 라고 말씀을 해주십니다. 저희 일행은 7인분 50g을 받았습니다.
불판에 올렸습니다. 여기서 잠깐! 일반적으로 고기를 구울 때 숯을 쓰는 것이 좋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일반 브루스타를 썼습니다. 판만 돌판입니다. 왜일까요? 숯의 향이 고기의 향과 맛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 합니다. 살짝만 익혀서 그 향을 맡게 해 주셨는데, 정말 달콤한 향이 나더군요... 참고로 이 고기는 한우 암소 1++ 등급입니다.
한번 뒤집었습니다. 흔히 고기는 한 번만 뒤집어야 한다 라고 알고 있는데, 고기의 두께에 따라 뒤집는 횟수도 달라져야 한다고 하더군요, 이 고기는 두께가 어른 검지 손가락 첫 번째 마디 정도 되어 2~3번 정도 뒤집는 것이 더 낫다고 합니다.
이제 자를 차례입니다. 고기에 있는 지방층을 선으로 구분하여 잘라야 각 부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그 잘린 부위에 따라 굽는 정도도 달라져야 한다고 합니다.
맨 위의 지방층 윗부분, 두 지방층 사이의 삼각형 부분, 아래 지방층 밑부분, 오른쪽 끝부분
이렇게 4 부분으로 크게 자르는데, 삼각형 부분이 가장 맛있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지금 집게로 잡고 있는 부분이 가장 맛있는 삼각형 부분입니다. 그것을 다시 둘로 자르는 모습입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먹는 데 정신 팔려서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 없었습니다.
아래에 고기를 준비해주시면서, 설명해주신 여러 가지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정리했습니다.
■ 한우 등심 먹는 방법
0. 숯불에 굽지 말아라.
1++ 나 1+ 등급의 고기는 절대로 숯에 굽지 말라고 하더군요, 고기의 맛을 숯의 향이 되려 망친다고 합니다.
1. 소금을 뿌려서 먹어라.
소금 기름장이 아닙니다. 그냥 소금입니다. 소금을 찍어서 먹는 것도 아니고 고기 위에 소금을 손가락으로 살살 뿌려서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왜냐?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은 채로 소금을 찍으면 보통 혀에 제일 먼저 닫는 부위가 소금 찍힌 부위가 되기 쉽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소금의 강한 짠맛을 먼저 느끼고 고기의 맛을 느끼게 되므로 고기의 참맛을 느끼기 어렵다고 합니다.
2. 3번 먹은 후에는 혀를 원상태로 돌려라.
고기를 3 덩이 정도 먹으면 기름이 혀에 끼어 다음번 고기의 참맛을 느끼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때 혀를 씻어 줘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구운파를 초간장 소스에 찍어서 먹도록 함으로 혀의 기름을 제거해주었습니다.
3. 깻잎, 파, 양파의 강한 향을 피해라.
깻잎은 쌈으로 굉장히 좋은 재료지만 향이 너무 강해 좋은 고기를 먹을 때는 피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깻잎은 아예 내어 놓지도 않았습니다. 파, 양파도 향이 강해서 구워서만 먹도록 했습니다.
4. 쌈을 싸서 먹지 말아라.
위와 같은 맥락입니다. 쌈을 싸면 상추, 쌈장, 마늘, 고추 등 여러 가지가 고기의 맛을 어지럽힌다고 합니다.
고기를 드신 후에 상추를 쌈장에 따로 찍어 먹는 것이 좋은 습관이라 합니다.
■ 소의 종류 (고기 맛의 순서대로)
한우 암컷 : 2~3번 송아지를 출산한 한우 암소가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한우 거세 소 : 태어나자마자 거세한 한우 수소
한우 수컷 : 말 그대로 한우 수소
육우 : 젖소가 출산한 수소를 거세한 소
젖소 : 젖을 짜기 위한 소
기타 등급 외 소
■ 고기의 등급
1++ 등급
1+ 등급
1 등급
2 등급
3 등급
■ 고기의 보관 방법
덩어리 채, 또는 두껍게 썰은 채로 진공팩에 넣어서 0도에서 -1도 사이에 냉장 보관
이렇게 보관하면 도출된 지 2달 간은 신선한 생고기로 먹을 수 있답니다. 도출이 언제 되었는지 잘 모르니 1달 정도로 보고 드시라고 합니다. 저 온도를 맞추려면 김치냉장고에서 "중"으로 놓으면 된다고 하네요~
■ 고기에 관한 일반적인 오류
식당에서 오늘 아침에 잡은 신선한 고기입니다라는 말은 무조건 거짓말이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를 도축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언제나 오후 3~4 시라고 하네요...
그리고 도축한 후 24시간이 지나야 등급이 매겨진다고 하고요
또한, 소도 사후 경직이라는 것이 있어서, 한우 암소의 경우 도축하고 7~10일이 지나야 가장 맛있는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 국내산의 의미
아무 의미 없답니다. 무조건 "한우" 라 되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합니다. 외국소가 한국에서 도축되면 그 넘도 국내산이라고 하네요...^^
■ 차돌박이
서울서 먹는 차돌박이는 대부분 양지랍니다. 그나마 비슷한 넘이 차돌양지라고 합니다.
이름난 차돌집 가서 혹시 차돌양지 쓰시는 거 아니죠?라고 말하면 알아서 잘해 줄거라 하네요~ ^^
차돌박이는 아래 사진처럼 9자 모양의 지방이 박혀있는 넘을 말하는데,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이 무척 작다고 합니다. 9의 둥근 부분이 차돌처럼 박혀있고, 9의 직선 부분이 뿌리처럼 박혀있어서 차돌박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거라네요~ 차돌박이는 질긴 부위라 얇게 썬다고 합니다. 얇게 썰었기에 살짝 익히건, 많이 익히건 부드럽게 먹기에는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 차돌박이 초밥(일명 숟가락 초밥)
꼬들밥, 초밥을 숟가락에 조금만 담습니다. 숟가락에 평평히 눌러서 담는 느낌입니다.
고추냉이를 숟가락에 얹어 놓고, 잘 익은 차돌박이의 기름을 불판 위의 통 양파에 올려 눌러서 제거한 뒤,
간장에 담그고, 다시 초간장에 담가서, 잘 털어낸 후, 숟가락 위에 얹어 먹습니다.
이 맛이 예술입니다. 난생처음 경험해본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집에서도 조리가 쉽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먹기 바빠서 역시 사진 못 찍었습니다. ^^
이곳에서는 처음에 등심을 주시고, 그 후에 차돌박이를 주시고, 초밥 만들어 먹는 법을 알려주신 후,
우삼겹 불고기를 주시고, 밥과 된장찌개를 주십니다. 운이 좋으면 안창살도 주신다고 하는데,
저희가 갔을 땐 이미 안창살은 다 떨어지고 없었습니다.
이렇게 먹었더니, 등심 양이 좀 모자란다 싶었지만 배는 기분 좋게 불러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때도 전설이었지만 이제 정말 전설이 된 그 집. 서울에서 다시 만날 수 있지만 그 시절 방식 그대로를 만나긴 어려울 텐데요, 요즘은 좋은 한우를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댁에서 이 방식대로 드셔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한 번 맛보려면 가격 부담이 상당하여 큰 맘먹고 시도해야 하는 한우. 부디 이 글과 함께 더 맛있게 즐기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