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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누구의 것인가?

저작권과 AI 시대의 경계에서

by 랜드킴

나는 오래전부터 '기록'이라는 단어에 약한 사람이다.
누군가의 일기 한 줄, 시 한 편, 흐릿한 연필로 남긴 낙서조차
그 사람의 시간을 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저작권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면, 나는 언제나 법보다 먼저 마음을 떠올린다.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누군가의 노력’이다.
그 노력은 법조문보다 훨씬 먼저, 책상 위에서, 노트 안에서,
무명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노력이 외면당할 때, 우리는 결국 그 사람을 지우는 셈이 된다.

이제 우리는 AI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미지를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는 기계들 앞에서
사람은 창작자일까, 소비자일까, 아니면 단순한 데이터 제공자일까..


누군가 AI가 만든 그림을 보고 감동했고,
또 누군가는 그 이미지가 ‘내 작품을 베꼈다’고 주장한다.
그 사이에 서 있는 우리 법은 아직도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현행 저작권법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창작물'만을 보호한다.
즉, 인간이 아닌 존재, 예컨대 AI가 만든 콘텐츠는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AI가 창작한 결과물의 데이터는 누가 제공했는가,
그 결과물을 선택하고 편집한 사람의 기여도는 어디까지 인정되는가 하는 복잡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예술의 영역이 기술의 영역과 겹쳐질수록,
우리는 저작권이라는 개념 자체를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더 이상 “누가 썼는가?”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왜 썼는가?”, “어떻게 쓰였는가?”,
그리고

“그 결과물이 누구에게 의미가 되었는가?”가 중요해지는 시대다.

나는 AI가 나의 상상을 도와주는 조력자이길 바란다.
대신, 그 상상이 ‘내 것’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세심한 장치가 함께하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저작권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계가 만든 이미지라도, 사람이 그 안에 넣은 의미는 존중받아야 한다.
창작은 결국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기록은 누구의 것인가?”
그 질문을 외면하지 않는 사회,
그 질문에 책임지는 기술,
그 질문 앞에서 지켜주는 법.
나는 그런 시대를,
그리고 그런 저작권을 기다린다.


- IP지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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