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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su Mar 23. 2021

'레이어드 홈', 집 그 이상의 공간

코로나 시대 속 보다 다양해진 집의 의미

- ‘레이어드 홈’, 보다 다양해진 현대인의 ‘집’의 의미


2020년 시작된 코로나 사태로 현대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이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집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집은 기존에 밖에서 하던 일들을 안으로 들여와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갖춘 공간이 되었다. 사람들은 집에서 업무를 보고 회의를 진행하고, 운동하고 취미활동을 즐기며 집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중요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트렌드코리아 2021’는 이렇게 집의 기능이 다층적으로 형성된다는 의미로 ‘레이어드 홈’이라는 트렌드를 제시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집의 기능이 강화되면서 각종 가전, 가구와 인테리어 산업에 큰 발전을 가져왔고 IoT(사물인터넷)와 같은 기술적인 분야도 큰 성장을 하였다. 이렇게 집은 변화하고 있고 집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 또한 변하고 있다. 생각이 변하면 미래가 변하듯이 앞으로의 ‘레이어드 홈’ 트렌드에 대한 방향이 궁금해지는 바이다. 


- 애프터코로나 시대 속 현대인의 모습


사실 이러한 트렌드가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후에도 지속될 것인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아니면 우리 삶 속에 자리잡아 마스크 쓰는 삶이 계속될지도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언젠가는 지금의 상황보다는 많이 나아지고 안정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트렌드코리아 2021’은 ‘레이블링 홈’ 현상에 대해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에 크게 동의하지는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국 집은 본래 안식처로서의 역할이 다시 강조되고 현재 집의 다양한 기능 중 개인이 꼭 필요하다고 기능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 전처럼 사회가 다시 활발해진다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예전과 같아질 것이다. 사람들은 대면 관계가 다시 익숙해지고 집보다는 밖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현재 상황 속 사람들은 밖에 나갈 여건이 되지 않아 집에서 많은 것을 해결하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즐길 여건이 된다면 더 이상 주말을 집에서 달고나 커피나 천 번 이상 꼬은 꿀타래를 만들며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보다 전문적이고 더 발전된 기술과 컨텐츠를 원한다. 코로나로 인해 크게 발전한 홈뷰티 시장의 예를 들면, 사람들은 과거에 전문숍에서나 쓰던 기기가 홈케어 제품으로 나와 집에서도 관리가 가능해 졌지만 더 세심한 관리를 원하는 많은 고객들은 다시 피부관리샵과 마사지샵을 찾을 것이다. 시장에 새로운 유형의 더 전문화된 서비스가 나온다면 그들은 기꺼이 소비를 할 뜻이 있는 사람들이다. 또한 최근 집에 안마의자를 두는 가정이 흔해 졌지만 전문가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마사지샵에 대한 수요는 다시 회복할 것이다. 집의 진화된 기능 중 가장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홈트’ 역시 헬스장의 이용이 원활해지면 그 주목도가 떨어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집에서 운동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헬스장 특유의 경쟁적인 분위기와 인프라를 경험하기 위해 매번 헬스장을 등록한다

이렇게 외부활동이 잦아지고 밖에서 많은 일을 다시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집은 쉬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해진다. 밖에서 하루 종일 경제 활동을 하고 귀가한 직장인들은 더 이상 집에서 휴식 이상의 활동을 선호하지 않게 되고 집 안과 밖의 경계선은 더욱더 뚜렷해질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 자체가 줄면서 현재 가장 큰 호황을 맞은 인테리어 산업도 그 주목도가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요즘 트렌드와 별개로 많은 2030세대의 젊은이들은 코로나 사태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취업의 문턱은 더더욱 높아졌고 경제 상황은 양극화되었다. 누군가는 집이 호텔처럼 꾸밀 계획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이번 달 밀린 월세를 걱정한다. 이렇게 현실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집에 큰 신경을 쓰긴 무리가 있다. 현재 젊은 세대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종결된 후 이들은 집은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한 체 전처럼 카페를 이용한다는 지 등 외부의 짧은 경험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


- 호텔은 호텔이고 집은 집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집을 보다 호화롭게 꾸미려는 욕구도 커지는 양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호텔 같은 집”을 꿈꾸며 본인만의 감성으로 집을 꾸민 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다. 그러나 집을 호텔 같이 유지시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는 것도 한두번이다. 소설가 김영하는 집을 두고 “오래 살아온 공간에는 상처가 있다”고 말하며 우리가 호캉스를 즐기는 이유는 호텔에는 “일상의 근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들의 집에는 널어야 될 빨래, 설거지해야 될 그릇 등 공간 구석구석 상처가 존재한다. 아무리 집을 호텔 같이 꾸며도 호텔에 온 것처럼 근심 없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호텔은 집이 아니고 집은 호텔이 아니다. 요즘 호텔 같은 집을 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지만 두 공간은 구분되어야 각 공간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몇 년 전에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거실을 서재로” 꾸미는 가정이 갑자기 많아졌는데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이 TV가 있는 안방에 하루 종일 머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었다. 거실은 거실 답게, 집은 집 답게 휴식과 집안일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집에 대한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IoT의 발전으로 더욱 다양한 기능이 가능해진 현대인의 집


- 홈 오토메이션, 미래 산업의 요람


앞서 언급했듯이 “레이어드 홈” 트렌드의 방향은 “휴식”과 “효율”의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휴식을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홈 오토메이션 영역은 앞으로도 유망할 것이라 전망된다. 집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IT 기술의 발전 가능성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전부터 유비쿼터스, 스마트홈 등 새로운 기술이 제안되었지만 최근의 사물인터넷(IoT)는 그 주목도가 남다르다. 집의 본래 기능인 “일상생활로부터의 안식처”라는 기본 틀을 유지한 체 개개인마다 꼭 필요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집의 개념은 앞으로 더 우리의 삶을 편하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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