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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Sep 09. 2018

이게 뭐라고 나는

'이게 뭐라고' 하는 것들의 가치

@keepgoing.kr 의 인스타그램




지난주 제가 올린 인스타그램 이미지입니다. 웬만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사진만 언뜻 봐도 이름과 맛을 떠올릴 수 있는 '수박바'입니다. 1,000원짜리 한 장 들고 집 앞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아무 곳이나 들어가면 사먹을 수 있는 흔하디 흔하고, 평범한 수박바가 지난주 제 인스타그램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여름, 유독 수박바가 먹고 싶었습니다. 수박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수박바는 왜 이렇게 먹고 싶었는지요. 그런데 쉽게 사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수박바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전체적으로 빨갛고 아랫부분 1cm 정도는 초록색인 오리지널 수박바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여름 내내 수박바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제가 가는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는 새로 나온 상품인 전체가 다 빨간 수박바, 윗부분 90%가 초록색인 거꾸로 수박바, 노란 수박바만 팔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다 지나고, 수박바에 대한 미련도 점차 사라져 갔습니다. 지난주 어느 날, 퇴근 후 집에서 저녁을 먹고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데 남편이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꺼냅니다. 바스락바스락~ 남편이 손에 들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오리지널 수박바였습니다. 그 순간 남편은 (잠깐) 백마 탄 왕자님(수박바를 든 왕자님)이었고, 그 장면은 슬로비디오로 보였습니다. 수박바를 정말 맛있게 먹고, 이 날의 감동을 기념하고 기억하고자 저는 인스타그램 어플을 열었지요. 이렇게 수박바는 제 인스타그램 타임라인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바, 이게 뭐라고 말입니까.  




그게 밥 먹여주니?


'이게 뭐라고' 라 하는 말은 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하찮은 것, 별 것 아닌 것에 쓰는 말입니다. 부사로는 고작, 기껏이라는 단어와 어울리고, 감탄사(?)로는 에걔~, 의태어로는 피식 정도가 어울리겠네요. 어렸을 때 엄마한테 많이 들었던 "그게 밥 먹여주니?"라는 말도 떠오릅니다.


그렇습니다. '이게 뭐라고'라 여겨지는 것들은 하찮습니다. 굳이 눈길이 가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밥도 먹여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입니다. 제가 결국 수박바를 먹지 못했다고 해도 생명에 지장은 없었겠죠. 때론, '이게 뭐라고'라고 하는 것에 집착하면 다른 차원에 사는 사람으로 오해받거나, 꼭 해야 할 일들을 그르치게 되기도 합니다. 즉,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본질', '주류', '핵심'과는 조금은 동떨어져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하는 결정적인 사실은 '이게 뭐라고'라는 것이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에게는 중요하고, 나는 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정말 하고 싶고, 애정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가볍게 여기기엔
너무 무거운
'이게 뭐라고'


'이게 뭐라고'라 여겨지는 것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이게 뭐라고'라는 말을 검색해보면 이와 관련된 다양한 해시태그가 노출됩니다. 해시태그를 보면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밥도 먹여주지도 않고, 하찮은 '이게 뭐라고'라는 존재로 행복하기도 하고, 신나고, 설렙니다. 뿌듯하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감동도 받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굳이' 하면서 힘들기도 하고, 난리를 피우기도 합니다. 별 것 아닌 '이게 뭐라고'에 희로애락이 담겨 있습니다. 역시 그냥 간과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이게뭐라고'라고 검색해보면 이게 뭐라고 느끼는 감정들에 대한 태그와 수많은 게시물들이 올라와있습니다.


'이게 뭐라고'와 관련된 태그가 달린 게시글들을 하나하나 확인해보니, 해시태그만큼 다양한 '일상'들이 올라와있었습니다. 음식 사진, 어린아이들 사진, 다양한 물건들, 직접 그린 그림, 요리 사진, 연인과 함께하는 시간, 운동하는 모습, 아이돌, 직장생활 등 보편적이고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이 다양한 이미지들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그냥 아무것도 아니지만, 누군가에겐 감정과 추억과 보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삶의 소중한 일부분입니다. 


'이게 뭐라고'를 최근 트렌드인 '소확행'에 대입시켜볼 수도 있습니다.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합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등장하는 단어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소확행으로 표현했습니다.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인스타그램을 한다면, 서랍 안에 속옷들을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말아 넣어놓은 사진과 함께 #이게뭐라고행복 #이게뭐라고뿌듯 #이게뭐라고힘드냐 와 같은 해시태그를 달아놓지 않았을까요?




'이게 뭐라고' 하는 것들의 가치


'이게 뭐라고'라 여겨지는 것들은 더 이상 하찮게 여기면 안 됩니다. '이게 뭐라고'라 여겨지는 것들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며, 직장에서의 업무에도 도움이 되며, 경제적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이 시점에서 어른들의 '그게 밥 먹여주냐?"라는 말을 떠올려봅니다. 이 세대는 더 이상 밥을 고민하는 세대가 아닙니다. 게다가 밥 만으로 살 수 없습니다. 심지어 밥을 먹지 않아도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더욱 힘을 싣습니다.


'이게 뭐라고' 하는 것들의 가치를 세 가지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01 | 존재적 가치


이게 뭐라고?
이게 전부다!!


며칠 전 17년 만에 열리는 HOT 콘서트 티켓 예매가 있었습니다. 이미 30대 중후반이 되어버린 HOT 팬들은 이번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콘서트 티켓 예매를 위해 퇴근 후 PC방으로 향했습니다. 티켓 예매가 열리는 오후 8시로 타임워치를 세팅해놓고, 예매 화면을 열어 예매 버튼에 커서 맞춘 후 마우스에 손을 얹고 스탠바이 합니다. 나 혼자도 부족해 모든 가족과 친구들을 동원합니다. '이게 뭐라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이게 뭐라고'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이게 전부'입니다. 학창 시절 이름만 들어도 설레고 좋았던 오빠들의 컴백이 17년이 지난 지금도 삶에서 큰 이벤트가 되고,  활력소가 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게 뭐라고라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먹을 것, 강박이라고도 표현되는 집착하는 부분들, 사랑하는 사람들의 작은 행동, 취미생활 등"과 같은 것들이 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존재가 되며, 존재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 힐링이 되며, 재미를 더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게 뭐라고'라는 것으로 나 자신을 혹사시키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결국 저마다의 뿌듯함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저의 '이게 뭐라고' 중 하나인 나노블럭 조립입니다. 이게 뭐라고 날씨 좋은 주말에 방구석 콕 박혀있기도 하고, 잠을 반납하기도 합니다.


02 | 업무의 가치


업무에 엣지를 더하는
'이게 뭐라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게 뭐라고'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게 두 가지 상황인데 한 가지 상황은 굳이 이렇게까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일을 상부의 지시를 받아서 하게 될 때입니다. 제 경우에는 아주 높은 분들의 등장 시 이런 말들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극진한 의전을 받아야 하는 분들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 때문에 정작 중요하게 챙겨야 하는 것들이 뒷전이 될 때 저도 모르게 '이게 뭐라고 이렇게 까지 하나'라는 말들이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여기서 이게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닌, 의전하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상황은 이렇게까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은 동일하지만, 자발적인 것입니다. 보고서를 쓸 때 대세에 지장이 없는 사소한 디자인에 한 번 더 손을 대거나 문장을 고쳐 쓰는 것, 행사에 참여하는 참석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선물들을 고르고 또 고르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게 뭐라고 야근을 자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이게 뭐라고'라는 것에 하는 것에 디테일과 엣지가 더해지고, 남다른 성과물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게 뭐라고 라 여기는 작은 행동으로 인해 함께 일하는 상사, 동료, 부하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팀워크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게 뭐라고 눈에 계속 거슬립니다. 네티즌들의 제보로 지하철 안내판 디자인이 변경되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이게 뭐라고'라 여겨지는 것에 더욱 민감할 것 같네요. (출처 : 구글)


03 | 경제적 가치


돈 벌어주는 '이게 뭐라고'


'이게 뭐라고' 하는 것들이 돈도 법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저는 '이게 뭐라고'의 가장 큰 경제적 가치를 '굿즈'라는 것에서 찾고 싶습니다. 유통업계에서 새로운 마케팅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는 굿즈는 특정한 문화에 대한 이슈를 상품에 담아 상품의 가치를 더하는 것입니다. 굿즈는 팬시한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연예인들의 사진이 될 수도 있으며, 특정 캐릭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굿즈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상품이 아닙니다. 상품을 구매하면 딸려오는 일종의 비매품입니다. 그러나, 요즘엔 굿즈를 얻기 위해 상품을 구매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돌의 팬덤이 커지면서 음료/식품 등 업계에서 굿즈 시장의 매출이 2017년 기준 연 1,0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이 시장의 매출 증대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것은 비밀입니다. 이 나이에 이게 뭐라고 난리인가 싶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얼굴이 박혀있는 굿즈들을 갖고 싶은걸 어쩌겠습니까.


굿즈 마케팅을 가장 잘 한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는 바로 '스타벅스'입니다. 스타벅스는 2004년부터 매년 말이 되면 프리퀀시 제도를 시행하여 다이어리를 증정합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굳이 스타벅스 음료를 마셔서 다이어리를 받는 것보다 그냥 다이어리를 구매하는 것이 더 이득입니다. 그러나 저 또한 또한 매년 말이 되면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얻기 위해 굳이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십니다. 이게 뭐라고 말입니다. 저 같은 사람으로 인해 연말 스타벅스의 매출은 매년 8%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5년부터 모은 스타벅스 다이어리입니다. 올해 말이 되면 또 이 다이어리를 얻고자 열심히 스타벅스를 드나들겠지요. 이게 뭐라고...




"이게 뭐라고"라 말하지 마요


글을 쓰다 보니 '이게 뭐라고'라 불리는 것들은 무궁무진합니다.

또한, 그 가치 또한 다양한 형태와 규모로 나타납니다.

가치 없는 것이라 여겨졌던 '이게 뭐라고'에서 전혀 새로운 가치들이 창출되고 있습니다.

'이게 뭐라고'라 하는 것을 꾸준히 하며 자신의 직업으로 만든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젠 진짜 밥도 먹여주는군요.


나만의 '이게 뭐라고'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게 뭐라고'가 때론 나를 위로해 줄 것 입니다. 때론, 나를 행복하고, 즐겁게 해주기도 하겠죠.

가끔은 '이게 뭐라고'하는 것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할 것입니다. '이게 뭐라고' 내가 이 고생이야. 라며 말이죠. 그렇지만, 당신은 '이게 뭐라고'를 내려놓을 수 없으며 결국 그것으로 인해 성취와 보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게 뭐라고'를 아껴주고, 늘 가까이하며 발전시킨다면 돈도 벌어다 줄 것입니다.


개개인의 삶에서 '이게 뭐라고'라 표현되는 것들은 유니크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며, 자신을 투영하는 또 하나의 형태라고까지 표현하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직장인에게도 '이게 뭐라고'라 여겨지는 존재가 고민을 해결하는 꿀팁이 될 수 있겠지요.


앞으로는 남이 보기에는 비효율적이어도 본인은 정말 그 일이 하고 싶은, 즉 편애에 기인한 기호를 얼마나 소중히 키우고, 그것을 비즈니스로 이어갈 수 있느냐가 가치 높은 자본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비효율적인 개개인의 기호가 새로운 자본이 될 것이다.
- 오바라 가즈히로의 <놀 줄 아는 그들의 반격> 중에서



이 글에 '이게 뭐라고'가 몇 번 나올까요?


이게 뭐라고 스크롤을 올려보려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게 뭐라고 저도 세어봤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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