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그니처 룩을 만들고 싶습니다.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앙드레김,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먼저,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인류의 삶을 바꾸었을 만큼 엄청난 업적을 남겼거나,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마지막으로 꼽을 수 있는 공통점은 그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을 때 분명하게 그려지는 시각적 이미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차지하는 90%가 그들이 입는 '옷' 일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늘 검은색 터틀넥에 청바지를 입으며, 마크 주커버그의 옷장에는 회색 티셔츠만 20벌이 나란히 걸려 있다고 합니다. 앙드레김 선생님은 생전에 거의 흰 옷을 입으셨고, 슈퍼히어로들 또한 그들만의 고유한 의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늘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납니다. 이들 뿐 아니라, 오바마, 아리아나 허핑턴, 안젤리나 졸리는 물론,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알마니도 같은 옷을 즐겨 입는다고 합니다.
이들이 늘 같은 옷을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스티브 잡스는 '잇세이 미야케'라는 브랜드의 검정 터틀넥을 좋아해서 계속 그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하루는 뉴욕의 잇세이 미야케 사무소로 스티브 잡스가 직접 전화를 걸어서 자신이 잇세이 미야케 검정 터틀넥을 수백 벌 가지고 있는데 입을 만한 옷이 별로 남지 않아서 추가로 구매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상품은 뉴욕에 재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단종된 지 이미 오래된 상품이었죠. 스티브 잡스는 그 상품의 색과 촉감, 그리고 소매를 걷어올렸을 때의 감촉이 마음에 들어 꼭 그 옷을 입어야겠다고 했으며, 잇세이 미야케 측에서는 수백 벌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스티브 잡스 만을 위한 검정 터틀넥을 만들었다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주커버그는 사소한 의사결정들이 피로를 쌓이게 하고 에너지를 소모시키므로 페이스북을 위한 일이 아니라면 인생에서 최소한의 결정을 하며 살고 싶고, 그러한 이유로 매일 옷을 선택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같은 옷을 입는다고 합니다.
Zuckerberg said, is just not something he wants to waste energy on."I really want to clear my life to make it so that I have to make as few decisions as possible about anything except how to best serve this community, " he said.
- The Men Powerful Enough to Wear the Same Thing Every Day(The New York Times, 2015)
앙드레김 선생님은 어린 시절에 보았던 하얀 눈송이를 잊지 못해서 흰색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고 감동을 받은 계기로 흰 옷을 입게 되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이유가 어떻든 이들이 입는 옷들은 단순의 옷의 의미를 넘어서서 그 사람과 그들의 브랜드를 더욱 영향력 있고, 유니크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에서는 "매일 같은 옷을 입어도 될 정도로 영향력 있는 남자들"이라는 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일자 라인의 원피스나 H라인의 스커트를 활용한 오피스룩을 즐겨 입습니다.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는 어두운 네이비 색상이나 모노톤을 고르고, 스트라이프 패턴이나 화이트 아이템을 매치하여 이지적인 느낌을 더합니다. 신발은 뾰족한 앞코 모양의 메탈릭 한 실버나 골드, 깔끔한 블랙이나 누드, 그레이 컬러의 펌프스를 주로 신습니다. 가방은 옷매무새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숄더백이나 백팩 대신 손에 드는 토트백이나 클러치를 사용하고, 서류들을 충분히 담을 수 있는 커다란 핸드백을 들고 다닙니다.
위에서 묘사하는 '그녀'는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의 아내인 아말 클루니입니다. 아말 클루니는 레바논 출신 인권 변호사로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연출하는 패션으로 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직업이 변호사인 그녀가 일 할 때 입는 비즈니스 룩에 눈길이 가더군요.
내 꿈은 몸짱패피
저도 상상해봅니다.
멋지게 떨어진 검은색 원피스에 높은 굽의 검정 펌프스, 손에는 엔빌로프 클러치를 들고 화창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당당하게 현관문을 나서는 모습, 그리고 패션의 완성인 얼굴, 몸매도 완벽한 그런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말입니다.
제가 늘 농담 삼분의 일, 진담 삼분의 이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 꿈은 몸짱패피(몸매 짱, 패션 피플)가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흰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어도 예쁜 그런 몸매와 그런 몸매에 걸맞는 예쁘고 멋진 옷을 입는 패션 감각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이죠. 물론 그 때마다 지인들을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또한, 매일 멋지게 옷을 차려입은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후 요즘 유행하는 #ootd라는 태그를 붙여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기도 합니다.
결론은 꿈 깨!!입니다.
전날 입을 옷을 미리 준비해놓고 잔다.
매일매일 다른 옷을 입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옷장 안은 꽉 차있는데 막상 입을 옷이 없다.
겉옷뿐만 아니라, 속옷, 양말까지 코디에 포함이 된다.
옷발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있다.
흔히,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만한 모습입니다. 아쉽게도 저는 위의 다섯 가지 항목 중에 한 가지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옷장을 열고 그냥 눈에 띄는 옷을 입습니다. 물론, 중요한 미팅이 있거나 행사가 있는 날에는 다음 날 입을 옷을 미리 준비해놓기도 합니다. 옷장을 열어보면 시커머죽죽(?)하고 칙칙한 옷들로 가득합니다. 옷을 사면 늘 "왜 이런 옷을 골랐냐"며 핀잔을 듣습니다. 쇼핑을 하는 것도 힘들어해서 괜찮다 싶은 옷이면 같은 옷을 여러 번 구매해버립니다. 그리고 옷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옷을 골라 달라고 한 후 친구들이 공유해 준 온라인 URL에 접속해서 그냥 결제하는 방식으로 옷을 사기도 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저를 보고 외모를 좀 가꾸고, 스타일도 좀 바꾸어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실제로 머리 스타일 또한 길이만 계속 바뀔 뿐 중학교 때부터 같은 머리스타일을 고수해 온 것 같네요.
직장인의 옷차림은 전략이다?
사실 제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매력 있게 외모를 가꾸고 싶고, 패셔너블하게 옷도 입고 싶은데 그것은 제게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옷이 예쁘고, 저에게 잘 어울리는지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 모습이 점점 더 큰 고민꺼리가 되어 다가옵니다. 실제로 옷차림이 첫인상에 주는 영향은 실제로 크기 때문이죠. 비즈니스를 할 때는 그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10년 전쯤 EBS에서 방영한 "인간의 두 얼굴"이라는 프로그램이 기억납니다. 프로그램 내에서 이성에게 첫인상에서 점수를 따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같은 사람이 다른 복장으로 쇼윈도에 서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그 사람의 이미지를 평가하게 했습니다.
쇼윈도에 서 있는 사람은 같은 사람이었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옷차림에 따라 추측한 직업과 연봉, 심지어 그 사람에 대한 성격에 대한 평가도 달랐습니다. 왼쪽 모습에는 실험에 참가한 여성들이 남성에게 준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2점이었고, 추측했던 연봉은 약 3,000만 원대였습니다. 반면에, 오른쪽 모습에서는 평균점수 8점, 추측 연봉은 약 7,300만 원대였죠.
위의 사례만 보더라도 직장생활을 하며 '외모'라는 부분을 가볍게 여길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직장인의 옷차림은 유행이 아니라 전략이다"라고 하더군요. 패션 감각도 없고, 외모도 별로 없는 저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
지난주 퍼블리에서 한 콘텐츠를 읽다가 아래와 같은 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침마다 옷이 모자란다. 트렌드에 맞추어 사는 편인데 출근하려면 입을 옷이 없다. 어느 월요일 아침, 뉴욕에 있는 광고대행사 '사치 앤 사치(saatchi&saatch)'의 아트디렉터 마틸다 칼(Matilda Kahl)은 이 옷 저 옷 입어보다가 중요한 회의에 지각했다. 사실 뉴욕의 세계적인 광고회사의 아트 드렉터라면 복장은 자유다. 물론 그것이 더 어렵다. 그녀는 의문을 가졌다. 여성은 왜 같은 옷을 매일 입으면 안 되는 걸까? 여성 직장인은 공작새인가? 옷 때문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그녀는 결심했다. '자라(Zara)'에 가서 흰색 실크 셔츠 15벌과 검은색 바지 몇 벌을 샀다. 좀 심심해 보일 수 있으니 넥타이처럼 리본을 맬 수 있는 가는 줄도 샀다. 그 옷이 3년간 그녀의 유니폼이 됐다. 종교적인 이유로 그러는지 묻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한 저널에 "왜 성공한 사람은 매일 같은 옷을 입는가?"라는 기사가 나온 이후 모두들 그녀의 아이디어를 좋아하게 됐다. 회사에서도 '마틸다처럼 옷 입는 날'을 정해서 성별 상관없이 전 직원이 그녀와 똑같은 옷을 입고 단체사진을 찍기도 했다.
시그니쳐 룩 만들기
마틸다 칼(Matilda Kahl)은 매일 아침 옷장 앞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자신의 시그니쳐 룩으로 자신을 나타내는 고유한 상징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매일 같은 옷을 입는 것이 손가락질을 받을 일이 되거나, 특정한 틀 안에 갇혀있다고 여겨지는 시대가 아닙니다. 옷을 입는 것은 사람의 성향일 뿐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다양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저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고, 유지하고 싶습니다.
물론, 저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찾는 큰 과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마음은 가벼워집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제가 하는 일에서 단지 외모로 평가받지 않도록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네요.
옷은 그저 거들 뿐
자신을 위한 최고의 삶을 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자기 최적화"란 자신에게 최적화된 삶, 즉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며, 가장 편안한 생활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는 기성 제품을 자신에게 맞도록 개량하는 "커스터마이징"이기도 한다.
- 도서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사람이 멋진 시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