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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직딩 May 12. 2019

직장에서의 말들

직장생활 중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마디 말들


직업이나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사람은 일반적으로 하루에 약 7만 단어를 말한다고 합니다.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은 7만 단어 중 대부분을 직장에서 직장인의 언어로 사용할 것입니다.


부서에서 진행되는 주간 회의 시간에 나누는 말들

클라이언트와 나누는 말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나누는 말들

프로젝트 아이디어 회의를 하며 나누는 말들

상사가 지나가면서 한 마디씩 던지는 말들


이처럼, 말들에 둘러싸여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거나
무심코 던진 말에 개구리가 맞아 죽거나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무심코 던진 말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온라인 리서치 기관인 ‘틸리언’에서 10,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 상사에게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의 말은 "빨리 퇴근 안 하고 뭐해?"라고 합니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먼저 퇴근해도 될까요?"라고 말하기 이전에 시원하게 "먼저 들어가"라고 이야기해 주길 바라는 직장인의 바람이 담겨 있는 설문 결과입니다. 그 뒤로 2, 3, 4위를 잇는 말은 "네가 있어 힘이 된다",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 "역시 제일 부지런하네"였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상사의 이와 같은 한 마디 말로 조직에 로열티도 생기고,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출처 : SK 블로그(blog.sk.com)


이처럼 서로가 듣고 싶어 하는 말들만 오가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직장에서 말실수를 해서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벼룩시장 구인구직, 2016년 9월)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말실수가 되어 직장 내 이미지가 나빠지기도 하고, 자신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지기도 했으며 고과에 악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내가 말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들었던 말들 중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몇 마디의 말이 있습니다. 그 말들을 듣고 때론 안도하기도 했고, 말문이 막힐 정도로 당황하기도 했으며, 어떤 때는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으며, 반면에 자존감을 잃기도 했습니다. 


그 몇 마디의 말들을 글로 옮겨 보고자 합니다. 


이 말들이 결코 직장의 말을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글을 읽고 계신 누군가의 상사님들은 늘 그래 왔듯 무심코 한 마디의 말을 내뱉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후배 직원의 인생에서 힘이 되는 말로 기억될 수 있는 말 한마디를 더 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갈 것입니다. 또한, 누군가에겐 공감을 주어서 더 열심히 일해보고자 하는 동기를 붙잡고 있거나, 자존감을 끌어내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 쌓아두고 있었던 한 마디의 말들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도 그렇게 할 것이고요.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사회 초년생 때 저는 은행에서 일했습니다. 하루는 마감하고 현금 시재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루 간의 거래 내역과 메모를 살펴보고, 의심이 되는 부분에서 CCTV를 돌려보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실수의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저는 적지 않은 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답답하고 울고 싶었습니다. 그 때 함께 일하던 대리님, 과장님들은 제게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게다가, 위로의 말 만으로 그치지 않고 십시일반으로 사비를 모아 금전적 손실에 보탬이 되어 주셨습니다. 처음 사회생활을 경험하며 직장은 차갑고 딱딱할 것만 같았는데 처음으로 따뜻함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짜로 제 마음에 새기고, 일을 하며 수시로 꺼내어 보는 한 마디는 이 것입니다. 


다만, 이런 실수는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 술 다 마시기 전까지는 집에 못 가.


"이 술 다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도 아니고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랍니까. 

종교적 신념으로 술을 최대한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술을 마시지만 않을 뿐, 사무실에서든 회식자리에서든 뒤로 빠져 있거나 분위기를 깨지 않고 잘 어울렸습니다. 하루는, 술이 거나하게 취한 상사 한 분이 오기가 발동했나 봅니다. 제 앞에 소주 한 병을 놓더니 "이 술 다 마시기 전까지는 집에 못가"라고 엄포를 놓더군요. 결과적으로는 그 상사가 자신이 마신 술에 스스로 이기지 못해 제 풀에 꺾여 먼저 집에 가시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때의 장면과 상사의 표정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요즘에는 회식 문화가 많이 바뀌어서 이런 일은 거의 없겠지만, 


술로 즐거운 회식이 아니라
모두가 즐거운 회식이 되면 좋겠습니다. 




#네가 편안할 때 하는 행동과 말을 일에도 반영해봐.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야.


사회생활 3년 차에 전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계속 첫 직장에서 직장생활을 했다면 업무도 익숙해지고, 어느 정도 짬이 생길 시점이었겠지만, 전직을 하는 바람에 다시 밑바닥부터 신입사원의 자세로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죠.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었고, 잘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에 힘이 잔뜩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말랑말랑하게 아이디어를 내면서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일의 결과물은 늘 딱딱하게 굳어있었습니다. 


하루는 회식자리에서 말 그대로 수다를 떨고 있을 때였습니다. 평소에 개그 욕심이 많은 저는 아재 개그와 말장난을 섞어가며 농담을 했고, 그런 제 모습을 본 상사는 "네가 편안할 때 하는 행동과 말을 일에도 반영해봐.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야'라고 갑분격(갑자기 분위기 격려)을 해주셨습니다. 


그냥 흘러 지나갈 수도 있는 말이었으나, 지금까지도 힘을 잔뜩 실어 일을 하게 될 때마다 떠올리는 한 마디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평소에도 제 장점을 찾고 계셨고, 그것을 어떻게 업무에 반영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서 툭 던지신 한 마디였기에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관심과 애정을 담은 말은
듣는 사람에게도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지장을 찍던, 간장을 찍던 그것도 업무 능력입니다.


클라이언트에 들은 말, 아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카톡으로 받은 메시지입니다. 처음 이 메시지를 보았을 때의 당황스러움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첫 번째 감정은 당황스러움이었으나, 그다음으로는 참 창의적으로 갑질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방송에 송출할 영상을 제작하고 있었고, 방송 스케줄은 이미 확정이 되어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클라이언트도 그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요. 클라이언트 쪽에서 최종 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하는 날짜가 계속 뒤로 밀리는 바람에 업무 진행에 지장이 생기게 되었죠. 며칠 전부터 최종 컨펌 일정과 방송 송출 일정을 함께 체크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을'의 입장인 저는 간곡하게 부탁하는 어조로 "오늘까지 최종 컨펌이 없다면 방송 송출에 지장이 생깁니다."라고 말씀드렸고, 위와 같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졸지에 이런 것 하나 조율 못하는 업무 능력 떨어지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른 게 갑질이 아닙니다. 




#5년 동안 결혼 안 하는 조건으로 채용 결정했습니다.


이런 일은 제게는 생기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소위 말하는 결혼 적령기인 31살에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류 심사를 제외하고 총 3차의 면접을 거쳐 입사가 결정이 되었습니다. 물론, 면접 중에도 결혼 계획 여부, 결혼 후 직장생활에 대한 계획 등에 대한 질문도 있었죠. 조직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구체적인 결혼 계획이 없으며,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은 계속하고 싶다"라고 제 생각을 담담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당황스러웠던 것은 그다음 일이었습니다. 부서장께서 새롭게 입사한 저를 회사에 소개할 때 '5년 동안 결혼을 안 하는 조건으로 채용을 결정했다'라고 말씀하신 겁니다. 저는 5년 동안 결혼을 안 할 생각도 없었고, 그런 조건을 걸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게 입사의 조건이 된다뇨. 


시간이 지나고 보니, 부서장께서는 기억도 못할 정도로 큰 의미 없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얘기였고, 그 말이 씨가 되어 저는 입사 후 햇수로 5년이 되던 해에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네요.


제가 남자 직원이었다면
결혼 계획이 입사의 조건이 되었을까요?




#얘 또라이에요.


또라이가 들어도 당황스러운 한 마디입니다. 말은 어떤 말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말을 하는 상황과 그 말을 함께 듣는 사람이 누구인가도 중요합니다. 


저도 제가 어느 정도의 똘기가 있는 것은 인정합니다. 아마 이 말을 내뱉은 상사도 나쁜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저희는 이미 서로에 대해 알고 있었고,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관계였기 때문이죠. 


그러나 상사가 이 말을 내뱉은 장소는 클라이언트와의 식사 자리였고, 저는 졸지에 클라이언트에게 돌+I로 포지셔닝되어버렸습니다. 이 말을 들은 클라이언트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우리 모두를 둘러싼 갑분싸한 공기도 덩달아 잊을 수 없습니다.


농담도 때와 장소를 가려주세요.




#걔는 자기가 좋아서 일을 많이 하는 거야.


저는 아무래도 일복이 타고난 것 같습니다. 늘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적이 좋을 때도 일이 많고, 실적이 좋지 않아도 일이 많습니다. 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돌아보기도 하고, 적당히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고민도 해보지만, 결국엔 그렇게 해야 성에 찹니다. 나의 워라밸을 위해 고치야 할 것은 고치고, 버려야 할 것은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걱정하는 동료직원에게 윗분께서는 "쟤는 자기가 좋아서 그러는 거야. 괜찮아."라고 가볍게 말씀하셨다는 말을 듣고 그냥 곰처럼 일만 하면 안 되겠다고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저도 일을 많이 하면 힘이 들거든요. 


원래 그런 것도, 당연한 것도 없습니다.




#얘는 머리가 좋아. 쟤는 머리가 나빠서 하기 힘들 거야.


제가 정말 듣기 싫은 말입니다. 저는 머리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좋아 보이는 상사가 하는 말이라 더 듣기 싫습니다. 이 말이 더욱 듣기 싫은 이유는 불필요하게 직원들을 비교하게 만드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노력의 모습이 아닌 타고난 능력이나 기질을 가지고 칭찬이나 질타를 하게 되면, 가능성마저도 빼앗아 버리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머리 좋은 저 직원보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어떠한 의욕이나 동기도 사라지게 마련이죠.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칭찬할 때는 구체적 노력이나 과정, 전략과 같이 '간접화법'을 이용하여 칭찬하고, 사과는 '직접화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합니다.


제대로 된 칭찬을 해주세요.

 



#수고했다.


열심히 준비했다고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 일이 결과까지 좋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습니다. 멋지게 그려낸 그림에 진심이 담긴 "수고했다"라는 한 마디가 더해진다면 '화룡점정'이 따로 없습니다. 


앞으로 직장생활을 하며 가장 자주 듣고 싶은 말입니다. 

최선을 다 하고, 결과까지 좋은 일에. 

또한, 최선은 다 했지만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리고 내가 나 자신에게
떳떳하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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