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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 lang Jun 19. 2021

모두에게 필요한 언어를 위하여

두번째 책 <어린이 신앙 낱말 사전> by 김주련, 이수빈 (성서유니온)


어린이들 앞에서 말하는 일을 7년째 해오고 있다. 대부분 초1에서 초6사이의 아이들이었고, 어떤 시기엔 0세에서 4세 미만의 아이들이 청중이었다. 4세부터 7세까지의 아이들이 청중이었을 시기에는 극심한 관종이 되었었다. 어린이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시절이다. 


취학아동들은 단순한 관심끌기 만으로 나에게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 그들은 청중이었으나 적극적인 화자 였고 매우 논리적인 크리틱으로 내 말문을 막히게 하곤 했다. 스피커로써의 포지션을 굳건히 지키지 못하고 종종 휘둘렸다. 그래도 좋았다. 적어도 내 말을 듣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내가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언어들이 빈약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메인 스피커가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길을 잃을 땐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 말하려고 하는 핵심 주제가 허술한 경우. 두번 째, 내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정작 모르는 경우. 나의 경우엔 두가지가 다 해당되었다. 핵심주제는 너무 두뭉술했고 그래서 내가 뭘 말하려고 했지? <라는 결론으로 귀착됐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신앙의 언어가 갖는 애매모호함이다. 그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물음표 백개를 발생하게 한다. 신앙에 대한 단순하고 일상적인 언어들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이야기를 내면화 할수 있도록 돕는 언어들이. 아이들이 소화시킬만큼 부드러운 언어들이. 


그런 필요를 깊이 절감하며 이 책을 샀다. <어린이 신앙 낱말 사전>은 신앙의 언어가 결코 어렵지 않으며 우리의 일상과 너무 밀접한 것이라고 알려준다. 신앙의 언어는 결코 어른의 전유물이 아니며 어린이들도 가질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환기시켜준다.  


평화는,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 일을 할 수 있는거예요.
공부하는 사람은 공부를 하고,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거예요.
내가 공부한다고 노하는 사람을 쫓아내거나,
내가 자전거를 탄다고 걸어가는 사람을 넘어뜨리지 않는 거예요.
저마다 행복한 거예요. (p117)


아이들에게 전할 이야기의 원고를 쓰다 주제가 산으로 갈 위기엔 이 책을 펼친다. 그럼 다시 내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신기하게도 명확해 진다.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잘 아는 것에 대해서는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 아이들 앞에서 말하는 직업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모두를 위한 언어를 벼리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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