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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니그람 Feb 16. 2024

예술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나의 인생'을 읽으며.

이 책의 긴 대장정이 이제 15페이지 정도 남았다. 오늘 읽은 부분은 한 음악가와 그가 진행했던 TV독서토론프로를 다루면서 예술 혹은 작품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을 이야기했다.


여기서 음악가는 바이올리니스트 Yehudi Menuhin을 말한다. 라이히라니츠키는 베를린에서 학교를 다니던 1930년대에 그를 처음 알게되었다고 한다. 그후 10년 뒤에는 바르샤바 게토에서 사람들과 모여서 그의 LP음반을 들었다고 한다. 그의 연주를 듣고 그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해서 그 감동을 표현한다.


"이제 나는 하늘에 신이 있다는 것을 알겠다."


라이히라니츠키는 이 음악가에 대해서 무언보다 사람을 향하는 좋은 심성에 감동한 것 같다. 그와 관련한 일화를 전하는데, 전쟁이 끝나고 1956년에 정치적인 긴장완화기가 찾아오면서 폴란드에도 서방의 음악가들이 많이 방문했다고 한다. 그 기회에 Menuhin도 폴란드에서 연주회를 열게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았고, 뒤쪽에는 자리가 없는 사람들이 서서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Menuhin은 무대위로 나와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그 사람들을 앞으로 불러서 무대위에 앉으라고 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라이히라니츠키는 이 음악가와 개인적으로 우연히 마주친 일이 몇번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독일에서, 쾰른에서 함부르크로 가는 기차 안에서였는데,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을때 거만하지 않고 소탈하게 그의 질문에 답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외에 중국에 출장을 갔을때도 그를 우연히 만나기도 했다고 한다.


라이히라니츠키와 Menuhin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는지는 나와있지는 않은데, 1986년 Menuhin의 7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라이히라니츠키가 축사를 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 축사의 내용 때문에 이 음악가의 이야기를 이번편에 같이 실은게 아닌가 싶다. 내용은 '음악과 윤리'에 관한 것이었다고 한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음악은 우리가 아는 것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지만, 그것은 누구에게나 이용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정치인들, 권력자들이 그들의 정권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애국의 감정을 고양시켜 전쟁에서 다른이들을 죽음에 몰아넣기도 한다. 그렇다면 음악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그는 묻고싶어하는 것 같다. 하지만 Menuhin은 예술과 윤리를 통합하려고 노력하였다. 말하자면 평생 그의 바이올린을 세상에 존재하는 부정함과 곤궁함에 대항하는 무기로 쓰려고 노력하였다.


라이히라니츠키는 이런 생각을 갖고 살았던 이 음악가가 너무 순진했던것 은 아니냐고 자문한다. 그러면서 그가 진정 이루었던 것은 무엇이었을지 묻는다. 그 대답은 인용된 토마스만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는데, 바로 "기쁨"이다. 이 음악가가 우리에게 전한 것은 기쁨, 즐거움, 그리고 행복이라고 한다. 이어서 그는 셰계적인 훌륭한 문학이 인간에게 좋은 쪽으로 영향을 주었을지에 대한 자문에 확실히 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작품을 쓰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한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뒤에 연결되는, 그가 1980년대부터 진행했던 TV독서 토론프로 '문학적 사중주'와 연결된다. 어느날 방송 관계자 두명이 그와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술이 좀 들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그들은 본론으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바로 라이히라니츠키가 독서토론방송을 진행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거절의 표시를 했지만 그 방송국 관계자는 일부러 그 말을 못들은체 했다고 한다. 어쨌든 결국 방송을 하기로 했는데, 그의 요구는 명확했다. 초대손님은 그를 제외하고 3명이상이면 안되고, 방송에서는 어떤 이미지의 사용도 안되고, 작가의 인터뷰나 작가를 소개하는 영상도 끼워넣어서는 안되고, 책의 내용을 읽는 것도 안된다고 했다한다. 그가 내세운 이러한 원칙은 지금의 '문학적 사중주'방송에서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이 프로가 처음 방송되고 평가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 문학작품에 대해서 겉핥기 수준의 말만 오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라이히라니츠키는 이 방송의 영향을 높이 평가한다. 이 방송은 대중과 책을 연결하는 연결고리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이 방송은 책을 전혀 읽지 않은 사람도 볼 것이고, 이 방송을 재밌게 시청하다가 저도 모르게 책을 집어들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가 비평글을 쓸 때에도 마찬가지지만, 독서토론방송을 하는 이유도 책을 조금이나마 일반 대중이 더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던 것 같다.


나는 성인이 될때까지 책에 대해 중요하다고 들은 기억이 없이 자랐다. 책을 읽으라고 한 이도 없었고, 그렇기에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조금씩 다양한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학창시절에 좋은 책에 대해서 알았더라면, 책을 읽으라고 독려를 받으며 커왔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분위기가 좀 다를런지 모르겠다. 현재 우리나라는 역시 연간 1인단 읽는 책 권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한다. 나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니 할말은 없지만 말이다. 이번편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책과 가까울 수 있을까 고민해보게 되었다.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하게 만들까 고민이 된다. 하지만 방법은 사실 간단할지도 모르겠다. 좋은 책을 늘 가까이하면서 책을 읽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외에 더 나은 방법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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