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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원 Sep 12. 2021

네 꿈이 무어냐 물으신다면

미국판 텔레노벨라라고 불리우는 드라마 ‘제인 더 버진’에서 100화가 넘게 이어지는 에피소드 전체를 관통하는 여주 제인의 성장기 대서사의 방점을 찍는 대사가 바로 이것이다. 떨어지는게 무서워서 날지 못하면 안되죠.      


미국 드라마 제인 더 버진은 산부인과 의사의 실수로 처녀인 제인이 인공수정을 받고 임신을 하게 되는 드라마다. 동정녀 마리아와 같은 이야기라니 그야말로 신선하기 그지 없다. 원래 호흡이 긴 역사 드라마를 잘 보지 못하는 나는, 매회 40분 이라는 길지않은 이 드라마를 1회부터 100회까지 정주행을 하며 기나긴 여름밤을 지새웠다. 신선한 발상에서 시작된 드라마는 여주인공 제인의 성장사를 몇 년에 걸쳐 보여주며 내 인생 드라마로 남게 됐다. 드라마의 줄거리는 한국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는 한부모 가정, 부모와 조부모의 연애사, 살인(?), 마피아 조직 뺨치는 악당(??), 흔한 삼각관계로 점철되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설마가 사람잡네를 외치게 한다. 물론 그 많은 서사를 더 풀어내기 위한 것이 목적이 아니라 오롯이 여주인공 제인의 성장에 목적을 두고자 했다.      


제인과 지원(나)은 어렸을 때 아빠가 없이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열심히 살아보려 악착 같았으며, 그 꿈이 작가라는 대전제로 나를 더 몰입하게 했다. 그녀는 쓰고, 또 썼으며, 계약이 엎어져도 출간한 책이 잘 팔리지 않아도 여전한 직업을 여전히 이어갔다. 하지만 결국 100회의 마지막에 그녀의 두 번째 출간책이 무려 50억에 경매가 낙찰이 되며 마침내 그녀는 꿈에 바라던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된다. 제인 더 버진 드라마를 보는 관점은 이민자의 삶, 각기 다른 형태의 가족을 품고 이해하는 것,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각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제인이 삶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방식 그리고 그녀가 작가로서 오랫동안 매진하며 결국 그 꿈을 이루는 부분에서 가장 큰 감명을 받았다. 그녀는 끊임없이 작품을 쓰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나아가 엄마와 할머니를, 그리고 그녀의 첫남편인 마이클과 자신의 아들, 그리고 마지막 사랑 라파엘까지 이해하게 된다. 글을 쓰면서 역지사지를 깨닫게 되는 형태라고나 할까. 그녀가 부던히도 쓰고자 했던 많은 이야기들은 결국 자신과 나아가 타인을 이해하고 보듬어 널리 사랑하는 형태로 이어진다.      


때때로 나 또한, 대체 넌 뭐가 쓰고 싶은거니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문하고는 했는데. 나는 스펙보다도 스토리가 강한 그런 사람이라서 나를 버리고 간 아빠와 나를 선택한 엄마 그리고 사람들의 편견과 그 속에서  무엇하나 자발적이지 않은 나의 삶에 대해 쓰고 싶은 것 같다. 성인이 되어 어떠한 선택이라는 걸 할 수 있게 되자 나는 기꺼이 삶을 받아들이고 내 꿈은 작가 – 라고 선언한다. 무언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주고 싶어요 라고 감히 끄적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이해하고 엄마와 할머니를, 그리고 그럴 수 밖에 없었을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보듬어 널리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제인이 살면서 겪었던 엄청난 사건들은 일반인들은 경험하지 못할 것이기도 하지만 그녀는  모든 인생풍파를 이겨내고 자신이 원하고 바라던 꿈을 성취한다. 또한 그녀의 모든 인생 행보에서 그녀를 응원하고 아끼는 가족들이 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며, 또한 가족에게도 아낌없는 조력자의 역할을 도맡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으로 드라마는 끝난다.    

  

주인공과 나를 어느정도 동일시 해서 과몰입했던 탓인지 나는 꽤 오랫동안 제인 앓이를 하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의 꿈을 향해 매진했던 제인을 동경하고 그녀와 같이 언젠가 나의 꿈을 이룰 날을 위해 쓰고 또 쓰는 중이다. 비록 넘어지고 떨어지더라고 결국에 모든 꿈을 가진 새는 날게 되니깐. 엄마가 나를 선택했던 그 순간부터 나의 행복은 이미 확정되어 있었기에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제인 파이팅, 그리고 지원이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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