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1]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오후네요"
컴퓨터 화면에 저렇게 써 있었다.
나를 "작가님"이라 부르며, 커피 한 잔 마시며 글 쓰기 좋은 오후라 말했다.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글을 쓴다.
"선배, 신문사 밖으로 나가면 무슨 일이 생겨요?"
오랜만이라는 핑계를 대고, 그냥 생각났다는 말로 얼버무리며, 시작된 대화.
선배에게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은 따로 있었다.
"선배, 신문사 밖으로 나가면 무슨 일이 생겨요?"
두려웠는지 모른다. 그 밖에선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니까.
이미 그 밖에 있는 선배에게 물었다.
몇번은 그런 생각들도 했었다. 내가 온실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취재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가끔 말했다.
"기자가 그것도 몰라요?"
"에이, 이거 기자들만 빼고 다 알아요"
그들이 털어놓는 이야기 중에 정말 모르는 것들도 있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 줄, 세상이 이렇게 지독하게 흘러가는 줄, 미처 몰랐던 때도 있었다.
물론 여전히 나는 아주 많은 부분을 아직도 모른다.
사람들은 다 아는데, 신문사 밖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데,
그걸 알아야 할 신문사 안에 있는 사람들만 그 이야기를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
가끔 했었다. 현장에서 난 그랬다.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신문사 밖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두려웠던 것도 같다.
선배는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가장 적절한 톤과 속도로 말해줬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아"
선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선배가 분명 그렇게 말했으니까 무슨 일 생기면 책임지라는 말로 얼버무리며,
마무리해버린 대화.
그리고 많은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나는 지금 신문사가 아닌 집에 앉아서 글을 쓴다.
기자가 되서 글을 썼던 건 아니다.
글을 쓰고 싶었는데 기자가 됐다.
그래서 나는
기자가 아니어도 된다.
기자가 아니어도 글을 쓸 수 있다.
그럼 난 된다.
신문사.
언제부터 드나들었던 것일까.
내 키가 요만했을 때부터이니 아주 오래전이다.
나는 아무 것도 잘 몰랐고, 카메라도 처음이었다.
작동법을 잘 몰라서 사진을 통채로 날려버렸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학생기자 담당 기자님은
그 기사를 사진 없이 실어주셨다.
그게 시작이었다.
내 키가 이만큼이나 컸다.
아이 손을 잡고 식당에 갔다.
1면 한쪽에 내가 쓴 기사가 있었다.
어제 쓴 기사다.
그 기사에도 사진은 없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나는 그렇게 신문사를 나왔다.
너무 오래 머문 탓에 그곳이 온실 속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 밖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천천히 뚜벅뚜벅 걸어나가 보련다.
천천히 또박또박 글은 계속 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