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입원기-4, 나는 외로웠던 것이다
1시간의 강박동안 계속해서 생각했다. 나는 지금 왜 죽고 싶은 걸까. 모든 감정과 생각이 흐린 먹구름 같아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생각하는 게 너무나도 괴로웠지만 그날의 하루를 되짚어 보며 하나하나 곱씹었다. 그렇게 하면 뭐라도 찾을까 싶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대충 먹은 후, 아침약을 받아먹고 나서 오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 후엔 점심밥, 프로그램, 저녁밥, 그리고 공황발작. 너무나도 평범한 하루였는데 뭐가 문제였는지 알 길이 없다 생각하던 도중, 내 머리를 스친 하나의 이미지가 있었다. 공황발작을 하던 중 간호사 선생님이 날 두고 나가버리셨을 때, 엄청난 절망감과 외로움이 몰려오며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 서랍 모서리에 머리를 박게 만든 이유. 그건 바로 벼랑 끝에 홀로 서서 외롭고 공허한 눈으로 절벽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그 이미지를 다시 떠올리고 나니, 감이 좀 잡히는 듯했다. 나는 이 병원에 절박한 마음으로 도움을 받고자 왔고, 간호사 선생님이 날 두고 나가버리셨을 때 그 도움요청을 거절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병원밖에는 기댈 곳이 없었기에, 의료진의 거절이 곧 나에겐 기댈 곳이 아예 없는 벼랑 끝에 홀로 서있는 것을 의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나는 정말 기댈 곳 없이 홀로 버티며 살아왔구나. 나는 이 병원에 의지하는 것 외엔 어떠한 동아줄도 없었구나. 나는, 정말로 외롭게 살아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