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모서리

poem | 나눠줄 공간이 없다. 공유할 거리가 없다.

by LAO JuNE

1층 엘리베이터 앞

네 명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네 명의 사람은

차례로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그리고는

서로에게 가장 멀리 떨어질 수 있는

네 모서리로 흩어져

벽을 바라보고 선다.


몇 층에선가 문이 열리고

한 명의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네 모서리 사람들과 눈이 마주친다.

잠시 멈짓-

엘리베이터에 오른 사람은

네모의 정가운데 문을 향해 선다.


문이 닫히자

네 모서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서리 좁은 틈으로

더 깊이 파고 들어간다.


몇 층을 더 올라갔을까.

엘리베이터 문이 또다시 열리고

몇 명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생각할 새도 없이

누군가

닫힘 버튼을 다급히 누른다.


나눠줄 공간이 없다.

공유할 거리가 없다.


거리가 좁혀지고

공간이 없어져

호흡이 섞이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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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 이후 풀어낸 글들은 다 이 모양이다.

염세적이고 어둡다.

밝아지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비까지 추적거린다.


TV를 틀면 종일 확진자수의 증가를 알려준다.

그리고 가만히 있어도 '안전 안내 문자'가 쉴 새 없이 날아온다.


아이들은 집안에 갇힌 지 일주일이 넘었고

그 마저도 더 길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안 그래도 삭막한 아파트에서의 삶-

그런데 더 삭막해졌다.

어느 날인가 엘리베이터에 안내 문구가 붙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행정명령-

엘리베이터 안에 여러 명의 사람이 타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탈까 말까 망설여진다.

그리고 한 뼘이라도 더 멀어지려고 노력한다.


다시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꿈'은 이루어지기 힘든 먼 이상을 이야기할 때 쓰기도 하는데...

마스크를 벗는 일상이 꿈처럼 느껴지는 지금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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