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초달 Dec 31. 2020

[블랙 미러] Be right back. 곧 돌아올게

마치 다중우주처럼 수많은 미래가 펼쳐져 있다, 너는 어느 미래를 원하지?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각의 단편물로 되어 있는 시리즈물 "블랙 미러"

어쩌면 우리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음직 한 스토리이지만, 

정작 나 자신은 아직 그 미래의 동일한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해 매번 각각의 시리즈를 보고 나면 늘 생각이 많아졌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아직까지도 내 머리에서 끊임없이 꼬리물기 하면서

끝이 어떤지 알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곧 돌아올게 (Be right back)"에 대한

나만의 생각보따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1. 젊은 부부 애쉬와 마사는 애쉬가 어릴 때 살았던 시골집으로 이사를 왔다.

2. 애쉬는 이사할 때 사용했던 렌터카를 반납하러 갔다가, 그 날 차사고를 당해 사망하고 만다

3. 마사는 애쉬의 아기를 임신했음을 알게 되며, 점점 더 애쉬를 그리워한다.

4. 그러다 장례식장 안에서 지인이, 도움이 될 거라면서 추천해준 시스템으로 연락하고

시스템 안의 애쉬와 연락하기 시작한다

5. 급기야는 시스템이 알려주는 대로, 애쉬와 닮은 안드로이드를 구매하고, 마치 다시금

애쉬가 살아 돌아온 것 같은 착각 속에 잠시 기쁨을 느끼는데..

#시골집으로 막 이사 온 행복한 연인 애쉬와 마사
인공지능에 빠져버린 마사 그리고 안드로이드 애쉬
점차 진짜 사람인 애쉬와는 다른 걸 느끼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는 마사
다락방에 있는 안드로이드 애쉬를 만나는 애쉬의 친딸



여기서 시스템 안의 애쉬는, 마사가 애쉬의 인터넷 계정을 그 시스템에 입력하면

시스템은 애쉬가 생전에 사용했던 이메일, 사진, 동영상, SNS 등

애쉬에 관한 모든 것을 추적, 학습하여, 애쉬의 목소리와 생각의 패턴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 내는 AI(인공지능) 였던 것이다. 

애쉬가 사망하고 난 뒤에, 그가 너무나도 그리웠던 마사는, 그 AI와의 대화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고, 급기야는 그를 보고 싶고 만지고 싶다는 생각에

애쉬와 완벽하게 닮은 안드로이드까지 구매했다.

하지만, 어느덧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애쉬와 닮았지만, 애쉬의 과거 패턴만 기억해 흉내 내는 안드로이드에게

마사는 점점 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마사는 안드로이드 애쉬를 점차 학대하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그를 다락방에 가두고 만다.

가두었다라기보다는 안드로이드 애쉬는 스스로 다른 어떤 창조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못하기 때문에,

다락방에 있으라고 하면 수십 년이 흘러도 그 안에서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마사는 남편 애쉬를 잃으면서, 그 상실감과 외로움, 슬픔을 해결할 

애쉬의 대역이 필요했고, 그런 면에서 그녀는 안드로이드 AI를 이용했으며, 

그 상실의 충격과 아픔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기 시작했을 때..

즉 그녀가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갈 힘을 얻기 시작했을 시점에, 그녀는 안드로이드를 버린 것이다.

시간이 약이다 /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말들은 모두 어느 정도 시점이 흐른 뒤에는, 회복에 대해 말을 하고 있다.

그 회복의 시간 동안에 마사는 갑작스러운 애쉬의 죽음에, 미처 준비하지 못한 헤어짐을 

안드로이드를 통해 마무리했던 게 아닐까...


안드로이드 AI에 관해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로서는 정의에 관한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그들은 가장 완벽하게 인간과 닮아 있고,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며 또한 그걸 토대로 하여,

이젠 그들만의 감정과 사고까지 창의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우리 인간의 역사도 무언가를 모방하고 계속 발전시켜오면서 현 문명에 도달했다.

AI도 우리를 모방하고, 발전시켜 그들만의 문명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고, 우리가 인간이라고 확실하게 규정하는 건 무엇일까?

종족 번식? 사랑?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를 보면, 한 번 세팅되면 폐기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재설정할 수 없는, 엄마만을 사랑하는 안드로이드 AI의 그 절절한 사랑과 인간의 이기심이 

영화에 너무나도 잘 묘사되어 있다.

이천 년이 지나도, 엄마와 보내는 하루면 충분하다며 엄마의 손을 잡고 

그 옆에 행복한 표정의 안드로이드를 보면,

그 안드로이드의 사랑은 프로그래밍 되어서 그런 거다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나도 간절하다.

2001년 스티븐 스필버그 /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A.I.


예전에 스파이 안드로이드에 관한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다.

스파이안드로이드는 어떤 암호를 말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폭발하게 설정되어 있었다.

그 안드로이드는 본인이 완벽하게 인간인 줄 알아야 하고, 

절대로 자기가 인간이 아님을 의심하면 안 되게 프로그램되어 있었다.

경찰이 스파이 안드로이드를 잡아들이려고 할 때, 그 안드로이드는 끊임없이 자신이 인간이라고

믿고 있었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경찰이 안드로이드를 붙잡고, 그가 로봇이라는 증거들을 그의 눈 앞에 들이 댔을때

안드로이드 스스로가 내뱉은 "설마 내가 로봇이란 말인가"란 말이 바로 

폭파 프로그램의 뇌관이었고,  그 즉시 폭발했다.


어쩌면 안드로이드가 보편화된 세상에서는,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구분이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내가 인공지능이 아니고 인간이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지?


인간은 어쩌면 이기적으로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는 창조주가 만든 안드로이드 AI일지도 모르겠다.

절대로 의심하면 안 되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