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당직 근무를 인계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사무실 인근 상해 세계 무역 전시관(上海世贸展馆)에서 열리고 있는 '제18회 상하이 국제 Adult-care Expo 2021'이 눈에 띄어 호기심이 발동했다. 위챗으로 QR 코드를 읽어 들여 인적사항을 입력하고 연동된 알리페이로 입장료 50원을 지불하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제18회 중국 국제 성인보건 생식건강 전람회(第18 中国国际成人保健及生殖健康展览会)'라는 타이틀에서 이 전시회가 18번째 개최되는 국제 행사임을 알 수 있다. 알고 보니 업계 관람일인 4.16일에 이어 일반인 대상으로 4.17-18일 양일간 행사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 전시회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성인용품 전시회로 지난 17회까지 360여 개 기업의 560개 브랜드가 전시되었고, 중국과 55개국 바이어 15,650명을 비롯해서 총 55,880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피임용품, 성인보건용품, 성기구, 인형 성인 의료용품, 건강식품 등이 전시되고 있고, 성인 돌(doll) 등 제품의 주요 재료가 되는 'TPE(Thermo Plastic Elasscienc)'를 공급하는 업체 등도 참여하고 있다.
실물 크기 실제 사람을 닮은 섬세한 성인 돌(adult doll) 제품들이 여러 회사로부터 출품되어 있었는데, 대부분의 회사가 광저우(广州) 선전(深圳) 동관(东莞) 쭝샨(中山) 등 광둥성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어떤 부스에서 가격을 물어보니 실물 크기 돌이 중국 국내 4천 위원, 일본 16만 엔, 미국 2,800달러 가량이라 친절하게 알려주고, 다른 부스의 '이미 팔렸다(已售)'는 표찰이 붙어 있는 전신 돌은 50% 할인가로 2,500위엔이라고 귀띔해 준다.
전시관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인인데 2~30대 젊은 남녀가 주류이고, 특히 부스를 지키는 홍보원들도 절반 이상이 젊은 여성들이라는 점이 예상 밖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세기 초 ‘새선생(賽先生·science; 과학)’과 ‘덕선생(德先生·democracy; 민주주의)’을 거론하던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과학과 교육을 통해 나라를 일으켜 세우자는 ‘커쟈오싱궈(科敎興國)’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일보 '16.8.17일, 구자억 교수>
중국은 4세대 선도산업과 우주 등 미래산업 육성에 힘을 쏟으며 소위 '굴기(屈起)'에 절치부심하고 있지만, 이곳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성인 용품 시장에서도 중국 굴기는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타오바오(淘宝) 앱 등 온라인으로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고, 수출입이 금지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로 수출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풍속을 해친다'는 모호하지만 지엄한 법 규정을 내세워 이곳에 전시된 상품 거의 대다수가 반입이나 수입이 금지될 터이지만, 개인의 '행복 추구권'과 '신체의 자유'는 쿨쿨 잠만자고 있는 듯 보여 일면 고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컬어지던 우리가 체면을 차린다고 뒷짐 지고 헛기침만 하고 있을 때, 중국은 저 멀리 앞서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춘추시대 인(仁)과 예(禮)의 기치를 들고 여러 나라를 떠돌던 공자가 패권만을 다투는 치세에 뜻을 펴지 못하고 동이(東夷)의 땅을 그리워했다는 얘기로위안을 삼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