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중국 여러 곳을 둘러보며 긁적여 두었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본문 내용이야 군더더기를 잘라내고 카테고리별로 순서를 정해서 편집을 하면 되는 노동집약적 수고를 아끼지 않으면 그만이다. 출간에 있어 가장 신경 쓰이고 어려운 난제가 제목 정하기와 머리글 쓰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제목과 함께 책 표지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이다. 제목과 표지는 그 책의 성격과 내용을 한눈에 보여주는(보여 줘야하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상하이 도시 봉쇄라는 물리적 고립이 그 미뤄둔 숙제를 클리어 하도록 등을 떠밀었다.
[머리말]
중국은 근세 서구 열강들에게 짓눌린 질곡의 역사를 뒤로하고, 굴기의 새로운 역사를 꿈꾸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에 비하여 국내총생산 약 서른 배, 일인당 국민소득 약 스물다섯 배, 수출액 육십오 배 등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장을 이루며 중국의 꿈은 일면 현실로 다가오는 듯 보인다. 십칠 년 전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거주할 때 내부순환도로에 자동차와 함께 우마차가 다니던 모습을 가끔씩 볼 수 있었던 일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먼 옛이야기가 되었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나라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중국인들만큼 자부심이 강한 민족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중국 각지를 다니면서 ‘천하제일’이라는 수식이 붙는 자연경관이나 역사적 유물을 흔히 접할 수 있었다. 사실 오늘의 중국은 대륙과 맞먹는 넓은 국토, 세계 최대의 인구와 다양한 민족, 세계 4대 문명 발상지 중 한 곳, 유구한 역사와 제자백가처럼 만개했던 사상과 문화 등 수두룩한 자랑거리를 가진 나라다.
그러나 중국의 빠른 성장 뒤에는 빈부격차와 도농 간 양극화 심화 등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고, 그들의 자부심 또한 지나친 체면치레나 허장성세의 민족성, 개인의 자유보다 인민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맹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굴절된 모습으로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인구 2500만 거대 도시 상하이는 코로나19 방역의 명목으로 두 달이 넘도록 시민들의 발에 족쇄를 채운 도시 봉쇄 조치를 풀리지 않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먹고사는 존재다. 정치나 이념은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은 행복을 위한 수단이요 방편일 뿐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중국몽 中國夢에 스스로를 가두는 우를 범하지 않고, 다양성을 포용하여 옛 영화를 다시 찾기를 바랄뿐이다.
필자가 지난 해 다시 중국으로 오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고인 웅덩이를 벗어나서 유유히 흐르는 시냇물을 스스로 찾아 나선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지난 한 해 동안 이곳 상하이를 베이스 삼아 틈틈이 중국인들이 자랑할 만한 곳들을 둘러보며 기록한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보았다. 주어진 일에 매진하는 것은 기본이겠거니와, 자투리 시간이나마 주변 세상 둘러보기에 부지런을 떠는 것은 지금은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서 자식에게 물려주신 과분한 천성인지도 모르겠다.
중국에서의 많은 여정을 함께한 후배 L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전하며, 오래도록 자기의 자리를 비운 부족한 가장으로서 사랑하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이 책을 선사한다. 아파트 창밖 가도의 가로수들은 저마다 무성한 가지의 연초록 잎을 파도처럼 일렁이며 생명의 희열을 뿜어내고 있다. 빛나는 오월이 지나가고 있다 .
_2022년 상하이에서
《차 례》
책머리에 4
상하이 봄봄 경칩, 짧은 상념 11 런민 공원의 봄 16 와이탄과 꽁런 19 프랑스 조계지와 임정 청사 25 난징루 보행가 31 강남땅 오월과 과일 36 루쉰 공원과 매헌 40 성진국 性進國 중국의 일면 46
도시의 숲 속으로 쑤저우 蘇州 / 첫 출행 51 샤오싱 紹興 / 절로 흥이 솟는 도시 57 항저우 杭州 / 위엔 천당 아래엔 이곳 70 난통 南通 / 장강과 바다가 만나다 81 닝보 寧波 / 땀에 젖고 감흥에 빠지다 87 양저우 楊洲 / 운하의 도시 99 쩐장 鎭江 / 삼국지 영웅들을 만나다 108
고도의 숨결을 따라 뤄양 洛陽 / 고도의 속삭임 119 뤄양 박물관 / 무언가 특별한 박물관 125 난징 南京 / 육조 고도의 아픈 상흔 130 창사 長沙 / 악록산 야간 산책 149 충칭 重慶 / 뜨겁고 매운 입체도시 142 두보초당 / 초하 희우 初夏喜雨 159 어메이샨과 러샨 대불 / 자비의 바다 165
물과 구름의 땅 강남의 명루1 / 우한 武漢 황학루 175 강남의 명루2 / 난창 南昌 등왕각 181 강남의 명루3 / 위에양 岳陽 악양루 186 호도협 차마고도를 걷다 193 리장 麗江 고성과 옥룡설산 205 남조의 고도 따리 大理 211 윈난 雲南 소수민족을 만나다 217 봄의 도시 쿤밍 昆明과 서산 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