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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다이아몬드와 킴블리 프로세스

@사진: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 중

by 꿈꾸는 시시포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귀중한 것은 무엇일까? 황금, 다이아몬드, 고급 승용차, 명품 가방,...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오." <마가복음 8장 36절>


언뜻 떠오르는 성경 말씀 한 구절은 이런 생각들을 일거에 물리친다. 굳이 성경 말씀을 빌리지 않더라도, 어떤 물질도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photo 'Blood Diamond'
@photo Ouros Jewels

그럼에도 물질에 대한 탐욕으로 인해 숱한 사람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생명까지 잃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일명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로 불리는 ‘분쟁 지역 다이아몬드(conflict diamonds)’이다. 킴벌리프로세스 공식 사이트(kimberleyprocess.com)는 ‘분쟁 다이아몬드(conflict diamonds)’를 “반군 단체 또는 그 동맹국이 합법적인 정부를 약화시키기 위한 무력 충돌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다이아몬드 원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아프리카, 특히 시에라리온, 앙골라, 라이베리아, 콩고, 짐바브웨 등 서부 아프리카 지역 여러 나라들은 블러드 다이아몬드, 즉 '피의 다이아몬드' 밀거래를 통하여 내전 자금을 충당해 왔다. 다이아몬드 채굴을 위해 자행된 아동 노동을 포함한 강제노역은 각종 인권유린과 환경파괴 등 숱한 문제를 야기해 왔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다국적 다이아몬드 업계를 중심으로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생산과 유통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그 결실이 바로 '킴벌리 프로세스 인증체계(Kimberley Process Certification Scheme)'이다.


다이아몬드 거래 수익의 전쟁자금 유입 문제는 1988년 유엔에서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그 후 다이아몬드 생산자를 중심으로 다이아몬드의 원산지를 명백하게 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드는 구상이 추진되어, 2000년 1월에 세계다이아몬드협회(World Diamond Council)가 설립되었다. 동 협회는 그해 7월 19일 앤트워프 회의에서 세계다이몬드연맹거래소(World Federation of Diamond Bourses) 밖에서의 다이아몬드 거래 금지, 다이아몬드 매매 시 지정된 포장 사용 등 다이아몬드 수출입 관련 국제인증 방안을 채택했다.


2000년 5월, 주요 다이아몬드 생산국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다이아몬드 광산 밀집지역인 킴벌리(Kimberly)에서 만나, 블러드 다이아몬드 밀수출 방지 방안과 다이아몬드 거래의 투명성 확보 방안을 본격적으로 협의하였다.


UN은 2002년 3월 13일 킴벌리 프로세스를 승인했고, 그해 11월 5일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다이아몬드 생산자 등 업계 대표들은 동 킴벌리 프로세스에 참여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2003년 1월부터 40여 회원국이 참여하는 동 협약이 공식 발효되었고, 현재 회원국은 85개국으로 늘어났다.

@photo 'Blood Diamond'

우리나라는 2002년 11월 킴벌리프로세스 기구 발족과 동시에 회원으로 가입하였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 의무이행을 위한 무역에 관한 특별조치 고시(산자부 고시)」에 킴벌리 프로세스 관련 내용을 반영하였다.


그 핵심 내용은 킴벌리 프로세스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 대한 다이아몬드 원석의 수출ㆍ수입 금지, 회원국으로 다이아몬드 원석 수출 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수출허가, 다이아몬드 원석 수입 시 상대 회원국 발행 킴벌리 프로세스 증명서(Kimberley Process Certificate) 제시 등이다. 구체적인 대상품목은 1988년 국제협약으로 채택된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Harmonized Commodity Description and Coding System; HS)에 규정된 ‘다이아몬드 원석(HS 7102.10; 7102.21; 7102.31)’이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이아몬드 채굴 관련 아동 밀매와 노동 착취, 환경 파괴와 탈세, 킴벌리 프로세스를 피한 다이아몬드 거래 등킴벌리 프로세스의 제도적 한계와 문제가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오고 있다.

@photo 'Blood Diamond'

2007년 개봉된 영화 <블러드 아이아몬드(Blood Diamond)>는 다이아몬드로 인해 발발된 시에라리온 내전의 참상의 단면을 잘 보여 주고 있다. 1972년 시에라리온에서 968.9캐럿의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다이아몬드 원석이 발견되었다. '시에라리온의 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다이아몬드로 인해 이 나라에 다이아몬드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서양에 접한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의 불행이 시작되었다.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약 11년간 지속된 내전은 전체 인구 450만 명 중 사망자 35만 명, 난민 150만 명, 신체절단 불구자 4천 명 등을 남긴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의 내전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가끔 나는 궁금합니다. 신이 우리가 서로에게 저지른 일을 용서해 주실까 하고.

그러다 주위를 둘러보니... 신은 오래전에 이곳을 떠나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_<블러드 다이아몬드> 주인공 대니 아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대사 중


시에라리온은 '시에라리온의 별'이라는 찬사를 받던 다이아몬드 발견을 계기로 참혹한 대가를 치렀다. 화씨(和氏)는 초나라 여왕(厲王)에게 산중에서 구한 옥(玉)의 원석을 바쳤다가, 쓸모없는 돌이라는 옥 세공인의 감정에 따라, 발뒤꿈치가 잘리는 월형(刖刑)에 처해지기도 했다.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나 ‘화씨의 구슬’처럼,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값진 보석이 돌이킬 수 없는 화(禍)와 비극을 빚기도 하는 아이러니하면서도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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