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오래된 유혹

남미 안데스 코카 재배지

by 약천


1. 신과 인간 사이의 물질

마약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보다도 오래되었다. 기원전 5천 년, 메소포타미아의 기록에는 이미 아편에 대한 언급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양귀비에서 추출한 액체를 질병 치료에 사용했다고 기록했다. 인도의 사제들은 신에게 바치는 의식에서 아편을 '신성한 약’이라 부르며 복용했고, 중국은 당나라 시대부터 이를 약재로 썼다는 기록이 보인다.

대마(大麻)는 더욱 오래되었다. 타이완의 신석기 유적에서 대마섬유 흔적이 발견되며, 인도 경전에서는 대마를 “행복의 근원”으로 묘사했다. 중국의 『신농본초경』에는 대마가 통증 완화와 진정 작용에 탁월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시절, 마약은 ‘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질병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찾은 자연의 선물이었다. 문제는 인간이 그 선물을 쾌락의 도구로 삼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2. 아편전쟁, 제국주의의 검은 탐욕

19세기 초, 영국은 차(茶)와 은(銀) 거래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자, 이를 메우기 위해 인도에서 생산한 아편을 중국에 팔기 시작했다.

중국의 항구는 순식간에 ‘아편의 바다’로 변했고, 청나라 백성의 절반이 아편중독자가 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결국 1840년, 청 정부는 아편 단속을 강화했고, 영국은 무력을 동원해 이를 저지했다. 이것이 바로 아편전쟁이다.

마약은 이때부터 단순한 약물이 아니라 전쟁과 제국주의의 무기가 되었다.


3. 현대의 마약: 쾌락을 쫒는 인간

20세기에 들어서며, 인류는 마약을 ‘합성’하기 시작했다. 1893년, 일본의 화학자 나가이 나가요시는 감기약 에페드린으로부터 '메스암페타민을 합성했다. 이 물질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병사들의 각성제와 피로회복제로 쓰였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일반인에게 확산됐다. 한국에서도 이 약은 ‘필로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그 후 LSD, 엑스터시(MDMA) 같은 신종 마약이 등장하면서, 마약은 더 이상 어두운 골목의 거래품이 아니라 클럽과 SNS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상품이 되었다. 이제 마약은 더 이상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다.


4. 중독, 뇌 속의 전쟁

마약은 왜 이렇게 인간을 강하게 끌어당길까?그 이유는 뇌에 있다. 마약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폭발적으로 분비시켜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한 쾌감을 준다. 문제는 그 대가로 도파민 수용체가 손상되며, 같은 쾌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양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성(耐性)이다.

결국 중독자는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통을 피하기 위해 마약을 찾는다. 이때부터 마약은 더 이상 ‘즐거움의 선택’이 아니라 ‘절망의 양식’이 된다.


5. 법과 금기의 탄생

마약은 오랜 세월 인간의 삶 속에 존재했지만, 금지의 역사는 불과 100여 년밖에 되지 않는다. 1920년대 미국의 ‘금주법’과 함께, 각국은 마약을 범죄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1961년, 유엔은 ‘마약에 관한 단일협약’을 체결하여 아편, 코카, 대마 등을 국제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고, 이후 1971년과 1988년에 추가 협약이 체결되면서 세계는 ‘마약과의 전쟁’ 시대에 돌입했다. 하지만 그 전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다.

UN 마약보고서 자료 인용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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