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 그리고 한계

끊기지 않는 악의 순환 고리

by 약천

한국의 관세국경에서는 매일 마약이 적발된다.

뉴스에선 ‘역대 최대 적발’이라는 제목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그래도 우리는 잘하고 있네”라고 안도한다.

하지만 그 말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적발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다. 적발 되는 것은 열에 하나라는 것이 정설에 가깝다.


1. ‘마약과의 전쟁’은 왜 끝나지 않는가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마약은 미국의 공적(公敵) 1호이다. 우리는 마약과 전쟁을 벌일 것이다.”

이른바 “War on Drugs”, 마약과의 전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약 문제는 남의 나라 일처럼 보였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마약 단속 예산을 쓰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역설적이다. 마약 사용자는 줄지 않았고, 오히려 교도소 수감자의 절반 이상이 마약 관련 범죄자다.

한국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최근 미-중 정상회의에서 트럼프가 꺼낸 중요 의제 중 하나가 "중국발 펜타닐 원료 통제"였다.

강력한 단속은 성과를 내지만, 동시에 ‘숨은 시장’을 키운다. 한 쪽을 막으면, 다른 쪽에서 새로운 유통로가 생긴다. 즉, 마약 단속은 성공해도 패턴이 바뀔 뿐,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2. 공급 차단 중심 정책의 딜레마

세관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공급 차단(Supply Reduction)이다. 즉, 국경에서 마약의 유입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첫째, 수요(Demand)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공급은 다시 생겨난다. 마약은 단순히 거래되는 상품이 아니라, 인간의 불안·쾌락·고통을 매개로 한 심리적 수요의 문제다.

둘째, 밀수 기술의 발전 속도가 단속 기술보다 빠르다.

새로운 합성물질은 법으로 규제하기도 전에 등장하고, 온라인 거래는 국경의 개념을 무력화시킨다. 결국 “잡으면 된다”는 사고는 단기 처방일 뿐, 장기적으로는 ‘끝없는 추격전’만 낳는다.


3. 법보다 빠른 신종 마약

2010년대 이후, 전 세계를 휩쓴 새로운 현상이 있다. 바로 신종 합성마약(New Psychoactive Substances, NPS)의 등장이다.

기존 마약의 화학구조를 조금만 바꿔도

새로운 물질이 되며, 법적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펜타닐(fentanyl)’은 의료용 마약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파생체인 ‘아세틸펜타닐’, ‘카르펜타닐’ 등이 ‘합법 마약’처럼 인터넷에서 거래된다. 그 위력은 헤로인의 수십 배, 단 한 알로도 치명적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몇 년 전 중국발 국제우편에서 ‘펜타닐 젤리’가 처음 적발됐다. 겉보기엔 젤리나 비타민처럼 보였지만, 실험 결과 0.1g만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농도였다.

법은 뒤늦게 이 물질들을 ‘불법’으로 지정했지만,

이미 새로운 변종이 등장해 있었다.

이 싸움은 마치 ‘두더지 게임’과 같다. 가지 마약을 법으로 막으면, 다른 이름의 마약이 고개를 든다.


4. 단속의 그림자 ― 재범과 낙인

‘공급 차단’ 정책이 놓치기 쉬운 또 하나의 문제는 사람이다.

마약 사범을 잡아도, 그들의 절반 이상은 다시 마약에 손을 댄다. 법적 처벌보다 중독 치료가 어려운 이유다.

교도소에서 형을 마치고 나와도 사회는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직장도, 친구도, 가족도 잃은 그들에게 남은 것은 다시 마약뿐이다. 결국 그들은 재범자가 되고, 다시 교도소로 돌아간다.

단속이 강화될수록, 중독자들은 더 깊은 지하로 숨어든다. 마약은 점점 더 보이지 않는 범죄가 된다.


5. 다른 나라의 교훈

미국은 1970년대부터 이어진 대대적 단속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마약 중독자 수는 계속 늘었다.

현재 약 3천만 명이 의존증을 앓고 있다.

이에 일부 주에서는 ‘단속보다 치료’를 선택했다.

오리건주는 소량의 마약 소지를 범죄가 아닌 치료 명령 대상으로 바꾸었다.

한국과 비슷한 사회구조를 가진 일본은

‘마약범죄자 재활센터(DARC)’를 운영해

퇴소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일하며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재범률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태국 정부는 2003년, ‘마약과의 전쟁’ 명목으로 2천 명 이상을 사살했다. 하지만 마약 공급은 오히려 증가했다. 결국 정부는 방향을 바꿔, 예방·치료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했다.

이 세 나라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공급 차단’만으로는 결코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6.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한국도 지금 정책의 전환점에 서 있다.

세관 검찰 경찰이 국경과 국내에서 막아내는 노력은 필수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시도되는 검찰 와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검찰의 마약 단속 조직과 국제 공조망도 함께 사라지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다음 단계—사회 내 재활과 예방 체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① 국경 단속 → ② 유통 추적 → ③ 중독 치료 → ④ 사회 복귀

이 네 단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공급 차단’에서 ‘통합 관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마약 문제는 범죄가 아니라 사회적 질병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7. 결론 ― 인간의 욕망, 정책의 한계

결국 마약과의 전쟁은 인간의 욕망과의 싸움이다.

고통을 잊고 싶다는 욕망, 더 강한 쾌감을 찾고 싶다는 욕망, 예방과 단속을 통해 그 근원을 막지 않는 한, 국경의 철문은 완벽한 방패가 될 수 없다.

한 세관 수사관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마약을 막는 게 아니라, 사람을 지키는 일을 합니다.”

그 말처럼, 진정한 승리는 마약을 ‘잡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마약을 필요로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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