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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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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햇반 Sep 23. 2023

책을 쓰자


1.

논문 말고 책을 쓰고 싶다. 쓰고 싶은 책 제목을 열 개쯤 적어 놓은지 이미 오래다. 여행, 교육, 독서, 문학 관련 에세이다. 또, 내 연구 영역 즉, 한국어교육 및 다문화교육 관련 입문서도 쓰고 싶다. 


게중엔 이미 출판계약서까지 써 놓은 것도 있는데 아직 시작도 못 하고 있다. 눈앞에 당장 급한 일들 처리하느라 장기적 안목에서 진행해야 할 중요한 일들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시간은 닳아져가는데, 어쩌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내가 한심할 뿐이다.


2.

아이 둘이 서울대에 가고 나니, 일하는 엄마의 육아 분투기를 책으로 쓰라는 권유가 몇 차례나 있었다. 자유롭게 한창 뻗어가야 할 아이들을 서울대라는 이름에 가두고 싶지 않아 고사했다. 이제 또 하버드를 가고 나니, 이제는 좀 이야기를 나누라고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등을 떠미는데 여전히 그냥 웃고 만다.  


실은 당장에라도 쓰고 싶은 책은,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온 지난 겨울의 유럽 여행기이다. 여행 준비부터 이야기가 산더미인데다 자료 조사도 많이 해 두었고, 이미 참고문헌도 수십 권을 읽었지만, 차분히 생각을 글로 옮길 틈이 좀처럼 나지 않아 점점 그 감흥이 멀어져만 가는 걸 안타깝게 바라보고만 있다. 속상하다.


버지니아 울프나 루이자 메이 올컷 같은 영국과 미국의 여성 작가들의 계보와 흔적을 찾아 헤맨 여행기도 너무너무 쓰고 싶다. 직접 방문했던 생가와 그들의 작품 흔적들만 모아도 한 꾸러미인데 이를 어쩌나 싶다. 최근에 다녀온 영국 런던 블룸즈버리와 미국 보스턴 콩코드 이야기는 특히나 사라지기 전에 얼른 쓰고 싶다.


3.

이번주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당장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우선 집중하자 싶다가도, 무언가를 끊어내야 새로운 걸 시작할 수 있을텐데, 싶은 조바심에 마음이 수시로 어지러워지곤 한다. 좋아하는 것들과 해야 하는 것들 사이에 우선순위를 정해서, 아쉽지만 포기할 것은 그만 포기하고, 대대적인 일상 리모델링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아, 어쩐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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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여름 렉싱턴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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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믿어보자!

I can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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