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세상으로부터 나를 단절시키고 작은 다락방에 가둬 두고 싶을 때 듣게 되는 음악이 있다. 집중해서 작업해야 하는 어떤 일이 있을 때, 주로 그건 글쓰기와 관련된 일들인데, 논문을 써야하는 때가 되었든 따로 작업하는 책이 되었든, 아니면, 하다못해 일기라도 마음을 추스리고 차분히 써야하는 어떤 순간이면 나는 종종 이 음악을 틀어 놓곤 한다. 이런 곡이 몇 곡 있다.
노래든 음악이든,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특별한 모든 곡들이 그렇듯, 이 곡 역시 어떤 이미지들과 분위기와 인생에서의 당시의 어떤 상황과 맥락들이 서로 연계되어 온몸의 세포에 스며들어 자리잡고 있다. 아이들로부터 가정으로부터 나를 고립시켜 외진 작은 방에 가둬 두고 논문 쓰기에 집중하고 있던 그 겨울의 장면과 밀착되어 있다. 외롭고 힘들었던 시기다.
크리스마스까지 다가오고 있었고, 밖에는 온종일 하얀눈이 하염없이 내리곤 했다. 밤새 쓰다가 새벽에 나가 혼자 거닐던 눈길도 기억나고 그 쓸쓸했던 시간들이 그대로 떠오른다. 이쯤에서 그만둬도 될 것 같은데, 나는 대체 뭐가 그리고 허기지고 뭘 그리도 갈망했던 건지.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태어나기도 하는 것 같다. 늘 어딘가로 향해야 하는. 늘 무언가를 꿈꾸어야 하는. 그리고 스스로 선택한 그 길고도 긴 고독의 시간을 견뎌내야만 하는.
엉뚱하게도 그런데 이 곡, 조쉬 그로반(Josh Groban, 1981~)의 <Believe>는, 크리스 반 앨스버그(Chris Van Allsburg, 1949~)의 그 유명한 그림책 <The Polar Express>(1985)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영화 OST 수록곡이다. 이 영화가 개봉된 것이 2004년이니까 내가 한창 아이들과의 삶에 집중하고 있던 딱 그 즈음이니 우리 꼬맹이들의 어린시절 장면들과 연결된 기억이 있을 법도 한데 그렇지는 않다. 게다가 울집 식구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 이야기인데 참 이상도 하지.
정작 내게는 그로부터 몇 해나 한참 지난 어느 겨울,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조금씩 자신의 세상이 생기고 있고, 나는 나대로 골방에 틀어박혀 뒤늦게 못다이룬 허름한 나의 꿈을 좇고 있던 쓸쓸했던 시절의 기억과 연결되어 버린 것이다. 그 정신 없던 시간들을 다 지나왔다니,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또, 이번 크리스마스, 지금 꿈꾸고 있는 새로운 이 작은 것들이 제발 그때쯤엔 이루어질 수 있기를!
* Josh Groban - Believe
Children sleeping, snow is softly falling
Dreams are calling like bells in the distance
We were dreamers not so long ago
But one by one we all had to grow up
When it seems the magics slipped away
We find it all again on Christmas day
Believe in what your heart is saying
Hear the melody thats playing
Theres no time to waste
Theres so much to celebrate
Believe in what you feel inside
And give your dreams the wings to fly
You have everything you need
If you just believe
Trains move quickly to their journeys end
Destinations are where we begin again
Ships go sailing far across the sea
Trusting starlight to get where they need to be
When it seems that we have lost our way
We find ourselves again on Christmas day
If you just believe, if you just believe
If you just believe, just believe, just believe
https://youtu.be/2xttF0lM_Wk?si=Jw1pmplVNlwHYEb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