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를 보고

by lapin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를 보고


어느 영화는 보고나서 한동안 앓게 되는 영화가 있다

캐릭터가 겪게 되는 감정과 상황 관계를 통해 영화가 얼마나 공감을 이끌어내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같은 속옷을 입은 두 여자의 경우 너무나 힘든 영화였다

이 영화는 캐릭터의 감정을 정말 잘 표현했지만 더욱 놀라웠던것은 그 상황이 발생하는 매커니즘에 대한 통찰이 너무나도 뛰어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너무나 크게 앓았고 영화 속 이정에 대해 공감하고 가슴아파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든다


영화속 이정과 수경의 관계는 모녀관계이다

분명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관계인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과연 가족이라는 것은 무언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에 따라 개인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의 관계의 갈등은 세대갈등 매커니즘을 통찰하여 표현한다

그것도 너무나 정확히 표현하고 발단 과정 해결과정 모두 엇나간 관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연 두 사람의 갈등은 어떻게 발생하였는가?

영화에서 수경은 좌훈기를 체험하는 매장을 운영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집에서 수경에게 털어놓고 하소연을 한다

수경은 자기가 힘들게 돈을 벌어서 너를 먹여살리는데 이런 하소연도 못듣느냐고 하고 수경은 그런 하소연을 자기에게 하면 자신은 어떻게 하냐는 대사가 있다

과연 부모가 아이에게 하소연하는게 맞는걸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신과 의사인 양재진 원장의 말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아이가 태어나서 양육 해야하는 책임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에게 있다

아이는 부모를 선택할수 없지만 부모는 아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양육에 대한 노동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부모 본인들에게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부모로써 아이에게 키워준 은혜 운운하는것은 말 결국 아이에 대한 가스라이팅이 되는 것이고 본인들의 노동의 고통은 본인들이 감내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에게 하소연을 하게되면 나타나는것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아마도 영화 속 수경은 이경에게 어린시절부터 계속해서 하소연을 해왔을것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식을 잊고 자신의 삶만을 영위하기위한 생활을 말이다

그러면서도 수경이 이경에게 하소연을 하게됨으로써 이경의 어린시절에는 너무 일찍 커버린 아이처럼 되었을 것이다

달리 이야기하자면 부모가 저렇게 힘들어 하는데 나라도 말 잘들어야지 혹은 부모로 부터 안 좋은 분위기, 기운, 감정을 공감하는 법부터 배워왔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아이가 부모를 반대로 위로하는 모양새가 되어간다

정신과 천근아 교수의 말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시부모, 남편에 대한 하소연, 일에 대한 하소연을 하게되면 아이는 엄마를 위로하면서 자신의 불안과 의존 욕구를 숨기는 애어른으로 커가다 진짜 성인이 되어 어느시기에 퇴행할 수 있기때문에 스스로 해결해야된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퇴행하게된 그 아이는 누굴 탓할수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 원인과 성찰없이 영화에서의 수경처럼 넌 왜 어른이 안되니라고 너무나 무책임하고 부주의한 말을 들을 확률이 높다

그럼 여기서 영화에서 나오는 속옷은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라고 생각해 봤을떄

같은 속옷을 입은 두 여자라는 제목처럼 어쩌면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서사를 품고있는 사람들이지만 결국 아이의 자리 없이 부모 위주로 돌아가는 가족의 참담한 현실을 반영한 상징이 아닐까 한다

그렇기 떄문에 첫장면 이정이 속옷을 빨고 있을떄 자신의 속옷을 이정에게 던지는 수경처럼 자신의 짐을 무심코 던져버리는 가족의 행태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의 자리가 없어 결국 자신의 자리가 얼마만큼의 사이즈인지도 모르는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가 남게 된다고 생각이 든다

여기서 더 큰 비극은 이정이 그런 수경의 모습을 자신도 모르게 학습했다는 것이다

집을 나온 이정이 소희의 집에가서 자신과 어머니 사이의 일을 이야기한다

처음은 소희도 듣고 위로하고 공감해 주지만 그런 대화가 계속되자 소희는 그런 말을 한다

자신이 집에서 나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정은 왜 다시 자신을 집으로 돌려보내려 하냐고

이정도 자신도 모른채 수경의 하소연하는 것을 학습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어쩌면 날카롭게도 수경에게 다른 가족을 보여준다

바로 자신의 애인인 종열과 딸인 소라이다

딸인 이정의 졸업식일때도 안간 수경이 자신의 애인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라의 중학교 졸업식을 가는 장면은 너무나 위선적인 캐릭터를 잘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자신과 종열이 같이 살 집에 미성년자인 소라가 같이 산다는 말에 화를 내는 모습은 모성애라는 것이 없는 사람처럼도 보인다

결정적으로 종열의 집에서 메모할 필기구를 찾다가 소라의 방에 들어가 소라의 성인기구를 발견하는 장면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에서 기성세대의 가장 저열한 문제해결 방식이 옅보인다고 생각이 든다

수경이 웃으며 소라의 성인기구를 발견하고는 전화의 상대방과 성인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그 모습을 발견한 종열이 수경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성인기구를 보관하고 있던 소라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수경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었다면 전화를 끊고 사태를 파악했을 것이고 종열도 보관하고 있던 소라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일단 상황을 넘기도록 했어야 했다고 본다

제일 근본적인 문제는 종열이 수경에게 소라의 방에 들어가라고 한 것과 그걸 또 아무생각없이 들어간 수경에게 잘못이 있을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사과하지 않는 수경과 다시 수경과 소라의 관계를 이어보겠다고 똑같은 옷을 선물한 종열까지 기성세대의 문제해결 방식에서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그저 좋게좋게 보이는 미봉책으로만 문제해결을 하려고 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자동차 사고에서도 볼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수경은 여기서도 보여주기식 해결방안으로 보험사 싸인을 하지 않은 이정을 무시하고 자신이 이정의 싸인을 대신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이후 자동차 급발진을 주장하며 자동차회사와의 재판을 하게되는데 거기에 이정이 수경의 반대측 증인으로 나오게 된다

과연 수경은 이 사건으로 어떠한 노력과 성찰을 하였을까

수경은 이정에게 미안하다 아프지않느냐와 같은 말은 한마디도 건네지 않는다

그리고 재판에서 이정이 왜 자신의 반대편 증인으로 나왔는지도 찾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잔소리를 하게 된 것이 원인이라고만 지레짐작 생각해 버린다

자기 중심적이고 겉으로는 좋은척하며 속으로는 썩어문들어지는 방식으로 결국 보여주기식 해결방안으로 어느 것 하나 나아지니 지지 않고 점점 악화되는 위선적인 해결방안으로 말이다


결말부까지 보면 결국 세대간의 차이에서 통념적인 유대관계는 어렵다고 보여진다

이정이 수경에게 슬픔섞인 목소리로 나 사랑해? 라고 하는 대사에서 수경은 웃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냉장고 속 있는지도 몰랐던 아이스크림, 졸업식에 가지않고 자는 딸을 깨워 억지로 찍는 사진

그리고 딸이 자신을 떠나가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마실 차를 끓이며 리코더를 부는 수경을 통해 가족의 이해와 사랑 보다 그저 보이기에 좋은 의무감 해소만 된다면 자신의 쾌락만 쫓는 그런 이기적인 모습만이 지금의 기성세대의 모습을 은유하는 거 같아 슬프게 느껴진다


영화속에서 수경은 이런 대사를 한다

자신이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화가나면 손이나 욕부터 나간다라는 대사를 한다

개인적으로는 말도 안되는 궤변이라 생각한다

세상의 사람 간의 관계에서 의견차이는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논의와 논쟁의 단어와 뜻이 다르듯 결국 대화를 하고 있는 이의 태도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는 의지 문제다

나와 대화하고 있는 이를 얼마나 존중하냐에 따라 나의 의견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논의가 되고 논쟁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한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써 존중받아야 되는 이유는 충분하고 무시받아야될 이유는 없다

소통의 노력은 언제나 계속 해 나가야 하며 자신이 괴롭다하여 소통의 노력 또한 게을리 하면 안된다

소통의 노력을 게을리 하고 나이가 어리다 혹은 경험이 부족하다, 어리숙하게 생겼다 와 같은 이유로 상대방을 무시하고 경멸하게 되는 순간 어느새 외롭게 남은 세대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여기서 더 큰 비극은 그렇게 외롭게 세대는 왜 이렇게 자신들만 남았는지 자신을 떠나간 이들에게 이유를 찾을 것이다


그저 자신의 자리를 찾아 가는 이 세상 모든 이정이 부디 행복을 찾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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