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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일파워 임승희 Jun 17. 2020

엄마의 옷장

두번째 이야기. 나는 스타일리스트다.

나는 24년차 스타일리스트이다.

1세대 스타일리스트로서 나는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다.

나는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프랑스에서 특수분장을 공부하고 들어왔다.

나에게 기회로 찾아와준 영화의상!!

'야생동물 보호구역' 프랑스 올로케 영화에 

특수분장사로 낙하산으로 고용이 되었다.

김기덕감독과 프랑스에 사는 우리형부의 의리로

현장경험 하나없는 나는 불어를 한다는 이유로 특수분장사가 되었다.

세상은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현장엔 의상팀이 없었고, 난생처음 의상팀까지 같이 하게 되었다.


나는 패션을 공부하지 않았다.

심지어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트 시절도 없었다.

옷이 필요할것 같아 백화점을 찾았고 

본사에서 옷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내가 잡은 컨셉은 정확하게 명중하였다. 

시놉시스를 보고 캐릭터을 기획하면 히트를 쳤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트렌드이었고

내가 스타일링하는 옷은 핫인싸템이 되었다.

나는 깊히 생각하거나 계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처음의 촉으로 움직인다.

그럼 이런 촉은 어디서 온것일까?


우리엄마 이름은 김남북이다.

북에서 태어나서 남에서 키웠다고 해서 김남북이다.

그시절 교육은 커녕 집안을 이끌기 위해 어린나이부터 일을 했었다한다.

엄마는 탈랜드 김창숙 선생님을 닮으셨다. 

짙은 눈썹과 높은 콧대 그리고 서글서글한 쌍거풀 진 커다란 눈

지금이라면 연예인을 하고도 남을 외모를 지녔다.

엄마의 옷장 안에는 현실과 맞지 않는 색이 고운 옷들이 참 많았다. 

대부분이 플라워 프린트 들어간 원피스나 색감이 고운 니트와 맥시스커트

넉넉하지 못했던 그시절

뭐 우리집만 그런건 아니고 대부분이 가난했던 그시절이었다

엄마는 보글보글 아줌마 펌에도 불구하고 참 여자다웠다.

화려한 외모만큼이나 화사한 옷을 매칭하여도 튀지 않았다.

특별히 외출을 많이 한다거나 사람들을 만나지는 않았다.

삼남매를 키워야하는 엄마의 힘든 삶속에

아름다운 옷가지들이 함께했었다.


엄마의 서랍을 열어본다.

풀이 빳빳하게 먹여진 하얀 공단에 동백꽃의 자수가 정갈하게 들어간 덮게가 보인다.

해도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을 하고 늦은 밤

졸린 눈을 비비면서 완성이 되었을 자수들을 보면서

참 아름다운 삶을 꿈꾸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하였다.

엄마의 옷장안에는 그녀가 꿈꾸는 삶이 걸려있다.

어린시절 인형옷을 만들겠다며 양장점에들러

손바닥만한 스와치꾸러미를 들고와 

손바느질로 옷을 만들고는 하였다. 

종이에 인형옷을 그리고 색칠하고 오리고

온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엄마는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이렇게 어지르냐며 혼구녕을 내고는 했다.


나의 옷장을 열어본다.

눈이 아플만큼 화사한 노란 원피스부터 시작하여

핑크와 블루 베이지로 하여 화이트, 블랙으로 끝을 맺는다.

나는 가장 기쁠때와 슬플때만 드레스업하여 블랙을 입는다.

왜냐하면 나는 컬러를 입었을때 자신감이 돋는다.

나는 엄마의 옷장을 보면서 자라났다.

나는 스타일링을 할때 촉으로 한다.

처음 오는 촉이 100프로 통한다.

영화의상 컨셉을 잡을때에는 

처음 맞이한 시나리오를 정독하고 바로 잡는다.

그래서 잡은 컨셉은 나의 대표작 '7급공무원', '차형사', '도가니' 등

영화의상으로 만들어졌다.


나는 패션을 처음 전공하지는  못했다.

스타일리스트가 되면서 현장에서 배웠고,

석사, 박사를 거쳐서 스타일리스트학과 교수가 되었다.

나의 스타일링의 촉은 나의 엄마의 옷장에서 나왔다.

작은 고사리 손으로 천을 오리면서 바느질을 하며

엄마의 옷장안에 컬러와 패턴을 배웠고

지금도 나는 패션트렌드가 뭐예요?하고 물어보면

지금 내가 입고 싶은 아이템을 이야기 한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패션트렌드 아이템은 적중을 한다.

패션은 촉이다.

촉이 좋은 사람이 패션을 잘풀어낸다.

촉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갖고 태어나야한다.


나는 촉이 좋은 스타일리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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