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막무가내 방문자와청개구리

by 김토로

(2021년)


지역에 논란이 되고 있는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나를 찾아오지 않은 척, 다른 사람이 사무실에 있는지 물어 왔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였다. 약속하고 온 것인지 물었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찾아온 사람이 없으니 돌아가라고 했다.


하지만 예상했듯 나를 찾아오지 않은 척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심의를 잘 봐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연락도 없이 찾아오는 경우는 종종 있다. 더구나 이런 일을 만만한 사람 위주로 하다 보니 결국 위원회에서는 연락 없이 찾아오는 경우, 막무가내인 경우 심의를 하지 않고 부결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온 지 오래였다.

사실 그냥 잠깐 생각해봐도 잘하는 사람들은 심의에서 설명하고 질의응답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뒤에서 공작을 한다는 것은 뭔가 '찔리는 것'이 있다는 게 백이면 구십구다.


이 사람 역시 마찬가지로 선을 넘고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나 말하 듯 똑같이 따로 만나서 들은 말은 없으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심의에서 하라고 했다. 하지만 죽어도 왔으니 들여보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왔으니 설명하고 가겠다고 했다.

사무실의 상급자와 내 다른 지인과 밥을 먹은 적도 있다며 어필까지 했다. 어림도 없지.


주민들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아서 신문에 광고도 냈다면서 어필했다. 주민들이 왜 만나주지 않는 것인지는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일까? 일상적으로 쓰이는 세륜시설이 있는데 폐수가 배출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누가 믿을 수가 있을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을 주민들은 몰랐을까.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들어오지 말라고 이야기해도 자꾸 밀고 들어오려고 했다. 주머니에서는 주섬주섬 서류를 꺼냈다.


"못 들으셨어요? 연락도 안 하고 막무가내로 오시고, 더구나 따로 찾아오는 건 위원회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 거?"라는 식으로 돌려 말해줬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들여보내 주세요 했다. 아니 나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러 온 것이라면서 왜 만나러 온 사람이 없는 사무실을 그렇게 들어오겠다고 하는지 속이 뻔히 보였다.


결국 "이 시국에 마스크도 안 쓰고 오시고 어딜 들어오시려고 하세요?" 했다. 마스크를 쓰겠다고 주섬주섬하길래 얼른 잘 가시라고 했다. 또 밀고 들어올까 싶어서 계단을 다 내려가는 것까지 보고 들어왔다. 오래간만에 억지 부리는 방문자였다.

얼굴이 익다 싶었더니 그는 지역에서 알아주는 유지였다. 맨날 이름만 들어봤다가 실제로는 처음 봤다. 겉으로는 그가 직접 사업자가 아니었지만 실제로는 그의 사업이라는 것이 이미 지역에서는 다 소문이 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참 투명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사람이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업계에 들리는 소문으로 나만 피하면 된다는 얘기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도 잘 몰랐는데 누가 내 욕하더라면서 전해줘서 알게 되었다. 맞다. 나는 몇 년 동안 조용조용한 미친개가 되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 그리고 그런 소문이 난 것을 보니 제대로 성공한 것 같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청개구리 띠라서 그동안 잘 봐달라고 전화하고, 이렇게 연락도 없이 찾아오고, 다른 사람 통해서 말을 전한 사람들의 서류를 평소보다 더더더 꼼꼼히 봐 왔는지 그들도 이제는 좀 알아야 할 텐데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조심하세요. 미친 청개구리가 서류를 읽어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현장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