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남쪽으로
남쪽으로 남쪽으로 향했다.
110CC 오토바이를 타고 제주도로 가는 길은 아득하게 멀었다. 그렇다고 못 갈만한 거리도 아니었다.
네이버 지도에서 목적지를 고르고 검색한 결과에서 이륜차 전용으로 바꿔보면 늘 1.5배의 시간이 더 걸렸다. 그래도 괜찮았다. 우리는 모처럼 시간이 많은 여행자니까.
문경새재에서 진주까지 꼬박 하루를 달렸다.
잠깐씩 길가에 멈춰 휴식을 취할 때면 오토바이도 '털털털-' 소리를 내며 숨을 골랐다.
이 작은 오토바이에 무거운 우리가 둘이나 앉아 우리나라를 종단하고 있다는 것이 갑자기 미안해지기도 했다.
어디쯤인지 모르겠으나, 길가에서 찐 옥수수를 사 먹기도 했다. 벚꽃이 아름답다는 대구에서 하루 쉴까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제주에서의 일정을 늘리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가까스로 진주에 도착했다.
4월 초의 밤공기는 여전히 쌀쌀했고, 오토바이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느라 체온 유지도 어려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주에서 제주 향토 음식 전문점에서 올레 생선구이와 성게 미역국을 먹었다.
그리고 아침,
쾌청하고 맑은 아침 하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가 좋아 커피를 사들고 영천강의 산책로를 걸었다.
간격을 두고 서서 국민체조를 간편한 버전으로 했다.
넓은 강을 향해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잔잔하고 넓게 흐르는 강물, 이런 풍경 속에 우리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나른하게 했다. 그리고 살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래서였을까. 어쩐지 우리 인생에 아이를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년 동안 각자의 커리어를 고군분투하며 쌓아온 우리에게 휴식이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너는 종종 아이를 갖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어 보였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궤도에서 우리가 아이를 갖게 된다면, 너는 숨 가쁘게 일을 계속하고 나는 트랙에서 내려와 육아를 하게 될 것이었다. 낳고 키우는 과정의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하고 해내야 할 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 이렇게 하루 종일 함께 있다니, 삼일 연속으로 함께 있고 앞으로도 함께 있을 거라니.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우리의 가정을 우리가 같이 만들어 갈 수 있다면 드디어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들의 이름을 정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둘은 서로가 멀어지기에 쉬웠고, 셋은 하나가 소외당할 수 있으니, 넷을 낳았으면 좋겠다고 상상해보았다.
물론 하나도 낳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우리끼리의 꿈이니 마음껏 꿈꿔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서로의 상상이 재미있어서 재잘거리며 산책을 마저 했다.
우리 둘만 있던 풍경에 '계절이들'이 함께하는 날이 언젠가 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