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못했거나 이해가 되지 않으면한 번 더 물어보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아이는 그냥 넘어가는 것같아 보인다.
물어보는 건 실례가 아니라고 잘 못한 것이 없기에 늘 당당하라고 하지만아이는 언제나 조심스럽다.
집요한 학교폭력에 여섯 명이 대충 쓴 사과문 여섯장을 받아들고 아이는 더 큰 상처를 받았다.
그렇게 일 년이 넘는 기간동안 다수에 의한 폭력은 신고를 하자마자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오래된 폭력을 정리하는 것은 매우 신속하고 단순했다.
처벌하거나 학생들을 가르쳐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더이상 학교에서는 없었다.
아무 잘 못 없었던 아이에게 장애가 바로 너의 잘못이야라고
사회가 그것도 그래도 공정해야 할 학교에서 보여준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은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분명 뿌린대로 거둘거라는 나의 말은
오랜 인내심의 한계이자 세상 소극적인 복수심이었다.
"착한 끝은 있다"라는 말이 영 쓸모없는 사회아닌가
아이가 새로 전학 간 학교에는 학교폭력으로 전학 온 아이들이 많았다.
일반 학교에서도 충분히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이 내몰려 온 학교
그곳에서 아이는 빠르게 수화를 익히고 마음을 터 놀 친구와
나이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수화를 어떻게 그렇게 빨리 익히냐고 물어보면 아이들이 하는 모습을 보고 유튜브나 자료를 찾아보고 배웠다고 한다.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소통하기 위한 자신만의 숨겨진 노력의 결과라고 했다.
그래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엄마와는 확연히 다르게 빨랐다.
"장애가 곧 너의 잘못이야" 라고 배운 것일까
유치원에서부터 선생님께 특별한 배려보다 그저 다른아이들과 똑같이 대해 달라던 내 오지랖일까
아니면 천성이 선해서일까
아이에게서 사람이 많은 곳, 식당에 가도 병원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이미 몸에 밴 배려심이 보인다.
길거리 난전에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도 파지를 잔뜩 밀고 가는 할아버지도 짠하다.
병원에 혼자 온 할머니를 보며 "엄마는 내가 같이 와줄게" 라며 혼자 다니지 말라고 한다.
혼자 온 할머니가 그냥 보이지 않는 세심함이 있다.
동물에 대한 생각은 더 남다르다.
버려진 강아지나 다친 고양이를 보며 슬퍼하고
운전석 옆에 앉아 로드킬 당한 동물들이 있을까 는 노심초사다.
불쌍한 소를 먹을 것 같고 돼지가 들어간 음식일까
포크를 조심스레 움직인다.
유기견봉사를 가고 싶고수의사가 되고 싶어 한다
마음껏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사육사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니
딸!! 너 혹시 한국의 제인구달?
유치원을 보내면서 머리에 충격이 가지 않게 하는 것과 풍선 불기만 삼가하는 것외에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달라고 했다. 과한 배려는 아이에게 독이 될 거라 생각했고 불편만 해결되면 다르지 않다는 걸 아이가 받아들이길 바랬다. 아이는 초등저학년까지는 밝고 이쁘게 성장했다.
지금도 그 시절을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아이는 기억한다.
사춘기가 오면서 자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이 생겨나기 전까지는 생각한 대로 잘 흘러갔다.
아이의 커가는 만큼 다른 아이들도 커지게 마련이어서 일까. 똑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다름에서 오는 거리감이 생기기 시작했고그 거리감을 우정으로 잘 극복하기도 하고 또, 다른 관계는 단절되기도 했다.
이해와 배려 소통이 원활하게 되면 좋은 친구가 되는 건 장애유무를 떠나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사실이다.
단지 내가 불편해서가 아니고 네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다. 나의 상처를 잘 돌볼 수 있으면 타인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넉넉한 품이 생기기에 아이의 시련은 통과의례이고 넘어야 할 산이었다. 그리고 그 산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것을 안다.
대놓고 괴롭히는 폭력적인 아이들로 큰 상처를 받았지만
아이는 고비고비를 잘 넘어선 듯 보인다. 그 상처의 깊이가 얼마나 큰 지 내가 다 가늠할 수는 없지만
아이와 음악을 같이 듣다가 아이는 이런 말을 하곤했다.
"이 거 정말 많이 들었어요, 힘들때 마다 "
"이 음악 버스에서 계속 반복해서 들었는데"
그때의 심정을 순간순간 내비치는 것 보면 상처가 많이 아문 것 같다
폭풍이 지나고서야 폭풍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산 정상인가 싶으면 또다시 내리막이 있고 내려가는 것이 아까워
새로운 길을 또 찾아 두리번거리다 길을 잘 못 들어설 때도 있다.
내려가는 것이 맞는 거였다. 돌아돌아 다시 오르막을 만나 올라가다 내려가고를 반복하다 보면 정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