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감정의 색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감정의 색은 무엇인가요?”
누군가 지금의 감정 상태에 관한 질문을 한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무색(無色)이요”
“그렇다면 감정에 냄새는 있나요?”
“아마도 무취(無臭)일 거예요”
3개월간 ‘감정 사전’을 만드는 프로그램에 함께 하고 있다. 매주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면서 현재 나의 감정 상태가 투명하다는 것을 알았다.
‘정말 사라져버리고 텅 비어버린 것일까?’
마치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한 바다 위의 수면처럼 오르내리는 감정의 변화 없이 분노의 감정도 쪼개보고 슬픔의 상태도 상상해본다. 그렇게 순간의 행복감과 알 수 없는 지루함, 신음소리 조차 삼켜버리는 억울함까지 감정의 세세한 상황들을 찾아보고 표현해보면서 나는 심장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감정이 사라진 상태를 색으로 표현하려니 말이 궁색해진다. 익숙한 행동이 아니다. 어쩌면 그동안 살면서 세세히 감정을 살피는 시간이 많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의 감정이 궁금해졌다.
‘무색(無色)보다는 많은 색을 품은 검은색이라 대답할까?’
다양한 감정이 혼재되어 있어 어느 색도 나타내기 어렵다. 모든 감정을 합쳐 검정색이라고 답하기에도 부족함이 있다. 꽉 채워진 색이 아니다. 감정이 없으니 색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아도 분명 존재하기에 그냥 숨어있다고 해도 될 것 같았다.
‘있지만 없는 색, 사라지고 없는 감정.’
한가지로 지금의 감정을 규정하려고 하니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글을 시작 해야 하나 막막한 시간이 흘러갔다. 그냥 몇 가지 감정을 골라 가볍게 쓰는 방법을 택할 것인지 비어있는 감정의 상태를 글로 쓸 것인지 정해야 했다. 시간은 가고 마음은 급하다. 미루다 미루다 마감일이 다가오니 점차 선명해지는 것이 있었다. 어렵지만 지금 감정에 집중하고 싶어졌다. 현재의 나는 마치 심장이 없는 비어있는 상태, 고요하고 평온하기까지 한데 혹시 이것이 거짓된 감정은 아닐까?
무엇을 누락시키고 있는지 사라진 감정을 들여다보며 글을 쓰게 되면 분명 힘들어질 것이다. 쓰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괜히 마음만 들쑤시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은 그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어쩌다 감정이 없는 사람이 된 걸까?’
아침에 눈을 떴다.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생각이 길을 내고 몸 안으로 깊게 파고든다. 분명 꼬리를 무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할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그 상황으로 자신을 밀어 버린다. 그렇게 소극적인 괴롭힘이어도 편안해지는 지점이 있었다. 자기학대가 어느 정도 면죄부를 주는 느낌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반복된다. 그러면, 여지없이 호흡이 가빠진다. 호흡을 조절하지 못하고 얼굴로 열이 오른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내려다본다. 하늘을 올려다볼 자신이 없다. 숨이 막혔다.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올라섰다. 수천의 빚이 생기고 억 단위의 돈이 통장에서 사라지는 절체절명의 사건이 생겼다. 노련하지는 않아도 유연한 나이, 그동안 그리 쉬운 삶은 아니지만, 순간순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힘든 고비들을 넘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사이즈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