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재미있다고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내가 쓴 글을 통해서 사람들과의 소통이 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행복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마음을 나눌 때 올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글을 통한 소통만큼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습니다. 또한, 그 관계가 오래가는 것도 글쓰기를 통한 소통만큼 큰 것은 없을 겁니다.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모여서 글을 쓰고 의견을 나눈다는 것은, 그냥 소통하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글에 대해서 자신감이 넘쳐서 글을 쓰는 사람보다는 늘 부족함을 느끼며 쓰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지식이 많고 생각에 확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표현이 그만큼 될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늘 "나는 언제 저렇게 잘 쓸 수 있을까"라는 작은 탄식을 하게 됩니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글을 써서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은근히 내 글은 괜찮은 글이니까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게 마련인데, 누군가로부터 지적을 받으면 은근히 마음에 상처를 입기 쉽습니다. 부족한 글이니 읽는 사람의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을 리가 없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지적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글 쓰는 사람의 눈에는 미쳐 보이지 않았던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니까요.
지금 자녀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려는 엄빠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여러 작가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지요. 남겨서 유익한 것이 되려면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고, 또 지금까지 없었던 글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글을 만들고자 여기저기에 있는 내용을 짜깁기 해서 써 본들 마음을 울려주는 글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들은 온 마음으로 글을 써 나가고 있습니다. 출산을 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제 많이 무르익어가는 중이라서 어느 정도 글들이 완성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글에 대해 진정한 코멘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누군가 섬세한 평가를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은근한 두려움도 함께 있습니다.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긴장이 되는 일이죠. 좋은 평가를 받으면 힘이 차오르지만, 맥이 빠지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며칠 전, 마음먹고 길게 쓴 내 글에 매우 길면서도 글 하나하나에 대한 섬세한 코멘트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을 쓰신 작가님은 코멘트를 다시면서 아마도 많이 긴장이 되셨던 모양입니다. 혹시라도 읽은 내 마음에 상처를 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코멘트들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내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을 알려 주는 글이기 때문이었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내 글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족히 한 편의 글이 될만한 긴 코멘트를 달아 주셨으니까요. 자신의 일도 매우 바쁘실 텐데,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나의 긴 글을 다 읽으시고 세세하게 코멘트를 남겨 주신다는 것이 보통의 정성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니까요.
지금도 그 코멘트들을 읽으면서 내 글을 어떻게 새롭게 구성해야 할 것인가를 궁리 중에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든, 백지에서 시작을 하는 것이 제일 쉽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미 작성이 되어 있는 것을 손을 본다는 것은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쓰겠다는 마음으로 코멘트들을 읽으면서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만, 미움은 자꾸 "충분한 데 뭘 걱정해"라고 느슨해지도록 유혹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새롭게 쓰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정성껏 코멘트해 주신 작가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