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성진 Aug 08. 2024

일기 쓰기와 만년필

일기를 수시로 쓰게 된 것이 10년쯤 됩니다.

일기 쓰기를 처음 시작한 것은 국민학교 5학년 무렵이었고

일기 쓰기를 하면 뭔가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일기는 몇 줄 안 되었고 매일 똑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학교로 갔다.
어쩌고 저쩌고......
참 즐거운 날이었다"

대개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일 년이 가도 한 권을 채우지 못하고 해를 넘겨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중년이 되어 가면서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일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는 매일 쓰는 글(일기)을 쓰기 시작했지요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의 위안을 위해서 나에게 편지 쓰듯이 쓰고,

그것을 읽으면서 위안을 얻는 생활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는, 마음이 요동칠 때마다 일기장을 펴고 마음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도 수 차례.

두 달에 한 권의 일기장이 쌓여가기 시작했고,

창고에는 비닐로 포장된 노트 묶음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노트의 빈 곳이 줄어들 때마다 마음은 조급해지기 시작했고, 혹시나 일기장이 떨어질까 봐

책꽂이에는 항상 여분의 노트를 늘 준비해 놓았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아내로부터 생일선물로 만년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십여 년 전엔 딸도 만년필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일기를 쓸 때 이 만년필들로 쓰고 있지요.



그리고 카트리지에 잉크를 충전해서 쓰고 있습니다.

매일  수시로 쓰다 보니, 잉크도 일 년이면 두세 병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잉크를 넣다 보면 손가락에 잉크가 묻고

씻어도 잘 지워지지 않는지요.

그래서 진료용 고무글러브와 티슈를 준비해서 잉크 넣는 데 사용을 합니다.

왼 손에 고무 글러브를 끼고, 오른손으로 카트리지를 돌리면서 잉크를 넣습니다.

마무리는 티슈로 닦습니다.

이 방법이 깨달아진 것은 만년필을 쓰기 시작해서 많이 지났을 때입니다.

깨달음이 얼마나 늦었는지^^


고무글러브는 보통 일 년 이상 사용할 수 있습니다.



티슈도 못쓰게 될 때까지는 계속 사용합니다.

나중에는 새까맣게 됩니다.

고무글러브와 티슈는 잉크병과 함께 상자에 욱여넣어서 둡니다.


만년필로 글을 쓰다 보니, 볼펜으로 쓰는 것이 오히려 불편합니다.

그래서 도서관에 갈 때도 만년필을 가지고 갑니다.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돌아와서 일기를 쓰려고 가방에서 만년필을 찾았는데 안보였습니다.

분명히 도서관 갈 때 가지고 갔고, 돌아올 때 내 가방에 넣은 것 같은데 안 보이는 겁니다.

딸이 사준 만년필인데 어쩌지~~~~~~


그런데, 내가 지금 고민한다고 해서 안 보이는 만년필이 나타날 것도 아니고,

내일 일찍이 도서관에 가보기로 마음먹고 편하게 저녁을 보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도서관 문이 열리기 전에 유리문 앞에 서 있었더니

직원이 일찍 문을 열어 주셔서 빠른 걸음으로 가방 보관실로 갔지요.

마침 어제는 일찍 도서관에서 나왔고, 비닐가방을 멘 윗줄에 걸어 놓았던 기억이 있어서

맨 안쪽의 비닐가방을 꺼내어 보았습니다.


아! 만년필이 들어 있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행복한 미소가 얼굴에 가득해졌습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길이 보전하세!



그 이후로는 늘 잘 챙기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