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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성진 Jul 24. 2024

연속된 특별한 경험

매일 글들 올리기로 마음을 먹고 시작을 했지만, 각오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마음은 바빴지만,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충전의 시간이 필요했다. 생각보다 길었지만.


지난 4주간,  

몇 가지의 특이한 경험을 했다.

그 경험들은 우연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기간 중에는, 택시를 타고서 목적지를 말하는 것 외에는 대화를 자제해야만 했는데,

너무 삭막하다는 생각에 숙고한 끝에 한 가지 시도를 했다.

택시의 문을 열면서 

"안녕하세요!"라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웬만한 기사분들은 화답을 한다.

"예!, 어서 오세요!"


이렇게 하고 나면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에 마음은 편안해진다.


지난 5년 동안, 택시를 탈 때마다 인사를 거른 적이 한 번도 없다.

내가 인사를 시작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요새는 택시 문을 여는 순간

많은 기사분들이 인사를 먼저 한다.

"어서 오세요!"

그러면 나도 "안녕하세요!"라고 화답을 한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자 기사분들의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예전과 같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최근 한 달 동안,  두 번의 특별한 대화가 있었다.


대화의 시작은 대개 어떤 이벤트가 일어났을 때 시작이 되는데,

옆에서 달리던 차가 갑자기 방향을 우리 쪽으로 돌린다든지,

굉음을 내면서 달리는 고급차가 나타났다든지 하는 경우다.


그날들도 아마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기사분이 갑자기 칸트 이야기를 꺼냈다.

철학자 이름을 택시 안에서 듣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러데 2주 동안에 두 번이나 철학 이야기를 하시는 기사분들의 택시를 타게 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상한 것은,  그들의 이야기에 내 귀가 열리는 것이었다.


칸트 이야기를 했던 기사분과 나눴던 대화 내용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아마 처음 경험이라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한 주일쯤 지났을 때, 

다시 탄 택시에서 다른 기사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고통스럽게 살아요.

수입에 비해서 지출이 지나치기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예수도 그랬잖아요? 나를 따라오려면 자기를 버리고 따라오라고요"


"행복이 어디에 있습니까? 살고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것이 아닙니까?

열심히 살면 그게 행복인데 어디서 행복을 찾겠다고 그러는지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더니,

"쇼펜하우어가 그랬다잖아요? 같은 것을 계속 바라보면 그것이 안 보이게 된다고요"

내릴 때까지 의미 있는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나도 간간히 기사의 말에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런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행복을 구하고자 공부를 하는 사람이 과거보다 늘었기 때문이 아닐까?


택시를 타면 대개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투털거리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았는데,

양비론으로 흐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입을 다문다.

대답을 하는 순간부터 원하지 않는 스트레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철학은, 연구하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을 해 왔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다가 최근에 어느 책의 표지에 "삶을 제대로 살려면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추천사가 있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철학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런 글이 눈에 들어오는 것도 나에게 때가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연히 일어나는 일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일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우연이라는 것이 없다고 한다. 나도 그 의견에 동감이다.

우주는 조금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

우연이라는 일들이 벌어진다면, 우주의 질서는 그 순간 바뀔 것이고,

연쇄반응으로 대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지금까지의 실이 온 길을 뒤돌아 보면서 내가 마주했던 상황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2주 동안 두 번 경험한 택시기사들로부터 철학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나에게 그것을 들어야 될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고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우연은 없다는 말을, 운명은 정해졌다라고 오해해서는 안된다.

자신이 마주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자기의 앞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사람은 계속 선택을 해야 하는 운명이다.


운명.

책들에서 '운명'이라는 용어를 쓰는 부분을 보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을 잘못된 길로 몰고 가는 것일까? 


원하지 않기 때문에 감당하는데 힘이 들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이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

그리고 그것을 해낼 능력까지 주어졌다고 생각을 한다면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서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될 것이다.

나에게 그런 능력이 주어졌다는 자존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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