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유학울 시작했을 때였다.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타면 때때로 처음 보는 사람들과 동승하게 되는데,
누가 동승을 하든지 나에게 아침인사를 해 주었다.
"오하요 고자이마스!"
뭐라고 답을 해야지? 머쓱하게 목례만 하고 나서는
내 얼굴은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보면서 어서 빨리 문이 열렸으면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근무하던 병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치는 스태프들로부터 어김없이 인사를 받았다.
"오하요 고자이마스!"
교수님도 같은 과 스태프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아침 인사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
더욱이 낯선 나라에서 경험하는 이런 문화에 마음이 조아려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침 인사를 '안부를 묻는 일'로 생각하는 가르침을 받으며 컸다.
6.25 전쟁으로 다음 날을 약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침에 만나면 "안녕했냐(별일 없었느냐)"가 인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양의 인사들,
굳 모닝, 봉쥬르, 구텐모르겐 등등, 그 인사들의 의미는
그날을 축복하는 말들이다.
오늘 좋은 날 되기를 바래요! 라는 뜻임을
그 말과 표정과 행동에서 스며 나오는 것을 느낀다.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도 마치 안부를 묻는 듯한 표현의 인사이지만,
사실은 '오늘 좋은 날 되세요!" 라는 마음으로 나오는 인사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안부를 묻는 말이었다면, 웃으며 말하겠는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잔뜩 지으면서 "당신이 걱정 되었어요" 라는 마음으로 물어보지 않았겠는가?
안녕하세요 = 굳 모닝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해 주는 축복의 인사다.
인사를 받으면, 상대방의 인사에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축복의 마음을 가슴에 가득히 담고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혹시,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다면,
굴러 온 축복을 차버리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인사를 받으면, 활짝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하고 큰 목소리로 화답을 하면
하루가 더욱 밝아질 것은 분명하다.
인사(人事)가 만사라고 했다.
사람간의 관계가 삶의 모든 것을 좌우하듯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 표시이자 축복의 언어인 인사도 마찬가지다.
인사가 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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