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의 신화와 99.3%의 현실-모든 직장인에게 ‘출구 전략’이 필요
해고는 ‘재앙’인가, 신의 감추어진 선물인가?
최근 모 방송국 한 드라마가 큰 화제 속에서 막을 내렸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많은 샐러리맨의 공감을 얻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 드라마는 안정적인 삶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서울 자가’,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50대 김부장이 회사의 압박에 밀려 결국 명예퇴직(비자발적 퇴직; 해고)을 선택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김 부장의 퇴장은 수많은 샐러리맨들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대기업이란 탄탄한 회사에, 부장이라는 타이틀이, 혹은 부동산을 소유한 것만으로는 더 이상 우리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일까? 우리는 이제 이 우울한 현실, 즉 ‘해고’라는 단어를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전향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기업과 개인 모두 준비가 안 되어있고, 이 양자 모두 해고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한 순간이다. 해고를 재정의 할 수 있다면, 관점이 바뀔 것이고, 행동의 변화가 따를 것이고, 기대하지 못했던 결과를 얻어 낼 수도 있다. 최악의 재앙처럼 여겨졌던 해고를 작지만 의미 있는 신의 ‘선물’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세 가지 관점 전환의 필요성
우선 ‘잘림’을 넘어 ‘새로운 도전’이라는 개념으로 재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해고나 명예퇴직을 ‘실패’, ‘좌절’, ‘잘림’이라는 부정적인 단어와 연결 짓는다. 회사 입장에서는 조직개편이나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뒤에 숨기려 하고, 당사자는 무슨 ‘주홍글씨’가 새겨진 듯 이를 쉽게 말도 못하는 것이 사회의 일반적인 풍토였다. 그래서 내게 상담을 받은 많은 임원과 다른 김부장 역시 타 회사 지원 시 ‘퇴직 사유’로 무엇을 적어야 할지를 항상 묻는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해고의 의미도 변해야 한다.
이제 해고는 조직이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헤어질 때가 되어 서로 이별한 것, 스스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나만의 콘텐츠를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의 강제된 기회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해고의 아픔은 잠시 겪을 수 있지만, 이를 ‘잘림’이 아닌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재기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개념의 재정의가 절실하다. 끝이 아니라, 묻어두었던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전환점으로 바라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둘째, 임직원은 회사가 최상의 조건을 갖춘 재도전의 전진 기지라는 점을 잊지 말자.
그런데, 앞의 해고 개념의 전향적 전환을 받아들이려면 이제부터라도 직장생활의 본질을 새롭게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회사는 최고의 MBA스쿨이고 당신은 전액 장학생”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 ‘학교’안에 있을 때 진짜 경쟁력을 빌드 업 해야 한다. 샐러리맨이라면 한번쯤 임원을 꿈꾼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전체 샐러리맨 가운데 임원이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비율은 단 0.7%에 불과하다. 나머지 99.2%는 언젠가는 조직을 떠나야 하는 운명이다. 더욱이 최근의 고용 트렌드를 보면, 40대부터는 누구라도 조기 퇴직을 통보 받을 수 있다는 현실을 건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혹자는 최근 논의되고 시행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정년 65세 제도가 커리어 수명을 연장시켜 줄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을 가질지 모른다. 그러나 제도에 큰 희망을 걸지 말자. 기업의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은 정책과 별개로 항상 존재할 것이며, 제도나 정부 정책에 기대기보다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회사라는 최고의 요새 안에 있을 때부터 ‘언제든 회사를 해고할 수 있는’ 전략전술을 실제로 시뮬레이션 해봐야 한다. 그곳에는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회사와 나 자신 모두를 성장시키는 실험해 볼 프로젝트가 널려 있다. 프로젝트 비용은 회사 부담이다. 그리고 그 실험에서 당신은 ‘CNS(Contents-Networking-Storytelling)’로 재무장해야 한다.
(1) 자신의 콘텐츠 만들기(Contents): 회사 명함의 모든 타이틀을 떼어 냈을 때,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핵심 역량과 전문성을 구축해야 한다.
(2 )시장과 연결시키기(Networking): 회사 안팎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나와 함께 혹은 나를 대신해서 콘텐츠(나의 경험과 지식)의 시장성을 평가해주고 시장에서 유통시켜줄 수 있도록 채널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탐색하고 네트워킹 해야 한다.
(3) 효과적인 스토리텔링(Storytelling): 회사 안에 있을 때부터 자신의 작품을 효과적으로 프레젠테이션하고 자신만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길러야 한다. 직급과 ‘짬밥’ 대신에 전문성과 커뮤니케이션 스킬로 이겨야 한다.
회사라는 요새는 견고해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 김부장의 오류에서 벗어나 자신을 객관화시키고, 시장의 관점에서 그 커리어를 평가하고 준비하자.
셋째, 회사도 전향적인 마인드 세트의 체인지가 있어야 한다.
회사는 사내의 커리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개별 구성원 미래를 건설적,개방적으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끝까지 책임은 져주지 못하면서 건강한 자기계발 활동(예를 들자면 기고 및 저술 활동, 외부 공모전 참여, 외부 특강, 대학원 진학 등)까지도 색안경을 끼면서 금지시키고 불균형적인 ‘충성심’을 요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이 정도는 오히려 회사 브랜드 강화를 위해서라도 권장할 필요도 있다. 그냥 상황종료 된 후에야, 법적으로 의무화시키는 재미없는 ‘전직지원 프로그램(Outplacement)’에 보내면서 ‘손을 터는’ 모습은 인재 전쟁과 초연결 시대에 걸맞지 않다.
양성화하고 미리 준비시킬 수 있는 개방적인 토양과 전향적인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기업은 구성원이 진정한 커리어 성장을 생각하고, 향후 진로까지도 고려할 수 있는 전향적인 역량 개발 프로그램과 커리어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이는 단기적인 비용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이다. 회사가 구성원의 커리어 여정에 진정성을 갖고 개입하고 지원할 때, 구성원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해고 완충 장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기업의 평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회사는 이를 통해 인재 영입 측면에서도 장기적으로 혜택을 볼 것이다. ,
멋지게 이별하고 마침내 새로운 성공에 이르는 그 날을 응원하며
개인적으로 처음 해고를 당했던 것은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유럽대륙 한 복판에서 일할 때 였다. 참 암담했다. 그 이후로도 수 많은 개인적 위기도 있었고 드라마 속 김 부장 같은 고참 부장들이나 임원들을 수도 없이 해고시켜 보며 그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부장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서울 자가’나 ‘대기업’ 타이틀이 아니라, ‘언제든 회사라는 울타리를 떠날 수 있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과 ‘준비되지 않은 퇴장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조기 경보이고 회사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우리 모두 어쩌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해고를 ‘잘림’이 아닌 ‘제2, 3의 커리어 도전’의무대로 재정의하는 조금은 긍정적 자세를 가져야 할 때이다. 샐러리맨은 회사 밖을 향한 눈을 뜨고, 기업은 그들의 새로운 여정을 돕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멋지게 이별하고 마침내 새로운 성공에 이르는 그 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