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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Dec 02. 2023

힘쎈여자 강남순 #5/6

05. 우리는 선악을 선별할 수 있는가?

05. 우리는 선악을 선별할 수 있는가?


물리적인 힘은 폭력을 동반한다. 폭력은 문명을 거꾸로 돌리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일 것이다. 폭력이 정당화되면 세상은 약육강식의 원리를 따라간다. 강자는 살아남고 약자는 소멸한다. 문제는 단 두 사람만 존재하게 된다고 해도 거기에는 강자와 약자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은 참 어리석은 말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항상 어리석음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곧 ‘생존’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다시 ‘좋음’과 ‘나쁨’, 즉 선악(善惡) 구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약육강식이 무작정 강자가 약자 위에 군림하는 방식이라면, 조금 더 문명적으로 다가와 ‘선별’ 또는 ‘구분’을 할 필요성을 만든다. 사실 이런 이분법적 논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맞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분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가소성’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면서 적응하도록 진화했고, 적응이란 선과 악을 구별하기보다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과 악은 명백하게 존재하고 또한 구별되어야 한다. 단지 선한 존재도 악한 존재도 아닌 인간의 판단 능력은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악인지 잘 모른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대립 관계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사에 적용하기 어려운 점은 이런 관계들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말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가장 원초적인 것일수록 가장 단순하다고. 따라서 티 없이 맑은 영혼일수록 그 둘을 쉽게 구별해 낼 수 있다. 그것은 능력이라기보다는 본능에 가깝다. 작은 벌레도 자기에게 ‘좋은 것’과 ‘해로운 것’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인간이 벌레보다도 구분에 약한 이유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선과 악에 대한 어떤 ‘사상(思想)’적 이미지를 갖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폭력(暴力)이라는 부정적 의미의 힘과 물리적 형태는 유사하지만 ‘힘’의 사용은 구별되어야 할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 형식으로 모두 만들어진 <퍼니셔>나 당한 만큼 되갚아 준다는 <더 글로리> 등 많은 작품에서 행해지는 폭력을 보면서 관람자는 누구 편에서 더 공감을 느끼게 되는지 생각해 보라. 그것은 정의도 아니고 승리도 무엇도 아니지만, 우리는 복수가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힘쎈여자 강남순>의 경우는 좀 다르다. 선악의 구도를 좀 더 면밀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약자는 ‘류시오’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마피아가 되었고, 배우고 익힌 기술로 이익을 추구했다. 그는 특별한 초능력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다. 그가 사람들을 해치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힌 것은 맞지만 그는 어려서부터 그렇게 길러졌을 뿐이다.


류시오는 해맑은 강남순을 체첸으로 알고 마음을 연다. 외롭고 의지할 데 없던 류시오는 적어도 체첸에게 품은 감정은 진심이었다. 15화에서 체첸이 강남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전화통화로 강남순에게 접근 의도를 확인한다. 강남순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응. 널 잡아야 하니까!”라고 대답한다.


드라마의 역할로 인한 설정 때문이지만 유사한 상황을 현실로 가져와 보면 혼란스럽다. 한 순간의 실수로 소년원을 드나들었거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짧은 순간 성인의 몫까지 해야 하는 어린 친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편안하게 드러누워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황금동이나 끊임없이 먹을 것을 욱여넣는 강남인과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삶을 사는 약자들이 있다. 그들은 돈도 없고 배경도 없고 아무것도 없이 살아남아야 한다. 그들에게 세상은 정글일 뿐이다. 그런 그들이 악의 유혹에 빠져 극복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교화를 해야 하는가 아니면 무턱대고 처벌을 해야 하는가?


류시오에 비해 리화자는 선택받았다. 마치 종교적 구원을 받는 것 같았다.

류시오는 아무도 몰래 자신의 친부를 찾아가 문방구를 마련해 준다. 그리고 끝까지 그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6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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