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 팝콘
드디어 나도 시작됐다.
우리를 태운 종이비행기의 양쪽 날개가 펴지고,
랜딩 스팟에 올라간 알맹이들은 모두 긴장했다.
덜컥, 문이 닫힌다.
다이얼이 그르륵 돌고, 위잉- 답답한 공기 속에서 제한시간 3분이 시작된다.
부대끼는 알맹이들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옆을 보니 다들 비슷하게 고만고만하다.
나도 점점 몸이 달아오른다. 자신감이 차오른다.
어디로 튈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빵 터질 거라고 공언했던 나다.
이제 슬슬 터질 준비를 하려는데, 아 깜짝아!
옆에 놈이 벌써 터졌다. 어, 쟤 나랑 같은 옥수수 출신인데?
새끼, 나랑 별 차이도 없는 놈인데 운이 좋네-
알맹이였을 땐 몰랐는데 생각보다 크고 실하다.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며 다들 저마다 빵빵 터지기 시작한다.
불 없는 용광로에서 각자의 흰 속살을 뽐내며 다른 이들을 밀어낸다.
나도 곧 터질 것 같은데 마음이 급하다.
자꾸 다른 알맹이들이 밀어내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만 한다.
집중 좀 하게 놔두면 안 되나?
콩알탄 튀는 소리를 내던 전쟁터가 이내 조금씩 폭신폭신해진다.
이제야 좀 살겠네- 방해꾼들이 없으니 정신을 모아 본다.
나의 잠재력이 얼마나 크고 맛 좋은지 알면 놀랄 걸?
자, 조금만 더 기다려봐-
이제 곧 터진다! 터진다고!
"...땡!"
그 순간 야속하게도 끝난 3분.
뜨겁던 열기가 가라앉고 어느새 팝콘들이 우르르 몰려나간다.
나는 껍데기를 벗지 못한 채 그릇 밑바닥에 딸랑,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조금만 더 있으면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