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cluttered_영화_2
- 7 years in Tibet, Jean-Jacques Annaud, Brad Pitt(starred), 1997
록빠(Rogpa)와의 인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종종 북촌, 서촌 동네로 나를 이끌었다.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를 걸으며 수백년 전 서울의 자취를 느끼는 게 좋았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고즈넉함 같은 것이 있었다. 한 두시간 돌아다니다 보면 피곤함이 쌓이는 여느 동네와는 달리 천천히 걷다 커피 향이 좋으면 앉아 쉬기도 하며 지치지 않고 몇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서촌에 대한 애정이 록빠를 만나게 했고, 티벳을 알게 됐지만 여전히 이해가 부족했고 모르는 것이 많았다. 작년 여름 다람살라에 있는 록빠를 직접 찾아가기 전까지는. 중국이 티벳을 침공한지 70년이 넘었고 티벳인들이 목숨을 걸로 히말라야를 넘어 다람살라에서 난민의 삶을 시작한 후로 50년이 흘렀다. 그들의 삶 구석구석 깊이 자리잡은 뿌리는 그대로이지만 달라지고 혹은 사라진 것들도 많았다. 나의 생각, 예상과 다른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변화가 충분히 이해되고 한편으론 고맙기도 했다.
'티벳에서의 7년'은 작년 여름 다람살라에서 보낸 시간을 상기시켰다. 영화는 달라이라마가 라싸를 떠나기 전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다람살라에서 만난 티벳인들, 달라이라마가 계시는 사원, 그들의 이야기를 엄숙하고 애통하게 담고 있던 박물관, 좁은 식당에서 호호 불어가며 먹던 뗀뚝, 모모, 그리고 버터티까지 소중한 기억들이 끊이지 않고 떠올랐다.
'There is another great difference between our civilization and yours. You admire the man who pushes his way to the top in any walk of life, while we admire the man who abandon his ego.'
티벳인들의 삶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Pema의 이 대사에 잠시 영화를 멈췄다. 달라이라마 사원의 둘레를 끼고 있는 작고 평화로운 산책길을 열심히 돌고 있는 티벳인들이 떠올랐다. 해가 멀겋게 올라오는 이른 아침부터 멀리 산봉우리와 지평선에 붉은 물이 퍼지는 저녁까지 누군가는 그 숲길을 돌며 조용히 만트라를 외고 있다. 그들에겐 코라(Kora)를 위한 작은 순례길과도 같은 길이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쉼 없이 외는 그들의 기도에는 분명 나를 내려놓고 버리는 이야기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나의 삶을 반추하는 영화를 만날 때 반가움과 감사함을 느낀다. 감당해야 할 몫이 생기더라도, 회상하고 반성하고 감사할 수 있다면 기꺼이. '티벳에서의 7년'은 반성의 지점에서 나를 붙잡는 부분이 많은 영화이다. 록빠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멀지 않은 시일에 다람살라에 다시 가자고 그 곳에서 만났던 친구와 약속한 일이 떠오른다. 올 해가 가기 전에 다시 록빠를 찾아가고, 템플로드 크레페하우스에 앉아 밥을 먹고, 조용히 숲 길을 돌며 나만의 만트라를 외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