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Welcome 2024
2023년도 갔다. 오늘은 12월 31일이고, 일기장에 적힌 정보들도 2023년에서 2024년으로 옮겨두었다. 주로 옮겨두는 정보는 친구들의 생일정도이다. 일기장 정리가 끝난 후 2023년을 마무리하는 글을 쓰기 위해 키보드 위에 열 손가락을 올렸다.
내가 기록을 멈춘 시점을 확인하려면 매해 사용하는 일기장을 확인하면 된다. 그리고 올해 일기는 10월을 끝으로 작성된 것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10월부터 12월까지 나는 격동의 나날들을 보내었다.
우선 사업을 오픈했다. 10월 18일에 매물을 계약해서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서 디자인까지 전부 쳐내고 11월 15일에 오픈하였다. 바쁜 스케줄을 보내다 보니 일주일 동안 감기몸살에 시달렸고, 내가 낫고 나니 키우던 강아지가 아프다 11월 11일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렇게 16년 3개월간 가족으로 생각했던 친구를 잃은 슬픔을 한편에 밀어 넣고 정신없이 살았다.
그리고 12월 8일, 작업실을 계약하고 12월 11일에 작업 동지와 함께 작업실로 입주했다. 너무 이쁘고 깔끔한 작업실에 만족하며 시간을 보내다 12월 14일에 몇 년간 헤매던 작업 주제가 떠올랐다.
‘시간이라는 늪에 빠진 나.’
키워드가 하나 떠오르자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그날은 밤새서 작업 계획서를 작성했다. 이번 주제로 작품을 잘 만들어서 계획대로 공모전에 출품하고 싶다. 씩씩하게 작업을 하며 살고 싶다.
친한 언니가 말했다.
“넌 평범하게 살지 말고 고독하더라도 예술가로 살아.”
작업실에 있는 시간들이 너무 행복해지면서 그리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나는 변변찮은 작가 지망생이지만, 그래도 2023년을 보내면서 딱 한 가지 바뀐 것이 있다. 당장 내일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며 살고 싶다고. 그러기 위해선 정리할 건 정리하며 앞을 향해 걸어가야지.
20대의 언젠가, M이 나에게 써준 문구가 있다.
“뒤 돌아보지 말고 앞을 향해 걸어가.”
드디어 그녀가 써준 문장에 응답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의 2023년은 다사다난했다. 아니, 어느 해도 난 힘들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평탄한 삶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었어서, 늘 괴로웠다. 그리고 새로움이 열릴 2024년.
예술가로 살기로 결심한 만큼 돌아오는 해에는 성과를 보였으면 좋겠다. 그러며 건강한 하루를 보내기를. 해결할 수 없는 것들에 너무 걱정하고 조바심 내며 살지 말기를 바란다. 그저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기를. 그렇게 빼곡히 채운 나날들 속에서 더욱 건강한, 성장한 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