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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마흔 번째 마감

백일 쓰기 마흔째 날

by 꼬솜

지난주부터 알바를 시작하면서 휴무일이 없어졌다. 새벽 수업이 주중 3개 다 무사히 끝내서, 다 잘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수업이 없는 날이지만, 3시 반에 눈이 떠졌다. 소설을 한 번도 안써봤는데, 이번주 목요일까지 제출이라 어쩌지 걱정만하다 다시 잠들었다. 5시 반에 털고 일어나 글을 쓰려니, 남편이 헌혈하러 몇 시에 가지? 묻는다. 아... 젠장. 헌혈 예약했지. 이상하게 가기 싫었지만, 예약했으니 7시에 헌혈을 하러 갔다. 혈압이 86/55라고 낮으니 좀 기다렸다가 다시 재 보잔다. 5분 후쯤 다시 재니 106/72 정도 나왔다. 평상시 보다 혈장을 130ml 나 더 많이 뽑았다. 헌혈하는 동안 계속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야 하는데, 유난히 힘들었다.


1시간 만에 헌혈을 끝내고 차에 타려는데 좀 어지러웠다. 남편이 괜찮냐고 물었고, 좀 어지러운데 괜찮다며 바로 알바하러 갔다. 근무시간은 9시부터인데, 30분 일찍 도착해서 남편이 만든 그릴 샌드위치를 먹었다. 모래얄 씹는 기분. 근무 시간은 다가오는데, 갑자기 숨도 잘 안 쉬어지고 머리가 너무 아팠다. 아니나 다를까 먹었던 빵을 다 게워내고, 얼굴은 하얗다가 샛노랗게 떴나 보다. 내 얼굴을 본 직원들과 사장님은 놀라서 얼른 가서 쉬라 했다. 전화 걸 힘도 없었는데 사력을 다해 남편에게 다시 와달라고 했다.


집에 오자마자 네 시간을 내리 잤다. 내 몸이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고 이리도 강력히 주장하니 어쩌겠나.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다가 저녁 6시가 돼서 노트북 앞에 앉았다. 딱 7줄 썼는데, 더 이상 진도도 안 나가고 머리가 또 지끈거리기 시작. 새벽에 깼을 때 마감이에게 써달라고 씨잘데 없는 으름장, 유치 뽕짝 글 대충 남기고 서른아홉째 백일 쓰기를 마무리했는데... 진짜 마감이가 좀 써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세작교 수업이 9주가 남았고, 8월 말에는 개강인데 잘 버틸 수 있겠지? 복수전공 다른 과를 고민하다가 지난 학기에 전공 두 과목을 들은 유튜버학과로 결정했다. 프리미어도 구매했고, 뭐 일단 해보는데 까지 해보자며 어르고 달랜다. 40일 전에 도전한 백일쓰기도 매일하고 있지 않은가. 되겠지. 될 거야.



백일 쓰기/ 마흔째 날(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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