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랑 유럽여행 다섯째 날.-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도~어 디얼 어 픠메일 디어~
레~@#$%^&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되었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어릴 적 비디오 테이프가 늘어날 정도로
보고 또 보았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뽀얗게 안개가 낀 듯한 화면 칼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그렁그렁한 눈과 이국적인 풍경은
어린 소녀의 마음을 빼앗기 충분했다.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음악과 노랫소리는
지금도 소녀감성을 간질간질하게 하는
아름다운 선율임에 틀림없다.
특히 '요들 송'과 '도레미 송'을 즐겨 부르곤 했는데
간드러지게 꺾는 요들 송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이미 하루 전 할슈타트를 가느라 독일 뮌헨에서 슬쩍 찍고 갔지만
오늘은 제대로 잘츠부르크 정복이다!
친구로 연인으로 부부로 한 세월이
도합 십 년은 족히 넘는 우리가
수 없이 여행을 다녔지만 비를 만난 일은 거의 없다.
스스로 태양의 왕자와 공주라며 자만할 정도인데
잘츠부르크는 억수 같은 비로 우리를 반겼다.
"앗! 오빠!
으악~! 난 몰라!
어머머 어머머!"
계속 오만가지 비명을 질러대는 날 보고 결국 신랑은
이미 끌고 가던 집채만 한 트렁크에 세컨드 하우스만 한
내 트렁크를 함께 끌기 시작했다.
'으흐흐 미안...'
비는 오지요
트렁크는 두개지요.
목과 어깨로 우산을 들고 그렇게 불쌍히 걸었더랬다.
게다가 비를 맞아 흐물대는 지도까지 들고
나의 사랑 나의 신랑은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절망은 금물!
역시 오스트리아도 태양의 왕자와 공주를 알아보는 것인가?
빗줄기가 점점 얇아지더니 뚝 그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여행길이 쉬울 것이란 속단은 더더욱 금물!
그렇게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내비게이션 단 듯 길을 한방에 척척 찾아내던 신랑은
갔던 길을 가고 또 가고
돌았던 길을 돌고 또 도는 것이 아닌가...
웬만하면 지나가는 사람한테 죽어도 길을 묻지 않는
남자 중의 남자인 신랑이지만(남자들의 자존심인가 ㅡㅡ;)
안 되겠다 싶었는지 자발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길 가다가 묻는 사람은 저쪽으로 가라고 하지
저 쪽으로 가다가 또 물으면 이쪽으로 가라고 하지...
그렇게 우여곡절 약 한 시간만에 호텔을 찾았다.
사실 역에서 500m 내지는 1km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 잡은 호텔이었는데
잘츠부르크가 골목이 거미줄처럼 생겼는지 한참을 미로 찾기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생 끝에 낙으로 기다리고 있던
우리 여행의 몇 안 되는
4성급 호텔 '홀리데이 잘츠부르크 시티'
로비의 모습이다.
정말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신기한 사실을 하나 말하자면
우리가 호텔에 도착해서 들어오자마자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해...
길 찾느라 고생한 신랑이 숨 돌릴 시간도 필요할 듯하고
체크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짐을 방에 올려놓고 잘츠부르크를 돌아보기로 했다.
제일 처음 찾은 곳은 미라벨 정원.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는
폰 트랩 대령의 집에 가정교사로 오게 되고
군인인 아버지에게 짓눌려 있는 7남매가
그간의 딱딱한 선생들과 달리 자유분방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마리아를 만나면서
점차 잃었던 웃음을 되찾게 된다.
마리아는 커튼으로 아이들 옷을 지어 입히고
마리아와 커튼을 입은 아이들은 미라벨 정원을
마음껏 누비며 노래하고 춤춘다.
비가 온 뒤라 흐리긴 했지만
빗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꽃잎과 풀잎이
훨씬 싱그러워 보였다.
한참을 영화 속 7남매의 동심을 입고
미라벨 정원을 뛰어다녔다.
다음으로 찾은 게트라이데 거리는 잘츠부르크의 중심거리인데
이 곳에서 모차르트를 만날 수 있었다.
모차르트의 위대한 선율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다시없을 음악 천재가 만들어질 만큼
이 곳은 분명 낭만이 있다.
역시나 신랑의 배꼽시계가 식사시간을 알리고
유난히 고생이 많았던 신랑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밥집을 찾는 것이었다.
미리 '맛집'이라고 검색해 찾아간 곳은
'노드 씨'라는 시푸드 음식점.
뷔페처럼 늘어서 있는 곳을 지나가며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면
안에서 바로바로 담아주고 즉석에서 조리한 음식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패스트 푸드점처럼 먼저 계산을 마치고 편한 자리로 가서
먹으면 된다.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시푸드를 먹을 수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음식을 주문할 때 한국식으로
"좀 더 주세요."했더니
좀 더 담아준 만큼 계산을 해 버렸다.
다시 빼라고 할 수도 없고...
"많이 주세요."라는 정문화가 통하는
우리 고국이 그리워지는 타이밍이었다.
왼쪽의 새우요리는 단순했지만 맛이 일품이었다.
새우가 워낙 맛있는 식재료이긴 하지만...
가운데 저 볶음밥이 "좀 더 주세요." 하고 풍성히 담겨진
볶음밥인데 제 값을 다 치러서인지 제일 맛이 부족했다.
머 그냥 볶음밥...
마지막으로 제일 오른쪽 요리는 생선요리인데
위에 얹어진 치즈와 크리미 한 소스가 어우러져
꽤 고급 진 맛이 느껴졌다.
충분히 배를 채워 기분이 좋아진 신랑과 손을 잡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살짝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우산을 내려놓았고 고스란히 도시를 느끼기로 했다.
비에 젖어 반짝이는 거리
한껏 들떠 있는 여행객들
도시를 에워싸고 있는 안개 낀 산
촉촉한 공기...
그 속에 서 있는 우리.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호엔잘츠부르크 성은 비가 와서 그런지 우리에겐 으스스한 느낌을 주었다.
중부 유럽의 성 중에서 파손되지 않은 것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한다.
할슈타트와 잘츠부르크...
우리에겐 몽환적이고 드라마틱한 오스트리아로 기억되어 있다.
여행 중반부를 향해가면서 어느 덧 충분히 자유로워진 두 영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떠나오기 잘했어...'
'오늘도 즐거운 곳에 닿을 수 있게 데려와줘서 고마워...'
당신이 안내하는 길에 나침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