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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토타입L Jan 17. 2017

런던 수퍼마켓 체인 분포

부자와 서민의 수퍼

대부분의 영국 수퍼마켓 체인에는 'Food on the go'라는 코너가 있다. 샌드위치, 랩, 스시, 샐러드 등 집어가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판다. 3-3.5파운드에 샌드위치 + 작은 감자칩 + 음료를 하나씩 고를 수 있는 'Meal Deal'은 모든게 비싼 런던에서 싸고 빠르게 한끼 때울 수 있는 방법이다. 한국의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나 김밥에 컵라면 먹는 느낌이랑 비슷한데 종류가 더 많다고 보면 된다. 영국의 수퍼 체인은 한국의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아우르는 형태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국 편의점의 좋은점을 꼽자면 다양한 라면 종류이고, 영국 수퍼의 좋은점은 다양한 디저트이다. 값은 까페나 디저트샵보다 저렴하면서 맛이 의외로 괜찮다. 수퍼마켓 체인마다 주력 카테고리와 포지셔닝이 다른데, 참고로 디저트는 Marks & Spencer와 Waitrose가 맛나다. 

The Cooperative Group의 간편음식 진열대


수퍼마켓 체인의 지리 데이터가 공개되었다기에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2016년 4월 기준 런던에는 1,574개의 브랜드 수퍼마켓 점포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7개의 수퍼마켓 체인 만을 집계한 것으로 흔히 버스 정류장이나 시내에서 찾을 수 있는 가판점이나 개인 수퍼마켓은 제외한 수치이다. 이 중 Big 6 수퍼마켓 체인만 가지고 각각 지도에 뿌려보았다. 점포 수 순으로 런던 Big 6 수퍼마켓을 적어보면 Tesco, Sainsbury's, The Co-operative Group, Marks & Spencer, Iceland, Waitrose 이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가격대순으로 나열해보면 이렇다.

1) Waitrose와 Marks & Spencer: 중산층이 애용하는 곳

2) The Co-operative Group: 저렴하지만 깔끔한 곳

3) Sainsbury's와 Tesco 저렴하고 대중적이지만 쇼핑하기 부끄럽지 않은 곳

4) Iceland: 오로지 저렴한 식료품을 더 저렴하게 파는 곳



일단 대중적인 테스코와 세인즈버리는 매장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실제 어느 동네를 가도 둘 중 하나는 찾을 수 있다. 웨이트로스는 역시 부촌인 켕신턴 & 첼시 지역에 집중 분포된 것이 보인다 (아래 지도에서 가장 빨간 지역). 그리고 웨이트로스가 들어가지 않는 곳에 아이슬란드가 들어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8월 기준 Borough (런던의 행정 단위, 서울의 '구'와 비슷한 개념) 별 평균 집값을 나타낸 지도를 참고하기 위해 첨부했다.


수퍼마켓 얘기도 나오고 부촌 얘기도 나왔으니 간략하게나마 사회계급을 언급하면 좋겠다. 이런 표현이 있다. "Where you shop tells where you stand on the social scale (어디서 쇼핑하는지를 보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영국은 사회계급이 상당히 정교하게 정리된(?) 나라다. 지나친 계급 격차와 단절은 분명히 나쁜 것이지만, 사회 안에 계급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다. 사실 계급이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더 많은 문제를 낳기도 한다 - 우리나라처럼. 아닌 것처럼, 없는 것처럼 숨겨뒀던 것들을 수면으로 끌어 올려야 뜯어 고칠 수도 있는 것이다. 아 이런 얘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고.. 아무튼 영국에는 사회계급이 뿌리깊게 존재하고, 어떤 편리하게 따를 수 있는 질서나 매뉴얼 처럼 작용한다. 영국사람들은 말할 때 어떤 억양과 표현을 쓰는지, 어느 학교 타이를 매는지, 어떤 술을 좋아하는지 보면 이 사람의 집안과 사회계급을 단번에 알아낸다. 이 글의 주제인 '수퍼마켓'도 계급을 가늠하기 상당히 편리한 지표가 된다. 


중산층이 이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퍼마켓 체인이 'Waitrose (웨이트로스)'이다. Waitrose는 다소 가격대가는 있지만 품질 좋은 식료품을 파는 것으로 신뢰받고 있다. 믿고 사는 웨이트로스이다. 나는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데, 와인을 선물할 일이 있으면 그냥 웨이트로스에 가서 아무거나 산다 (영국 친구가 말하길 웨이트로스에서 사면 실패는 안한다고 했다). 모든 리테일 업체가 입지 선정 시에 목표 소비층을 찾아가기 마련이다. 영국에서 어느 도시에서든 다니다가 Waitrose가 보이면 소위 '좋은 동네'이다. Waitrose가 있는 동네는 다른 지역보다 집값이 평균적으로 25% 이상 비싸며, 런던의 경우 50% 가량 비싼 경우도 있다고 한다 (2013, BBC). 반면 할인 마트로 분류되는 Iceland가 들어선 곳은 낙후된 지역인 경우가 많다. Iceland에서 쇼핑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도 많다. Waitrose와 Iceland에 파는 식료품은 종류가 매우 다르다. 간단한 예로 Waitrose에서는 다양한 디저트, 질 좋은 치즈를 구할 수 있는 반면, Iceland에는 1파운드짜리 캔, 냉동 채소 같은 것들이 많다. 런던 지도에 개별 마트 위치를 나타내보니, 일단 이 두 체인은 땅값 지표, 계급 지표로서 어느 정도 변별력이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You are what you buy"와 같은 말이 별로다. 왜냐하면 일단 듣기에 자극적이고,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고 있으며, 꽤 사실적이기 때문이다 (...). 이번 글은 단지 Big 6 수퍼마켓 분포도를 게시하고자 시작했다가 수퍼마켓과 사회계급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언급하게 됐다. 그러나 이런 것을 제대로 다루기엔 노이즈와 빈약한 점이 많았다. 중요한 것 몇 가지만 간략히 짚어보며 마무리한다.

가계 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여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의 경우 1960년 17.5%에서 2013년 9.9%). 저소득층의 경우 중산층에 비해서 식료품 비중이 더 높기는 하다. 그래도 한 두 세대 전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수퍼마켓의 계급 분리효과가 미미해졌을 것이다

중산층은 무조건 웨이트로스만 가고, 서민들은 테스코만 가느냐. 여전히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구매 항목에 따라 두루 이용한다. 할인 체인에서는 저렴하고 질 좋은 PB 제품을 개발하고, 고급 체인에서도 서민층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저렴한 서브 체인을 만들고 있다. 사다리 칸막이 간 경계가 많이 흐려졌다

지도에 개별 점표를 나타내면 당연히 유동인구가 많거나 거주인구가 많은 곳에 점이 많이 찍히고 주의를 끌기 마련이다. Borough 별 인구 수 대비 점포 수도 함께 보면 좋겠다



Tools used:

R


Data source:

April 2016, Open Supermarket Locations, GeoLytix

August 2016, Average house price by borough in London, City A.M.


References:

The Waitrose snobbery/property price index

How supermarkets prop up our class system 

Supermarket success – it’s a question of class

Your grandparents spent more of their money on food than you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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