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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여름 Oct 02. 2024

(원서리뷰) The Book Thief

죽음이 생에게 말해주는 것



이 책은 첫 부분이 고비다. 책이 두껍기도 한 데다가 처음에 무슨 소릴 하는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화자가 독특하게 설정된 책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참고 읽어보면 죽음이 화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죽음의 시선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내 유대인, 일반 독일인의 삶, 그중에서도 부모를 잃은 여자 아이의 인생을 따라가는 이야기이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책에는 책이 계~속 등장한다.


책은 기나긴 폭격의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소중한 물건이고, 주인공 리젤이 동생을 잃고, 엄마와 헤어진 슬픔을 견뎌나갈 수 있게, 이 생에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이자 선생님이었고, 그러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 양부모와 관계를 쌓고 마음을 쉴 수 있게 해 주었으며, 유대인이었던 막스와는 더없이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게 해 준 귀중한 물건으로 등장한다. 


책을 그다지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에서 책 얘기를 자꾸 하니 별로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계속 들었던 의문은 왜 화자가 굳이 죽음인가? 였다. 주인공의 시선에서 서술할 수도 있고, 그냥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듯 서술할 수도 있었는데 왜 이렇게 독특한 방식을 취한 것일까?


화자 설정에 이 책이 말하려는 바가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살아서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죽음은 어떨까? 모두가 죽음을 향해 달려가며, 죽은 뒤에 우리는 다를까? (사후세계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그건 논외!) 죽음의 입장에서 생을 바라보면 우리 모두는 어떤 위치와 환경에 놓여 있다 해도 다를 바가 하나 없다. 


죽으면 다 끝이고 모두 평등하니 막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나 산 사람 입장에서 각 죽음은 결국 각기 다른 생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무엇을 세상에 남기고 가는지 중요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두 번째 의문은 바로 왜 주인공은 책도둑으로 설정되었을까? 이 전쟁통에서 양부모와 살아가는 가여운 소녀는 먹을 것도 부족한 지경에 왜 책을 그렇게 읽고 싶어 한 걸까? 


책 역시 사람의 삶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긴 물건이다. 그리고 책은 글로 남는다. 그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쓰인 대로 그대로 박제된다. 바로 우리가 죽더라도 우리의 이야기가 산 사람에게 남듯이.


책도둑은 나에게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고 무엇을 남기고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을지 마음에 새겨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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